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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파병 도덕적 명분 있다 ..소설가 복거일씨

Written by. 정 미란   입력 : 2003-11-04 오전 5:3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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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소설사에 대체역사(AlternativeHistory)라는 새로운 장르를 도입시킨 소설가 복거일이 이라크 파병에 대해 입을 열었다. "만약에 이러저러한 역사적 사건이 다르게 진행되었더라면 (What might have been?)"이라는 가정하에 색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었던 사건을 다룬 과학소설의 서브장르인 대체소설로 문단에 화려하게 등장한 복거일에게 이라크 파병은 또하번 대체역사로 되집어볼 수 있는 역사적인 사건일 것이다.



 

*다음은 소설가 복거일이 미래한국신문에 낸 기고문 전문이다.


이라크 추가파병을 놓고 지금 우리 사회엔 심각한 의견대립이 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추가파병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도, 그를 곁에서 보좌하는 비서들이 드러내놓고 그런 결정을 반대한다는 사실에서 사태의 심각성이 새삼 드러났다. 노 대통령에게서 뛰어난 지도력을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그런 국론 분열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후세인 제거는 세계인류에 유익

이라크파병이 워낙 중대한 사안이므로 이 문제에 관한 국론분열을 누그러뜨리는 일은 무척 중요하다. 안타깝게도 파병에 찬성하는 사람들의 주장들은 그리 잘 제시되지 못해서 반대하는 주장들을 효과적으로 막아내지 못했다.

파병이 옳다는 것을 밝히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파병이 도덕적으로 옳은 일임이 강조되어야 한다. 사담 후세인 정권은 아주 사악한 정권이어서 그 정권을 몰아내는 일은 이라크 시민들만이 아니라 온 세계 사람들에게 좋은 일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연합국들 가운데 하나로 이라크전에 참가했다는 것은 도덕적으로 옳았다.

이제 이라크가 새로운 국가체제를 세우도록 돕는 일도 당연히 도덕적으로 옳다. 미국의 압도적 지위를 두려워하거나 시샘하는 나라들이 갖가지 교언영색으로 세계 여론을 오도하지만 이라크전과 재건사업은 온 세계가 참여해야 할 일이다. 그런 도움을 받아야 이라크가 보다 자유롭고 잘사는 사회가 될 터이고 그런 발전은 세계를 보다 안정되고 평화롭게 만들 것이다.

지금까지 파병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국익만을 내세웠다. 북한의 위협이 크고 그런 위협에 대한 효과적 대처수단이 미국과의 군사적 동맹이므로 이라크파병은 우리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 그런 결정의 대안은 미국과의 동맹을 끊는 길이고 그것은 국익을 스스로 해치는 일이다.

비록 대통령 비서들은 그 길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우리 시민들은 대부분 그 길이 우리를 어디로 이끌지 잘 안다. 동맹의 파기까지 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미국이 이라크 문제에 발목이 잡혀서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게 되면 우리 나라의 안보는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군사작전인 만큼 위험 감수해야

그러나 파병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국익만을 내세우고 반대하는 사람들은 파병이 도덕적으로 옳지 못하다는 주장을 펴다 보니, 어느 사이엔가 ’파병은 도덕적으로 옳지 못하지만 국익 때문에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라는 생각이 널리 퍼졌다. 이처럼 파병 반대론자들에게‘도덕적 고지’를 내주는 일은 보기보다 훨씬 위험하다. 파병이 국익에는 물론 이롭고 도덕적으로도 옳은 일이라는 점은 늘 강조되어야 한다.

다음엔 이라크파병이 위험한 군사작전임이 또렷이 지적되고 널리 인식되어야 한다. 정부는 이라크에 주둔하게 될 우리 군대에 대한 군사적 위협은 아주 적다고 강조한다. 그런 평가가 맞다 하더라도, 그것은 아주 위험한 태도다. 군사작전은 아주 좋은 조건에서도 위험이 따르게 마련이다. 그리고 지금 이라크는 지리나 기후가 우리 군인들에게 낯설고 주민들은 우호적이지 않고 게릴라들과 테러리스트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땅이다. 따라서 우리 군대가 뜻하지 않은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만일 그런 상황이 일어났을 경우 책임문제는 심각해질 터이고 국론의 분열은 더욱 심해질 터이다. 따라서 정부는 군사적 위험이 작다고 강조할 것이 아니라 군사 작전인 만큼 이번 파병도 어쩔 수 없이 위험이 따르는 일임을 지적해서 우리 국민들이 미리 그 점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 온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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