도와주려 내미는 손을 물어뜯는 北韓
북한 공산주의자들이 '우리민족끼리' '우리는 하나' '우리끼리 통일' 등의 구호를 들고나올 때는 저들의 힘이 약해졌을 때이다. 이른바 민족공조 책략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민족주의 감정을 호소함으로써 남한을 미국의 방패막이로 삼으려는 의도인 것이다.
김정일은 남한의 민족주의 정서와 남한 내의 친북(親北)세력을 적절하게 이용하면서, 남북한이 합쳐 외세인 미국과 일본에 저항하고, 자주적으로 민족의 문제를 해결하자고 수시로 주장한다.
그러다가도 소기의 목적이 달성되거나 힘이 축적되면 그들은 다시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안면(顔面) 몰수하고 상대방을 집어삼키려 든다. 오죽하면 UN 외교가(外交街)에 북한을 두고 '도와주려 내미는 손을 물어뜯는 집단'이라는 악담(惡談)이 나왔을 것인가.
UFL연습만 하더라도 그렇다. 지난달(8월) 11일 유엔사 군사정전위를 통해 연습일정 등을 북측에 이미 사전 통보했던 건(件)이다. 그 내용도 한반도 우발 상황 시 한미 연합군의 행정적·군사적 협조절차 등을 숙지하는 훈련이었을 뿐이다.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에 대한 모독적인 홀대는 또 어떤가. 그것은 북한이 대한민국 사(私)기업의 인사권까지도 쥐락펴락하겠다는 의도가 아닌가. 김윤규 부회장을 옹호하는 듯한 북한의 태도는 개성관광·백두산관광사업에서 더 많은 경제적 이익을 챙기기 위한 술수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대북 관광권을 따내려는 또 다른 기업과 경쟁을 붙이기 위한 술책치고는 더할 수 없이 파렴치한 짓거리가 아닐 수 없다.
사전예고 없이 이뤄진 북한 댐 방류로 인한 임진강변 파주시와 연천군 일대가 수해(水害)를 겪은 사례 역시 참으로 어이없다. 저들의 갑작스러운 댐 방류는 이번이 세 번째이다. 이로 인해 우리는 행락객이 대거 긴급 대피해야 하고, 트럭과 고기잡이 어망을 유실하는 등 물난리를 겪어야 했다. 북의 사전통보만 있었더라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재해(災害)였다. '민족공조'를 거들먹거릴 일도 없는 일이다.
북한은 '저들의 핵 개발'을 민족의 문제라고 강변한다. 북핵 문제는 저들의 대량살상무기 이상의 무게를 지닌 국제사회의 문제이다. 외세의 개입 없이 민족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하자고 하면서, 미국과의 회담만을 고집할 뿐, 오랜 세월 한국정부를 대화의 파트너로조차 인정하지 않았던 저들이다.
민족 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하자는 억지 주장의 이면(裏面)에는 '주한미군 철수'를 관철하고자 하는 집요한 의도가 숨겨져 있다. 저들은 주한미군만 없으면 남한을 손아귀에 넣어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다고 믿고있는 집단이다. 7∼8년 전만 해도 김정일의 이 같은 방자한 언행은 '환상'으로 보였지만, 6·15 공동선언 이후 저들은 남한에 '북풍(北風)'을 밀어붙이면서 절반의 성공을 거두고 있다.
국방백서에서 우리의 '주적(主敵)' 문구는 삭제되었고, 국보법은 풍전등화(風前燈火)나 다름없는 처지가 되어있으며, 한미동맹체제는 최근 수년간 더할 나위 없이 크게 훼손되었다. 현 상황은 현 정권이 북한의 민족공조 전략에 동조하고 있거나, 그것이 아니라면 크게 말려들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김정일의 민족공조 전략의 최종 목표는 남한에 공산정권을 수립하는 것임이 자명하다. 이 최종목표로 가는 중간단계의 차기목표는 남한 내 친북·좌익정권을 등장시켜 연방제를 수립하는 일일 것이다.
저들은 이를 위한 당면목표로 자신들의 말을 잘 듣고 언제이든 대북(對北)원조를 아끼지 않는 그런 정권(政權)과 그럴 수 있는 대선(大選)후보를 바랄 것 아닌가. 작년 8월 이후 대한민국을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따돌리기' '뒤집어씌우기' '길들이기'에 주력하던 저들이 올 6·15 5주년 잔치(평양)에서 극적인 반전(反轉)효과를 겨냥하기까지 상황을 분석해보면 저들의 숨은 의도를 미루어 알 수 있다.
우리는 북한이 '한미동맹 이간(離間)'과 '주한미군 축출' 집착을 포기하지 않고 있음을 동일한 맥락(脈絡)에서 풀이해야 한다. 핵 카드는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김정일의 협상무기인 것이다. 그들의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은 모두가 남한을 완전 접수하기 위한 통일전략과 연계되어있다.
그런 마당에 북한식 민족공조에 대한 동조는 자칫 한미동맹관계의 균열과 주한미군의 철수를 자초하는 심각한 상황으로 발전할 수 있다. 저들은 반세기를 넘겨가며 대한민국 국민을 상대로 '민족공조'라는 수단을 빌미로 한미동맹(韓美同盟) 해체를 겨냥한 고도의 감성(感性) 마케팅 작업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연중 예산사업과는 별도로 향후 5년간 남북 교류·협력사업에 5조9000억 원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들린다. 북핵 문제의 진전 속도에 따라 전력·에너지·사회간접자본·정보통신분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그간의 대북 식량지원 등은 이와는 별개의 차관(借款)형식으로 진척되어왔다.
우리는 그간 세수(稅收)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북한을 도와왔다. 그런데도 그들은 수시로 표정을 바꿔가며 '남한 헐뜯기' '남한 교란시키기' 등 악의적인 대응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대북 지원은 이에 상응하는 북한의 태도 변화를 전제로 이뤄져야 한다. 핵문제의 진전과 북한 주민의 인권문제 그리고 시장경제체제로의 전환에 가시적인 개선을 확인한 연후에 해도 늦지 않다.
저들의 '민족공조' 전략은 남한을 '인질'로 삼는 철저한 허구(虛構)에서 출발하고 있다. '민족공조'야말로 허울 좋은 '궤변'일 뿐이다. 저들의 피리소리 장단에 계속 놀아나는 우매한 대응은 걷어치워야 한다.(konas)
정 준 (코나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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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14 오전 10:2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