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 양심이 없어서 군대에 가나"
인권위 '양심병역거부 인정'에 시민들 충격, 반발 거세져
26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한 데 대해 대다수 시민과 네티즌들은 큰 충격을 받은 듯 분노를 쏟아내며 인권위를 규탄하고 나섰다.
인권위가 공식적으로 병역거부 인정 결정을 발표하기 전인 지난 15일 <코나스>가 '社告'를 통해 '인권위규탄 사이버시위' 동참 호소를 한 이후 네티즌들은 매일 수백 건의 게시판 글을 통해 인권위를 비난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시민들도 형평성을 이유로 인권위의 결정에 반대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인권위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26일 부터 27일 오전까지 하루만에 500여 건의 비난성 글이 올라와 있다.
'평범한 시민'이란 아이디(ID)로 글을 쓴 네티즌은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를 않는다며 "부모님의 격려속에 3형제가 현역복무를 모두 마친 우리 집안은 비양심적인 부모밑에서 비양심적으로 배워서 살아온 사람들이군요"라고 자조하며 "공동체를 구성하는 구성원들의 기본요건조차 무시하는 인권위의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궁금합니다. 내가족 내조국 내민족을 수호하는 것은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이 지키고 있는 진리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인권위가) 평범한 진리나 대다수의 국민을 무시하는 판단을 내리는 것이 대단한 일을 하는것으로 착각하고 자부심을 느끼는지 모르겠으나, 가난하지만 열심히 살고 있는 소시민들의 가슴에 아픔과 분노는 더이상 주지말기를 간절히 당부드립니다"라고 인권위를 비난했다.
대학생 남모(27)씨는 "인권위가 말도 안되는 결정을 내렸다. 종교적 신념이 국방의 의무를 앞설 수 없을 뿐더러 군대가 좋아서 가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고 말했다.
회사원 정모(56)씨도 "우리 시절에는 종교 때문에 군대에 안 가는 것은 상상도 못해 봤다. 아무리 세상이 변한다 해도 나라 지키는 것 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고 말했고, 주부 노모(52)씨는 "아들 군대 보내고 마음 편한 부모가 어디 있느냐. 군대를 보내려면 똑같이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고교생 윤모(17)군은 "종교적 신념 때문에 대체복무를 하려는지 병역을 기피하기 위해 양심적 병역거부자 행세를 하는지 어떻게 구분할지 걱정된다"며 "나조차도 전방에 배치될 바에 종교를 내세워 대체복무를 하겠다"고 말했다.
정치 웹진 '프리존'에 자주 글을 올리는 네티즌 '대남문'은 인권위가 주장하는 '양심적'이라는 단어가 병역거부의 정당성을 강하게 풍기는 말이라며 그냥 '병역거부'라는 말로 쓰자고 제안했다.
그는 "'양심(conscience)'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자기의 행위에 대하여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바른 말과 행동을 하려는 마음'을 의미하며, 꼭 사회적으로 공인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더라도 개인적인 도덕적 판단만 확실하면 '양심'이라고 부를 수도 있습니다. 극단적인 예를 들면, 무차별 총기난사로 사람을 살상해도 범인이 스스로 그것이 옳은 일이라는 도덕적 판단을 했다면, 그것은 '양심적 집단학살'이라는 명칭이 가능할지도 모르지요."라며 '양심'이라는 단어는 병역거부자에게 사용할 말이 아니라고 주장했다.(관련기사)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에도 인권위를 비난하는 글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아이디(ID)가 'joy123'라는 네티즌은 "개인의 자유가 중요하다. 하지만 국방의 의무는 헌법에 명시돼 있는데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것은 병역기피의 또 다른 길을 제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또 'wooridury'는 "누구는 살생을 좋아하고 비양심적이어서 군대에 가는 줄 아느냐. 우리가 국방의 의무를 다해 온 국민이 편하게 살 수 있게 하는 것이 더 양심적"이라고 비난했고, 'rourdes'도 "개인의 신앙보다 중요한 것이 국민이고 국가"라고 말했다.
반면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가족, 일부 시민단체 및 네티즌들은 인권위의 결정을 옹호했다.
성우 양지운(58)씨는 "아들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하다 2000년부터 3년간 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했다. 지금이라도 인권위가 대체복무를 인정한 것은 다행이다. 우리 사회는 소수자의 양심을 보듬어야 하며 관용이 없는 법은 폭력이자 무기가 된다"고 말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 최정민 공동집행위원장은 "시민 인권 보호와 신장을 위해 설립된 국가기구인 인권위 결정으로 늦은 감이 있지만 적극 환영한다"며 "국회는 하루빨리 대체입법제 입법 추진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한편 재향군인회는 28일자 조간신문에 인권위의 양심적병역거부권 인정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27일 밝혔다.
향군은 지난 20일에도 "국방의 의무를 일부 종교의 양심에 따라 거부한다는 것은 국민의 도리와 의무를 저버린 반사회적·반국가적 행위"라며 "기회주의적인 징병 거부자들에 대한 병역기피 명분을 제공해 주는 위험한 발상으로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 인권위 권고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었다.
재향군인회 관계자는 이날 "양심병역거부·대체복무제는 그동안 향군이 일관되게 시기상조 임을 주장해 왔고, 국민여론도 압도적으로 반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인권위가 초법적, 反국민적 결정을 내렸다"며 "인권위를 강력히 규탄해야 한다는 회원들의 압력이 거세지고 있어 당분간 추이를 지켜본 후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말했다.(konas)
이현오 기자 konasne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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