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의 날’
오늘은 유엔 탄생 60돌을 맞는 날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세계는 다시는 전쟁 없는 세계를 갈망하며 ‘국제 평화와 안전 유지’ ‘인류의 진보와 협력’이라는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1945년 10월24일 유엔을 탄생시키고 이날을 ‘유엔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한국은 유엔군이 한국전쟁에 참전한 것을 기리는 뜻으로 1973년 대통령령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으로 이날을 유엔의 날 기념일로 정했다. 초기에 우리는 이날을 기념하고 유엔에 존경과 감사를 표시하기 위해 전국적인 기념 행사를 거행했으나 해가 갈수록 한국유엔협회 등 관련 소수 단체의 기념 행사, 유엔묘지 헌화 등 국한된 행사에 그치며 대다수 국민에게는 잊혀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금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는 한국전쟁 때 유엔군 총사령관이었던 맥아더 장군 동상 철거를 주장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가 하면, 모 대학 교수가 “한국전쟁은 민족 통일 전쟁이었고 미국의 개입이 없었으면 빨리 끝났을 것”이라는 황당무계한 궤변을 늘어놓아 그 처리 과정에서 정치·사회적 논란을 초래한 바 있듯이 우리를 지켜 준 유엔과 유엔군 자체를 부정하려 하고 있다.
일전 한 인터넷 신문에 게재된 기사다. 최근 유엔 창설 60주년 기념 행사를 준비하던 한 단체가 식전 행사에 서울 모 대학 민속 공연패의 공연을 요청했는데 그 대학생들이 “유엔군이 우리를 도와줬나요? 유엔군에 대한 평가는 오늘날 다릅니다. 저희와는 노선이 달라 공연에 응하지 않겠습니다”라며 공연 참가를 거절했다고 한다.
이 지구상에서 유엔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나라는 대한민국일 것이다. 북한 공산군의 기습 남침을 받아 우리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와 같이 위태롭게 되자 유엔은 한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유엔 창설 이래 처음으로 전투부대 지원 16개국, 의무 지원 5개국 등 21개국의 부대를 유엔의 깃발 아래 파견했다. 그리고 세계 48개국이 4억7500만 달러 상당의 기부금과 물품 등을 지원했다. 당시 총 59개 유엔 회원국 중 소련 진영 공산 국가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가 한국을 지원한 셈이다.
이들 유엔군은 자유와 평화 수호의 십자군으로 이국의 산하에서 수많은 사선을 넘나들며 공산 침략자들과 맞서 싸워 대한민국을 구했다. 이 과정에서 15만여 명의 유엔군 용사가 고귀한 생명을 잃거나 부상했다.
지난 4월 필자는 한국을 53년 만에 방문한 영연방 유엔군 참전 용사들을 안내해 부산에 위치한 유엔기념공원 전몰 용사 묘역에서 헌화 행사를 한 적이 있다. 헌화를 마치고 한 참전 용사가 “놀랍게 발전한 한국의 모습을 보니 먼저 간 동료들이 자랑스럽습니다. 그들의 희생이 한국에서 이렇게 훌륭한 꽃을 피웠으니까요”라며 한국전쟁 참전을 큰 보람으로 생각한다는 말을 했다.
이처럼 알지도 못하는 나라를 위해 싸운 유엔군 참전 용사들도 한국전쟁을 기억하고 유엔군의 일원으로 참전했음을 보람으로 생각하는데 당사자인 우리 국민들이 유엔과 유엔군의 고마움을 잊어서야 되겠는가.
오늘 ‘유엔의 날’ 이 유엔군의 고귀한 희생과 고마움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konas)
김철웅 (재향군인회 국제협력실장, 예비역 해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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