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對北압박'과 '北韓 감싸기'의 사이
북한의 미 달러 위폐(僞幣) 제조·유통 문제를 두고 미국과 우리 정부는 기본적인 사실관계 인식에서부터 그 해법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시각 차(差)를 드러내고 있다. 이로 인해 2006년 벽두부터 한미간에 전에 없던 심각한 갈등이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달러 위조 문제와 관련하여 "타협은 없다"고 단호한 방침을 밝혔다. 부시는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오도록 하기 위해 경제 제재를 해제하거나 중단할 용의가 있는가'라는 질문이 나오자 "6자회담과 북한에 대한 금융 제재는 별개의 문제"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우리는 북한에 우리 돈을 위조하지 말라고 강하게 말하고 있고, 다른 나라들과 북한의 불법행위를 막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령 북한이 남한의 고액권 지폐를 위조하여 불법 유통시키고 있다면 우리로서도 격분해마지 않았을 것이다.
이에 비해 우리 입장은 어떤가. 지난 25일 있었던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내용은 북한의 미 달러 위폐(僞幣) 제조·유통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인식과 해법이 미국과는 크게 괴리되어있음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노(盧) 대통령은 "북한이 위폐와 관련한 어떤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면밀하게 따지는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것은 북한 정부가 위폐를 제조했다는 미국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어느 누구라도 우리 정부의 입장 표명이 미국의 대북 인식과는 현격한 차이가 가로놓여 있음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해법에 있어서도 부시는 정치적 타협 가능성을 일축했다. 북한은 미국의 금융제재를 6자회담에 응할 수 없는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미국은 '대북(對北) 금융 제재가 "불법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압박'이라며 그 정당성을 주장하고 6자회담은 이와 구분하여 진전시켜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미국이 북한 정권을 압박하고자 하는 어떤 의도가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면서 '대북 압박'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북한을 압박하면 한미간 마찰이 생길 것"이라는 경고성 메시지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것은 위폐(僞幣)문제도 북한 핵과 마찬가지로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우리는 정부가 북한당국이 위폐 제조에 개입해왔음을 시인하면서도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유를 모르지 않는다. 남북 대치 상황에서 대북(對北)압박이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수도 있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수도 있다. 또한 미국의 대북(對北) 금융제재가 6자회담의 순항(順航)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지 말았으면 하는 소망도 있었을 것이다.
그것은 또한 이제까지의 전통적 냉전적 국가주의적 인식의 틀에서 벗어나 남북문제를 '민족주의적 사고(思考)의 틀과 관점'에서 해법을 찾아보기 위한 새로운 모색과정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저들은 '우리민족끼리'라는 감성적인 조어(造語)로 남한을 공략하고 있지만, 정작 북한에서 '민족'이라 함은 '김일성 민족' 개념만이 있을 뿐이다. 북한정권이 민족공조를 통일을 위한 '대(大)명제'라고 주장하지만, 저들이 노리는 것은 한국민의 '김일성 민족화'이다. 죽은 김일성을 내세워 남한주민을 '노예민족'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저들의 속내인 것이다.
그런 뜻에서 우리 정부가 '6.15 공동선언'의 1항에 있는 '우리민족끼리'의 볼모가 되어 '북한 감싸기' '북한 비위 맞추기' '북한 눈치보기'로 반세기 넘도록 굳건하게 지켜온 한미동맹체제를 훼절하고 폄하하는 것은 어떤 의미로든 바람직한 일일 수가 없다.
한국전쟁이래 우리의 국가안보는 한미동맹을 통해 효과적으로 확보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북한 다루기 역시 외교적 영역에서 한미공조체제를 축(軸)으로 삼아 한미동맹의 구도를 가일층 발전적으로 진전시켜나가는 것이라야 할 것이다.
중도 좌파(左派)로 지칭됐던 김대중 전 대통령도 작년 4월 여당 중진 일행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강대국 사이에 놓여있는 우리로서는 한미동맹과 한미공조 강화가 중요하다. 그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라고 했음을 국민은 기억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 보장' 역시 미국과 함께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할 명제(命題)라는 것이 김 전 대통령의 소신이었다. 한미동맹체제를 결코 소홀히 하지 않았다.
미국은 앞으로 오히려 대북압박을 강화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미 국무부가 "미국은 위폐·마약 밀거래·돈 세탁 등 여러 행위에 대해서도 미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며, 다른 국가도 유사하게 행동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한 대목이 이를 적극적으로 시사하고 있다.
노(盧)대통령의 북한 감싸기 발언 한마디가 외교적으로 없어도 좋을 파장(波長)을 몰고와 일파만파 확산되거나 후(後)폭풍으로 연계되어 그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오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konas)
정 준(코나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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