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인권탄압 묵인은 범죄방조 행위
유럽연합(EU) 등이 제출한 북한 인권상황에 대한 결의안이 우리 정부가 기권한 가운데 유엔 총회에서 통과됐다. 대북 인권결의는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2003년부터 3년 연속 채택되었으나 유엔총회에서 채택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통과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유엔총회가 북한 인권에 대해 지속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외교적, 심리적 파급효과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노무현 정부는 기권의 이유에 대해 "북한 인권문제는 대북정책의 전반적 틀 속에서 여타 주요 우선순위와 조화를 이루면서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변명하였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대북정책의 전반적 틀이란 정치, 외교, 군사, 경제, 사회문화, 인도적 분야 등에서의 남북관계 개선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 정부는 대북경제협력은 앞세우면서도 인도적 분야의 협력과 관련해서는 간헐적 이산가족 상봉에만 그칠 뿐 납북자, 국군포로 송환이나 북한 인권문제 등에 대해서는 일체 외면하고 있다. 제대로 된 대북정책 이라면 경제지원과 인권문제를 연계시키거나 아니면 동시병행 하는 것이 순리임에도 불구하고 양자 사이에 우선순위와 우열을 두어 인권문제를 기피하는 것은 균형감각을 잃은 처사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또 정부는 인권문제 거론을 통한 대북압박은 남북관계 경색과 같은 부작용만 초래한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박정희, 전두환 정부때 북한이 무장공비와 공작원을 내보내 우리 국가원수를 시해하려할 무렵에도 남북대화는 지속되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물론 우리가 인권문제를 제기할 경우 남북관계는 경색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사업 등을 통해 남한으로부터 경제적 혜택을 크게 받고 있는 상황에서 경색상태가 오래 갈 수는 없다. 현재 북한의 처지가 워낙 다급하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남북 간에 이뤄낼 중요한 많은 문제가 있어 정치적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 인권문제를 정치적으로 다루겠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인권문제는 정치를 초월해서 다루어야지 거기에 정치적 요소를 개입시킬 때는 이미 인권의 의미는 상실되고 만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김정일 정권이 인권문제를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정부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2001년 국가인권위원회를 설치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국가보안법 위반자들에 대한 과거 인권 침해 실태를 조사하고 심지어 적화통일론자들의 인권까지 챙기고 있다. 그런 인권위원회가 북한 동포의 인권에 대해선 애써 모른척하니까 김정일의 비위를 맞추는 데만 신경 쓴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정부는 이처럼 북한인권결의안에는 연속 기권하면서도 미얀마에 대한 유엔총회 인권결의안에 대해서는 2003년 공동발의자로 참가한 이후 계속 지지 입장을 밝혀오고 있다. 사실 미얀마의 경우 야당 지도자들에 대한 탄압과 종족갈등에 따른 학살문제가 쟁점이 돼있어 인간지옥인 북한과 같은 선상에 인권문제를 올려놓고 다룰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정부가 같은 민족인 북한인권문제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하면서도 다른 민족인 미얀마 결의안에는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전도된 사고방식이 아니고서는 결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이처럼 정부의 기권 이유는 논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음에도 자기 변명만 늘어놓으면서 북한 인권 개선의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고 입도 벙긋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김정일의 비위맞추기를 통해 남북정상회담을 구걸하려는데 있다고 보여진다. 노무현 정부는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문제를 핑계로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후 그것을 통해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굳히려는 계산을 하고 있을는지 모른다.
특히 현 정부실세들과 386세대들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하에서 이른바 민주화 투쟁을 벌이면서 '개혁', '민주', '인권' 등을 자신들의 트레이드 마크인양 주창했던 장본인들이다. 그런 그들이 이제와서 2300만 북한 동포들이 겪는 인간이하의 처절한 상황을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것은 반민족적이요, 반통일적인 행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인권은 거론할 때 개선이 있을 수 있다. 침묵은 범죄방조 행위일 뿐이다. 그럼에도 김정일의 눈치만 살피고 기권한 한국정부의 태도가 국제사회에 어떻게 비쳐질지 또 통일이 되는 날 인권탄압의 질곡에서 시달린 북한 주민들이 우리를 위해 무엇을 했느냐고 물을 때 어떻게 대답할 것인지 생각해 봐야할 것이다. (Konas)
송영대 (평화문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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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24 오후 1:55: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