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의 對北 올인작전- 그 숨은 의도는 무엇인가 (1)
위정자들의 언행과 동태를 보고있노라면 절로 한숨이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통일부를 이끄는 정동영(鄭東泳) 장관의 경우가 더욱 그렇다. 국민의 시선이나 비판은 도시 안중(眼中)에도 두지 않는 듯한 막가파 식 무모한 언행의 연속이다.
통일부가 북한 조선노동당 창건 60돌 기념행사에 남한 측 민간대표단의 참석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던 것만 해도 그렇다. 북한 노동당은 당 규약에 남한의 적화(赤化)통일을 명시하고 그 실천을 존재이유로 삼고 있는 당(黨)이다.
그런 당의 창건행사에 참석한다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이념적 정체성(正體性)을 부인하는 것이 된다. 또한 학정(虐政)으로 북한동포 수백만 명을 굶겨 죽인 노동당 일당(一黨) 독재를 칭송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처사이다.
'국군포로와 납북자 송환' '북한주민 인권문제' 등에 대해서는 '남북간 평화무드'를 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입도 뻥긋 못하면서 저들의 지난날의 만행(蠻行)에 박수를 치러 가는 것은 자존심까지 내던진 자만이 할 수 있는 우행(愚行)이다. 우리는 통일부가 북한 인권에 대해서도 '노동당 행사 챙기기'만큼 챙기기를 바란다. 오히려 북한의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초청 취소'에 감사해야 할 지경이다.
우리 정부는 최근 남파간첩 장기수 정순택 씨의 시신(屍身)을 '인도적으로' 북측 유가족에게 인계했다. 이에 더해 장기수들의 무조건적인 북송까지도 앞장서서 서두르고 있다. 기가 찰 일이다. 정부 눈에는 북한의 남파간첩 장기수 인권만 보이고, 국군포로나 납북자 인권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북측이 주장하는 '우리민족끼리'의 실상과 우리 정부의 '남북 협력'의 허상(虛像)이 똑똑히 드러난 단적인 사례일 것이다. 우리는 대북(對北)관계에 있어서 그간 국민적 합의에 기초한 원칙을 정하고 행동해야 하는데도 남북간의 교류·협력이라는 미명하에 그런 원칙 없이 북한 체제 눈치보기 식의 줏대 없고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여왔다.
올해 쌀 50만 t과 비료 35만 t 북송으로 대북 공식지원도 이미 1조 원을 넘어섰고, 민간단체의 대북 지원액도 해마다 늘어 연간 1411억 원(작년 기준)을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도 무엇 하나 챙겨온 것이 없다. 북한은 남측이 제공하는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액 몇 배나 되는 '조건 없는 지원'을 믿고 이제 국제기구의 구호활동마저 거부하는 지경이 됐다.
우리는 국군포로·납북자 한명 되돌려보내지 않고도 한해 2∼3조 안팎의 지원을 챙겨가는 북한의 오만을 보면서 국민은 과연 누구를 원망해야 할 것인지 당혹스러울 것이다.
대북문제와 관련하여 그간 '민족'과 '민족공동체'라는 말을 가장 많이 사용해온 정치인이 '정동영'이다.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반세기 넘게 이어온 동맹국 미국과의 공조체제에는 번번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면서 한시도 적화(赤化)통일 야욕을 버리지 않고있는 북한에 '민족공동체 운운'하며 비위를 맞추려하는 것은 정상일 수가 없다.
그는 정작 통일에 대해서도 대남(對南) 적화통일을 명시하고있는 '노동당 규약 철폐'에 관해 북한당국에 말 한마디 건넨 적도 없으면서 "한반도 통일은 제도적 통합을 이룬 유럽연합(EU)과 기능적 통합을 거둔 대만·중국의 모델을 적절히 병행하여 이뤄져야 한다"고 큰 그림 그리기를 즐긴다.
일찍이 "언제까지 남방 3각동맹의 틀에 갇혀 있을 수는 없다"고 말한 사람 역시 그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의장 자격으로 한 말이었다. 그것은 단적으로 말해 미국·일본과 중국·북한이 대립하는 양상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 장관의 문제의식 표적이 중(中)·북(北)·러시아가 아닌, 미일(美日)의 동향에 있음을 미루어 알 수 있다.
북한이 주장하는 평화협정 논의를 우리 정부가 수용하도록 주도적 역할을 한 사람도 '정동영 장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것이 순수한 목적이 아니라, 주한미군 철수를 겨냥한 성동격서(聲東擊西) 식의 주장임을 그가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그의 돌출행동은 계속되고 있다.
그는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를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하겠지만, 자신의 돌발적 결정들이 유교식 세습 전제군주제의 북한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엄청난 오판이다.
그의 언행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국민은 들러리가 되어있을 뿐, 그가 '범국민적 합의'를 중시하고 있다는 단서는 어디에도 엿보이지 않는다. 그것이 그가 몰고 오는 '결정적인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금의 대북(對北) 유화정책이 그 예일 것이다.
정동영 장관은 과연 대북관계 개선에 올인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대북(對北)문제를 빌미로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하고서 북풍(北風)을 기대하며 대선(大選) 주자(走者) 역할에 올인하고 있는 것인지, 그것부터 밝혀야 한다. (konas)
정 준(코나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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