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산업 세계 1위, 선복량 세계 8위, 부산항만 세계 3∼4위권, 해운선사 경쟁력 세계 5∼10위권’.

 모 계간지 겨울호 특집 ‘한국 해양력(Sea Power)의 현주소’라는 기사의 제목이다. 우리나라의 조선산업은 정부의 중화학공업 육성 정책에 힘입어 세계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1970년대 초 이래 79년에 세계 2위로 부상했고 2000년 이후에는 세계 1위에 올랐다고 이 잡지는 소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해양력이 세계에 우뚝 선 것 같아 한국이 올림픽 첫 금메달을 땄을 때 온 국민이 느꼈던 감동 이상의 감동과 해양 강국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해양력과 관련해 임진왜란은 우리나라와 일본에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임진왜란 초기 해전에서 이순신 함대에 연전연패하던 일본은 원균이 지휘하는 조선 수군과의 칠천량 해전에서 승리, 남해의 제해권을 가지게 된다. 일본은 이를 조선 침공 전략을 실현할 기회로 보고 서해로 진출을 시도, 그 유명한 명량 해전이 벌어진다.

 그러나 이순신 함대가 12대133의 절대 열세 속에서도 기적과 같은 대승을 거두게 되자 일본은 서해를 통한 수륙 병진 계획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따라서 전쟁 전체의 양상이 완전히 바뀌게 됐다. 만약 임진왜란 때 일본이 육전은 물론 해전도 충분히 준비, 제해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면 조선은 물론 중국까지 영향권 안에 두어 동북아시아의 역사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상상하게 된다.

 임진왜란의 해전 승리 이후 조선 조정에서 국방 태세를 논할 때마다 수군의 역할 강조와 외부 침략을 해상에서 저지해야 한다는 적극적인 해방론(海防論)이 대두하게 됐다. 그 한 예가 광해군 때 이산해가 상소를 올려 “수군은 우리나라의 장점이므로 예비하는 것이 오늘날 서둘러야 할 급선무”라고 지적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는 그때뿐이었다. 해양의 중요성을 외면하고 지내던 조선은 결국 나라를 잃어야만 하는 뼈아픈 역사를 기록했다. 너무 값비싼 교훈이 아닐 수 없다.

 역사의 교훈이 닿아서인가. 우리는 늦게나마 해양으로 눈을 돌려 지난 30여 년 동안 조선·해운·항만 산업 등 각 분야에서 기적적인 발전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해양 강국이라 하기에는 많은 분야에서 부족한 면이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미래의 해양 선진 강국 대한민국의 위상은 지속적인 국민들의 관심과 정부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전 어느 해양력 관련 세미나에 참석했을 때다. 원로 한 분이 “해양수산부장관 출신을 대통령으로 선출한 우리 국민의 혜안(?)과, 그 대통령이 해군 예비역 제독을 국방부장관으로 기용한 것을 보니 우리나라도 해양 강국으로의 앞길이 보인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해양력의 구성 요소인 ‘국민성과 정부의 특징’을 강조하고자 농반 진반으로 한 말일 것이다.

 육당 최남선은 ‘소년’지에서 바다에 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대양을 지휘하는 자는 무역을 지휘하고, 세계의 무역을 지휘하는 자는 세계의 재보(財寶)를 지휘하나니, 세계의 재화를 지휘함은 곧 세계 총체를 지휘함이오.” 정말 새겨 둘 말이다.

 오늘의 해양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발판 삼아 먼 훗날 우리나라 선박들이 5대양·6대주를 향해 힘찬 뱃고동을 울리며 마음껏 누비고 다닐 해양 강국 대한민국을 그리며 힘차게 외쳐 본다.

 “바다로! 세계로! 미래로!”  (konas)

 김철웅(재향군인회 국제협력실장, 예비역 해군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