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지도층의 反韓 감정, 가볍게 봐선 안된다
이와 관련, 조기 작전통제권 환수방침 언급도 문제다
최근 미국 워싱턴 지식인층의 ‘反韓 인식’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는 소식이 언론에 자주 소개되고 있다. 그런 흐름은 대략 두 가지로 집약된다.
하나는 현 정부 들어 한미동맹관계가 계속 곪아터져 왔음은 주지하는 바와 같지만, 근자에는 전에 없던 ‘조롱 섞인 비판’이 자주 터져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피터 브룩스 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부시 1기 행정부에서 국방부 부차관 역임)이 10월 21일자 LA타임스 기고문에서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 동상 철거 논란을 언급하면서, “은혜를 저버리는 자보다 나쁜 건 없다. 금주의 ‘배은망덕 1등상’은 한국이 차지함직하다.”고 한국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에 앞서 케이토(CATO) 연구소의 덕 밴도 선임연구원은 17일자 ‘이성(Reason, 중도보수 월간지)’ 최근호를 통해 “한국은 미국에 의존하는 사회보장의 여왕(welfare queen)”이라고 일갈 했다. 한국은 ‘소득이 넉넉하면서도 저소득층 사회보장보험금을 불법으로 받아내 호화롭게 사는 사람’과 같다, 즉 미국의 대한 안보공약과 노력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는 주한미군에 대해서는 “미국에는 세금을 축내고, 한국에선 인기가 없는, 양국에 불필요한 존재”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다른 하나는 종전에는 공화당 인사들 사이에 주로 보이던 반한 감정이, 이제는 민주당 핵심부로 확산되는 징후까지 포착되고 있다는 것이다. 10월 25일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상원의원이 한국은 은혜를 모르는 배은망덕한 나라, 6·25를 벌써 잊었는가 라고 직격탄을 날린 것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차기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한 사람으로 거론되고 있는 힐러리 여사인 만큼, 만일 그녀가 다음 미국 대통령에 선출될 경우 지금부터 30년쯤 전에 지미 카터가 했던 것처럼 급작스럽게 대규모 철군을 단행할른지도 모르겠다(이와 관련,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 검토(GPR)에 따라 앞으로 10년 내에 주한미군 지상군이 대부분 철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기사는 주목을 요한다. 물론 미국이 당장 주한미군 철수를 단행하지 않겠지만, 미국은 어떤 경우가 벌어지더라도 절대로 미군을 한반도에서 빼내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해선 안될 것이다.
아무튼 이 같은 반한 감정이 섞인 미 지도층의 발언, 한국인의 부정적 대미 인식에 대한 비판이 줄줄이 터져 나오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은 첫째, 친북․반미 좌파세력의 맥아더 동상 철거 기도와 그에 대한 우리 정부의 안이한 대응(노무현 정부의 강정구 교수에 대한 불구속 결정 포함)과 둘째, 북한보다 미국이 한국민들에게 더욱 위협적 이라는 여론조사 결과 등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식자층, 특히 한반도정책 결정에 영향을 주는 지식인들이 더는 한국의 반미적 태도를 인내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지난 10월 21일 제37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 폐막시 채택된 공동성명에서 작전통제권 협의에 대한 적절한 가속화 추진을 명시한 이후 정부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는 느낌이다. 지금부터 한달 조금 더 전에 고위 정부당국자가 10년내(늦어도 2014년 이내) 전시 작전통제권의 환수방침을 언급(연합뉴스 10월 28일자)한 것도 미국내 반한감정 고조 분위기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핵문제가 아직 미해결의 난제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아니 앞으로도 상당 기간 그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군 작전통제권의 조기 환수 방침 발표는 시기상조라고 하겠다.
혹자는 작전통제권 그 자체보다는 이런 발표가 갖는 상징성에 더욱 우려하고 있다. 즉, 한·미동맹이 근본에서부터 흔들리고 있고 6자회담에서 북핵문제 해결과 관련하여 한·미 양국이 중요 사안에서마다 충돌하고 있는 이 때, 꺼리낌 없이 그런 방침을 발표하는 것은 조만간 한국이 전격적으로 한·미동맹을 해체할 것이라는 폭탄선언을 할 수 있음을 예고하는 것으로 미국이 받아들일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주한미군의 존재와 한·미 연합사의 한국군 통제권은 바로 한·미동맹의 상징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리 있는 이야기라고 본다.
좋은 관계를 유지할 때, 예쁘게 보일 때는 무슨 말을 해도 귀엽게 느껴지고 밉상으로 보일 때는 아무리 잘 하려는 노력도 억지아부처럼 느껴지는 것이 인지상정일 것이다. 지금 한국은 '자주외교'라는 이름 하에 또는 대미 포퓰리즘의 과잉으로 지나치게 밉살스럽게 보이는 것은 아닐까? 또 불필요하게 미국을 자극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깊이 숙고해야 할 것이다.
그간 우리 사회 일부의 극렬 반미좌파들에 의해 유포됐던 선동적인 언사, 즉 “북한보다도 주한미군이 한국에, 한반도 평화에 더 많은 위협이 된다”는 말은 미국과 주한미군을 공히 모독하는 발언이라고 봐야 한다. 미국은 주한미군이 2천만 민중의 인권을 탄압하는 김정일 독재세력, 대남적화를 기도하는 공산세력으로부터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지키는 ‘평화의 사도’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미국의 일부 식자층에서는 속으로 “정말 한국에 위협이 되는 것이 어떤건지 보여줄까”라고 생각할런지도 모르겠다. 전쟁억제력으로서의 주한미군의 존재가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게 아니라, 미군이 한국에서 전격적으로 빠져 나갈 때 그때야말로 진정 한반도 평화가 위협받는 것은 아닐까? 왜냐하면 미군이 한국에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에서 말도 안 통하는 북한과 씨름하기보다는 외과수술적 폭격을 통해 북핵시설을 폭파하고 또 평양의 지휘부를 맹강타하여 김정일을 제거하는 방안을 보다 손쉽게 강구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군이 빠져 나가고 한미동맹이 해체 혹은 빈사상태에 있을 경우라면 미국이 ‘한국’(특히 친북좌파적, 반미적 정부라면 더더욱 말할 것도 없다)의 눈치를 볼 필요는 사라지게 된다. 미국은, "북한은 한국과는 다른 별개의 주권국가"로서, 핵확산금지조약을 두 번이나 탈퇴하는 등 국제평화를 중대하게 위협 또는 파괴하는 불량국가라고 규정하면 그뿐이기 때문이다(이와 관련해서, 라이스 미 국무장관 등 미국의 '북한 주권국가 인정' 발언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 이것을 대북 유화조치 차원에서만 봐선 안될 것이다. 중/장기적 차원에서 여러가지 복선이 깔려 있는 전략적 발언임을 유념해야 한다).
필시 앞으로 한국에서 전쟁이 터진다면, 그것은 미국과 우파애국세력이 아니라, 미군 몰아내기에 여념이 없는 북한과 친북·반미·좌파세력이 그것을 추동하는 결정적 원인제공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시나리오는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이 같은 사태의 발생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 주한미군과 한국군 작전통제권에 대한 일부의 신중치 못한 발언들의 남발을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다.
386 집권세력들에게 묻고 싶다. 지금 주한미군 흔들기나 작전통제권 환수문제 거론을 통해 진정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프리존)
제 성 호(중앙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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