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문제 해결 지금부터가 문제다
이번 제4차 6자회담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원칙과 해법이 포함된 공동성명에 합의할 수 있었던 것은 북한 자신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 여타 회담 참여국들을 위해서도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지난 2002년 북한 농축우라늄 파문으로 2차 핵 위기가 발생한 지 35개월만에 우리 안보의 최대 위협 요인에 대한 해결 기미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공동성명에 포함된 내용이 성실하게 이행된다면 북한은 체제가 보장될 뿐만 아니라 경제 재건의 기회가 될 것이며 나아가 한반도 평화가 정착되고 동북아 안정에도 결정적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비록 이번 공동성명 합의로 북한 핵문제가 완전해 해결될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라도 해결을 위한 청사진을 마련할 수 있었던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무엇보다도 북한으로서는 이번 협상이 결렬된다면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의 압력이 감내할 수 없을 정도로 강화될 것이 뻔하고 자칫 체제 유지에 심각한 위험이 닥쳐올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다. 국제식량기구(WFP) 보고에 의하면 북한은 현재 650만 명이 식량 지원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고 있을 만큼 제2의 식량난으로 가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라도 있게 된다면 체제 유지를 위해 마련한 핵무기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더구나 북한이 그토록 추구해왔던 경수로 사용권을 일단 인정 받았으니 앞으로 회담 여하에 따라서는 예상 외의 성과를 올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음직도 하다.
미국 입장에서도 이라크 문제에 추가하여 카트리나 피해로 매우 어려운 입장이며 이란 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중국 및 러시아 등 강대국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므로 북한에 대해서 강경한 입장만을 고집할 처지가 아니었을 것이다. 더구나 북한 핵문제 해결이 지연될수록 북한의 핵능력을 강화될 것이고 북한 경제의 대 중국 종속은 심화될 것임을 잘 알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경수로 문제에 보다 유연한 입장을 보일 필요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특히 이번 협상에서 중국의 적극적인 중재 역할이 크게 기여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중국은 1단계 회담 13일간 150차례가 넘는 양자 및 다자 접촉을 가졌고 2단계 회담 일주일 사이 수십차례 각국 대표단을 오가며 협상을 시도했다고 한다. 북한 핵문제 해결에 북한의 동맹국인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로서 이번 회담을 통해 확실히 증명한 셈이다. 19일자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6자회담 합의야말로 중국의 승리(triumph)라면서 이 지역의 새로운 리더로서 역할을 다 했다고 지적하였다. 이 외에도 우리 정부도 결정적인 역할을 많이 하였으며 일본과 러시아도 여러모로 기여하였다고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공동성명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북한 핵문제가 쉽게 해결될 것으로 낙관할 수는 없으며 오히려 이제부터 본격적인 협상이 필요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앞으로 가장 큰 걸림돌은 경수로 문제가 될 전망이다. 공동성명에서는 북한은 핵 에너지를 평화적으로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고 다른 참가국들은 이에 대해 존중을 표시하고 적당한 시점에 북한에 경수로를 제공하는 문제를 논의하기로 합의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북한과 미국의 현격한 입장 차이를 "애매한" 표현으로 마무리 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공동성명에 합의한 바로 다음날(20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의 선(先) 핵포기 요구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경수로 제공이라는 신뢰조치가 있어야만 핵무기를 포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입장과는 정반대인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북한의 과거 행태를 감안할 때 결코 신뢰할 수 없는 국가이므로 북한이 먼저 핵 폐기를 비롯한 믿을 수 있는 조치를 하라는 입장이다. 만약 북한과 미국이 이러한 상반된 입장을 계속 견지한다면 북한 핵 협상은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경수로 문제 다음으로 큰 논란이 될 소지가 있는 것은 핵 폐기 범위 및 검증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공동성명 제1항에서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계획을 포기할 것"에 합의하였으나 일부 시설에 대해서는 '평화적 핵 이용권'을 들어 폐기를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 즉 폐기 대상의 범위와 관련하여 논란이 있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폐기 범위가 확정된다면 폐기 결과에 대한 검증문제가 대두될 것이다. 북한이 NPT에 가입하고 IAEA의 안전조치에 복귀할 것을 약속했지만 IAEA가 강화된 안전조치(SSS: Strengthened Safeguard System)를 북한에 적용하게 되면 국제사찰관이 북한의 '어떤 곳'에도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어야만 한다. 즉 북한의 주석궁까지 내보일 준비가 되어있어야 할 것인데 과연 북한이 이러한 주권 침해적 성격이 있는 국제사찰을 수용할 자세가 되어있는지 의문이다. 물론 IAEA 사찰 강도는 북한이 관련 핵시설에 대해 얼마나 진실되게 사전 신고를 하고 의심 부분에 대해 해명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이와 관련 힐 차관보는 북한 전역에서 핵시설을 사냥하듯 뒤지지는 않을 것임을 언급한 바 있어 다소 유연한 입장을 보일 가능성도 있지만 어쨌든 사찰 범위와 강도에 관한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므로 사전에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 외에도 미국 및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 협상이나 대북 에너지 지원,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 등에서도 실제 협상을 하게 되면 의외의 난관이 대두될 소지가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문제점으로 인해 북핵 문제 해결이 지연되면 북한의 핵 능력은 계속 강화될 것이고 미국의 대북 불신의 강도는 그만큼 커질 것임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여러 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진정으로 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확고한 결단만 있다면 예상보다 훨씬 문제 해결이 쉬워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사실 북한의 입장에서는 수십년 동안 엄청난 자금과 노력을 기울여 개발한 핵무기와 관련 프로그램을 상응하는 대가 없이 포기하기는 쉽지 않으리라고 짐작은 간다. 그러나 구 소련이 그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도 해체될 수 밖에 없었던 역사적 사실을 북한 지도층도 잘 알 것이고 핵문제가 오래 끌게 되면 북한 체제 유지에도 매우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므로 북한 지도층이 하루 속히 결단을 해야 할 것이다.(konas)
박동형(재향군인회 안보연구위원,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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