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辯 성명 "법무부장관의 퇴진을 요구한다"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하여
강정구 교수의 사법처리에 대하여 일부 시민단체 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사법처리 반대의견이 제시되고 있는데 우려를 금치 못하던 중, 어제 천정배 법무부장관은 강 교수에 대해 불구속수사를 하라고 검찰총장에게 건국 이래 첫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였다.
이 사안은 단순한 양심의 자유 및 학문의 자유에 관한 것이 아니다. 강교수는 강의, 강연, 기고 등을 통하여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북한정권이 주도하는 통일이 정당성이 있다는 주장을 계속하였고, 이는 국가의 존립을 직접적으로 위태롭게 하는 행동을 한 자를 처벌할 것인지의 문제이다.
형사소송법의 불구속 원칙을 들어 강교수도 불구속으로 처리되어야 한다는 것은 정치적 의도를 법논리로 감춘 궤변에 불과하다. 법무부장관은 조사가 끝났고, 일정한 직업이 있으므로 불구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나, 현재 구속기소된 일반형사범의 경우에도 최소한 반수 이상은 조사가 끝나고 일정한 직업이 있을 것인데, 왜 그들은 구속기소를 하고, 강교수는 불구속처리되어야 하는가? 장관이 이전에 엄정한 법집행을 주장하였던 사람들은 일정한 직업이 없었단 말인가?
법무부장관이 구체적인 사건에 관하여 검찰총장을 지휘할 수 있다는 검찰청법의 규정은 검찰권의 독립을 위한 규정이지 검찰권을 정치권에 복속시키기 위한 규정이 아니다. 검찰권의 행사가 정치권력과 구분하여 독립적으로 행사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법무부장관 스스로 재야시절부터 하여 온 주장이고, 이를 위하여 이 정권하인 2004년 1월 검사가 상급자의 부당한 지휘감독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검찰청법을 개정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강교수 사건에 관하여 헌정사상 초유의 지휘권행사를 법무부장관이 한 것은 법정신을 몰각한 정치행위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강 교수 사건의 처리를 둘러싸고, 갑자기 열린우리당의 여러 의원들이 불구속을 주장하기 시작하였고, 그 후 이번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가 이루어진 것을 둘러싸고, 세간에서는 남북정상회담과 관련된 정지작업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만일 그러한 정치적목적을 위하여 정당한 법집행을 가로 막은 것이라면 이는 법치주의의 헌법정신을 정면으로 침해한 것이다.
강 교수에 대한 범죄혐의는 대한민국 헌법의 기본이념이자 인류보편의 가치인 국가의 정체성(자유민주주의, 자유시장경제)에 관한 문제로서 헌법상 학문의 자유나 양심의 자유에 의해서 보호되는 영역을 이미 벗어난 것이다. 그러한 사건에 관하여 법무부장관이 구체적 지휘권행사를 들어 불구속 수사를 지시한 것은 검찰의 독립성,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앞으로도 그와 같은 행위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법무부장관은 이에 책임을 지고 즉각 물러날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검찰총장은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에 대하여 단호히 반대함으로써 정치권력의 외압으로부터 검찰권을 수호하고, 더 나아가 헌법이 보장한 국가 기본가치를 보호해야 할 책무가 있다. 만일 검찰총장이 법무부장관의 이번 지시에 순응한다면 검찰은 정권의 시녀로서 전락함은 물론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기본가치가 현저히 훼손됨으로써 엄청난 국가적 혼란이 야기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2005. 10. 13.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강훈, 이석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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