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북한인권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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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조사 및 기록보존소의 입법과정 및 전망
1. 왜 북한인권법인가?
1) 북한인권법은 “최소한의 양심”이다.
북한 전역이 곧 거대한 수용소다. 인권은 고사하고 체제수호와 선군노선 앞에 굶어죽지 않을 권리조차 외면당하는 형편이다. 북한 동포들의 피맺힌 고통을 외면하는 것은 최소한의 양심을 포기하는 것이다. 악에 침묵하는 것은 악의 공범자와 다름없다. 역사적 범죄행위이다.
2) 인권은 인류보편의 최고가치이다.
국제사회에서 북한인권문제는 이미 단순한 의혹의 문제가 아니다. 인권침해에 대한 객관적 증거들이 넘치고 있다.
EU 국가들이 주도한 대북인권결의안이 2003년부터 3년 연속으로 유엔인권위원회에서 통과되었다. 최근에는 EU 국가들이 주도하여 191개국 전체 회원국이 모이는 유엔총회에 대북인권결의안을 제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대북인권결의안에 따라 선임된 비팃 문타폰 북한인권특별보고관도 유엔총회에서 북한인권의 심각성에 대하여 보고한 바 있다. 국제 NGO들은 각국 중국대사관 앞에서 탈북자 송환반대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며, 최근 7월 19일 워싱턴에서는 프리덤 하우스 주최로 대규모 북한인권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2004년 10월 4일 미국하원에서 “북한인권법(North Korean Human Right Act of 2004)"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2004년 7월 21일 하원의 첫 의결, 같은 해 9월 28일의 상원 수정 의결, 그리고 10월 4일 하원의 재의결 등 3번 모두 여야 만장일치 찬성이었다. 일본에서도 민주당이 올해 2월 25일 “북한 인권침해 구제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자민당도 “북한인권법(가칭)”을 마련하고 있는 중이다.
국제사회가 이처럼 북한의 인권 개선을 강도 높게 요구하는 것은 인권이 인류 보편의 최고 가치이기 때문이다. “인권에는 국경이 없다”(Human rights have no borders)는 국제인권법의 기본 권리를 배척하고서는 어느 국가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바로 설 수 없다.
3) 북한인권은 “북한문제 해결의 열쇠”이다.
북한 문제는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군사·안보문제다(핵, 미사일, 생화학무기). 둘째는 경제문제(빈곤, 영양실조, 아사)이고, 셋째는 인권문제다. 이중 어느 것 하나 시급하지 않은 것이 없겠지만, 핵심은 인권문제이다. 기본적 인권이 보장된다면, 핵문제나 경제문제도 모두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인권을 보장하는 민주국가라면 주민들의 기본적 생존을 외면한 채 세습독재 체제유지를 위한 핵개발에 골몰할 리 없다.
세계인권선언 제13조 2항은 “누구든지 자기의 조국을 떠날 권리를 가진다. 또 돌아갈 권리도 가진다.”라고 선언하고 있다. 먹을 것을 찾아 중국 땅이든, 남한 땅이든 이동할 권리가 보장되었다면 수백만의 북한동포가 굶어죽는 비극은 없었을 것이다.
4) 북한인권은 “자유․인권 통일”을 위한 선결과제이다.
대북정책의 최종 종착점은 “통일”이다. 그러나 “무조건적 통일”, “통일을 위한 통일”은 안 된다. 통일은 자유, 인권, 선진화를 위한 통일이어야 한다. 올바른 통일을 위해서는 역사적 실험이 끝난 공산주의를 배격해야 한다. 국제적 고립을 초래하는 주체사상도 안 된다. 평화를 위협하는 핵,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는 반드시 제거되어야 한다. 북한은 개혁․개방의 길로 나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의 인권개선, 민주화가 선결과제이다. 우리가 치열한 민주화 과정을 겪었고, 시장경제를 정착시켰듯이, 북한주민들도 스스로 민주화를 쟁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2. 북한인권법의 주요 내용
나는 지금까지 모두 5건의 북한인권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북한인권법안(‘05.8.11)”,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04.9.24)”, “국군포로대우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05.6.23)”, “납북피해자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05.6.24)”, “남북 이산가족 생사확인 및 교류촉진에 관한 법률안(’05.9.28)”이 그것 이다. 기본법에 해당하는 “북한인권법”은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국가의 기본 책무와 ▲북한인권개선위원회, ▲북한인권자문위원회,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설립 등의 제도적 장치를 규정하고 있다.
북한인권법을 마련하면서 특별히 고민했던 사항 두 가지를 소개한다.
1)북한주민은 대한민국 국민이다.(제3조제1항, 제10조)
먼저 대한민국 북한인권법은 북한 주민이 대한민국의 국민임을 전제로 출발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 헌법에 의하면 북한주민은 대한민국 국민이다. 실제로 탈북자들이 남한에 입국하면, 별도의 국적 취득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주민등록만하면 국적을 가지게 된다. 조선족이나, 다른 외국인과는 전혀 다르다. 국적을 이미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별도의 국적 취득 과정이 필요 없는 것이다. 북한에 대한민국 권력의 힘이 미치지 않는다 하여, 북한 주민들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 할 수 없다. 따라서 북한 주민들에게도 궁극적으로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누릴 권리가 있으며, 우리 정부는 이를 최선의 노력을 다할 의무가 있다. “북한인권법안”에는 이러한 취지를 담기위해 노력했다(제3조제1항 및 제11조).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8월 19일에서야 북한인권특사를 선임했다. 일본 역시 북한인권법 제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북한 인권문제는 자국민 보호의 문제이며, 통일의 문제다. 당연히 우리가 직접 당사자로서 북한인권 개선에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
2) 북한인권기록소 설치(제9조)
제9조(북한인권기록보존소) ①북한 내에서의 인권침해 사례와 그 증거를 체계적으로 수집․기록․보존하기 위하여 국가인권위원회에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둔다. ②통일부, 외교통상부, 법무부, 국가정보원 등은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업무에 협조하여야 한다. ③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소관업무에 대한 연차보고서를 발간하여야 한다.
