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반미(反美)가 아닌, 친미(親美)라야 하는가?(4)
이라크 파병- 미래지향적 혜안으로
이라크 파병 결정 이후로도 찬반논쟁이 여전히 뜨겁다. 어떤 관점에서 판단기준을 설정해야 할 것인가. 혹자는 과거 6·25 때 이 곳에서 이 땅의 평화를 위해 희생된 미군 4만5천여 명의 죽음에 보답하기 위해서도 이라크 파병은 당위성을 갖는다고 말한다. 국제적 신의(信義)에 보답하는 것은 도덕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명분론을 잠시 미루어두고, 냉철하고 계산적이며 현실적인 관점에서 실리를 따져보더라도 미국과의 동맹관계 유지가 국제사회에서 살아 남는 길이 될 것이다. 미국은 앞으로도 세계 유일의 절대 최강국으로서의 위상을 지속시켜 나갈 것이고, 세계가 미국 주도의 질서로 재편되어 갈 것임에 비추어 미국과의 견고한 동맹관계 유지가 '우리가 차지할 수 있는 파이'를 최대한으로 키울 수 있는 투자이고, 국익인 것이다.
우리의 이라크 파병은 [과거 미국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서]라는 명분이 아니더라도, [미래의 한미동맹을 위해] [더 큰 미래의 실리 획득을 위해] [최소한 불이익을 자초하지 않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투자이다. 따라서 우리의 이라크 파병은 힘의 논리에 의해 유지되는 국제관계에서 향후 유일의 절대권력자로 존속할 것이 확실한 '미국에의 보험' 성격도 부인할 수 없다. 향후의 국제관계를 예진(豫診)할 때 이라크 파병이 현명한 선택인 것이다.
미국은 이번 전쟁을 '이라크 해방 작전'이라고 했다. 후세인 제거를 통한 이라크 국민을 해방시키자는 것이 이번 작전 목표이다. 터키는 이미 우리보다 한발 앞서 현지에 대단위 병력파견을 결정했고, 일본 역시 파병을 결정하고서 8차례나 현지조사에 나서는 용의주도함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계속 여론의 향방을 지켜보느라고 늑장이다. 고도의 정치적 리더십으로 풀어야 할 과제인데도 이만저만한 '만만디'가 아니다. 우리가 정작 최우선적인 고려사항은 국제사회의 냉엄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한국이 국제외교무대에서 어떤 주장을 펴든 '북한 핵에 대한 미국 매파(派)의 강경 기본정책'을 포기하도록 흔들기에는 역부족이다. 북한의 벼랑끝전술은 여전할 것이고, 중국 일본 러시아는 현 상황을 자국 이익 극대화의 기회로 이용할 것이며, 우리의 발언은 국제사회에서 좀처럼 '힘의 무게'가 실리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미국은 9·11테러 이전의 미국이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싫어도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그것이 일방주의이든 제국주의이든 헤게모니쟁탈전이든 미국은 자국 이익과 안전을 해치는 어떤 움직임도 용납하지 않는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인 것을. 나토(NATO)는 이미 사망한 상태이고, 미소 양극(兩極)체제이던 국제질서는 미국 중심의 단극(單極)체제가 됐다. 로마시대를 제외하고 역사상 세계 1위 국가와 2위 이하 국가군(群)과의 국력 격차가 이처럼 크게 벌어진 적은 없었다. 이런 미국을 오만하다고 비난하는 축도 적지 않다. 우리 입장에서 보자면 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국제사회의 현실이고 헤게모니의 본질이다.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세계의 많은 나라들 역시 그런 이유로 미국의 기대에 부응하면서 '실리 추구'라는 현실주의 노선 아래 국익을 좇고 있다. 우리 역시 이런 와중에서 '무엇이 국익인가'를 심사숙고하고서 실리를 추구해야 한다.
중국은 자국의 대미(對美)무역공세에 대한 압력을 피하고자 중재역을 자청한데 이어 일본은 군사적 파워를 실제화 하고자, 러시아는 국제무대에서의 발언권을 계속 유지하고자 미국의 비위를 거슬리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유독 우리만이 낭만적 민족주의에 젖어 '북한을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는 우물 안 개구리 식 논리를 강변하고 있다. 약소국인 우리가 추구해야 할 덕목은 간교할 정도의 현명한 외교술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는 '키다리들의 농구 축제'에서 게임 내내 볼 한번 만져보지도 못하고 마는 '난쟁이 선수' 신세를 면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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