④그밖에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우리는 북한에 대해 너무나 잘 안다고 착각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가 북한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은 별로 없다. 북한의 총 인구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다. 식량이 얼마나 생산되는지도 정확히 모른다. 추정할 뿐이다. 당연히 체계적인 정보 관리가 될 수 없다.
인권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여러 경로로 북한 정권의 인권침해 범죄에 대한 정보가 입수되고 있으나. 따로 국밥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려는 노력을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정부는 탈북자들의 인권참상에 대한 증언에 대해 신빙성이 없다고 일축하기 바쁘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각종 경로를 통해 입수되는 북한인권 참상에 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 보존하는 기능을 맡게 될 것이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1961년 11월 24일 동서독 접경지역 도시인 잘츠기터에 설치한 서독 “중앙범죄기록소(Zentrale Erfassungsstelle)"를 모델로 삼은 것이다. 주 법무부 산하에 설치된 중앙범죄기록소는 동서독 분단 이래 동독이 저질러 온 동독 탈출기도 주민 살상행위와 납치․구금 등 동독 정권의 각종 인권탄압 범죄행위를 기록하고, 그 증거자료를 수집․보존하는 곳이었다. 독일이 통일되기까지 이곳에서 30년간 약 4만 건의 동독정권의 범죄행위를 수집했으며, 1991년에는 30년간의 활동을 하나의 보고서로 묶어 발간하기도 했다. 중앙범죄기록소는 서독의 법률이 동독에도 법적효력을 미친다는 상징적 존재였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설치하려는 취지도 마찬가지다.
현실적으로 우리 사법권이 미치지 못하지만, 대한민국의 법률과 인도주의에 위반하는 불법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와, 미래 통일 후에도 반인권적 범죄 행위자에 대한 처벌의지를 천명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북한의 인권침해 행위자에 대하여는 강한 경고가 될 것이요, 억압받는 북한 주민에게는 희망의 등불이 될 것이다.
통일독일의 초대 총리인 헬무트 콜 총리가 2000년 9월 통일독일 10주년을 맞이해 개최된 “유럽과 독일통일”이라는 회의에서 “중앙범죄기록소는 통일이 반드시 도래할 것이라는 확신 속에서 11개 모든 주가 동의해 세웠으며, 잘츠기터 기록소는 그 존재만으로도 동독 지도부에 공포심을 유발시켰고 정의를 추구하는 모든 독일인에게 희망을 주었다”고 밝힌 바 있다.
대한민국에 왜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설치해야 하는지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지 않은가?
3. 북한인권법의 국회통과 전망과 과제
북한인권법이 우리 국회를 통과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노무현 정권은 여전히 북한 인권문제의 거론을 회피하고 있다. 정부는 2003년 유엔인권위원회 대북인권결의안에는 불참하더니, 2004년과 올해에는 기권해 버렸다. 미국 의회에서 북한인권법이 심의 중이던 작년 9월 2일 열린우리당 의원 25명이 미국 북한인권법 제정에 반대하는 서한을 미 대사관에 전달하기도 했다. 여권의 책임 있는 정치인조차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특정국가의 정략적 목적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국회에서는 탈북자 증언 한마디 듣는 것, 전 세계에 방영되고 다른 나라 국회에서는 모두 상영된 북한 공개처형 동영상 한 번 틀어보는 것도 언성을 높이며 싸워야 겨우 할까 말까한 형편이다.
그렇다고 낙망하고 있을 일도 아니다. 최근 들어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가 상당히 고조되고 있다. 대학생들이 북한인권에 침묵하는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규탄시위를 하고, 변호사 협회에서도 북한 인권문제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종교계, 시민․사회단체들도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지난 10월 14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북한인권법 국회통과촉구 대회>가 열렸다. 저를 포함한 국회의원 7명과 25개 NGO가 공동주관했다. 600명 이상의 참석자들이 대회의실을 가득 채웠고, 북한인권법의 조속한 국회통과를 촉구하는 결의문도 채택했다. 최근 기독청년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북한인권법의 통과를 촉구하기 위한 국회의원에 대한 캠페인을 계획하고 있기도 하다.
북한인권법이 국회에서 통과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 종교계, 법조계 등 북한인권의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사회 제 세력들의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의 북한인권법이 재미교포사회와 종교계, 인권단체들의 치열한 청원운동에 힘입어 통과되었듯이, 한국의 국회의원들에게도 북한인권문제에 소홀히 하면 다음 선거에서 낙선을 각오해야한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저는 이러한 노력들이 반드시 결실을 맺을 것으로 확신한다.
변화의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북한인권에 대해 침묵과 궤변으로 일관해 온 여당의원들 중에서 문제의식을 보이는 분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민주화를 위해 치렀던 대가가 얼마인가? 홀린 는 또 얼마인가? 옳은 길에는 반드시 고난이 따른다. 그러나 반드시 승리한다.
김문수 (한나라당 국회의원, 통일외교통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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