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은 우리의 중요자산
이론(理論)은 딱딱하다. 그러나 이론은 숲속의 우리에게 눈앞에 있는 나무보다 숲을 바라보게 해 준다. 동맹에 대한 이론도 한미동맹이라는 현상만 쳐다보는 우리에게 가끔씩 대관소찰(大觀小察)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위협에 공동으로 대처한다는 인식 하에 체결되는 동맹은 반드시 국력이 비슷한 국가끼리만 체결되는 것이 아니라 국력 차이가 나는 국가와도 체결된다. 후자의 경우를 비대칭적(非對稱的) 동맹이라고 부른다. 비대칭적 동맹에서 강대국은 약소국에게 안보를 제공해 주지만 약소국은 그 대가로 자율성의 일정 부분을 강대국과 교환하게 된다. 비대칭적 한미동맹에서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안보를 담보받지만 자율성의 일부를 손상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비대칭적 동맹은 구조적으로 연루(entrapment, 連累)와 방기(abandonment, 放棄)의 딜레마를 겪게 되는데, 특히 약소국은 강대국 요구에 연루되거나 또 강대국으로부터 방기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약소국이 자율성을 지키려다 보니 강대국으로부터 방기될 위험이 있고 방기되지 않으려 노력하다 보면 연루될 수밖에 없게 된다. 또 연루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 방기의 위험성이 증가한다. 결국 비대칭적인 한미동맹에서도 이러한 방기 - 연루의 딜레마를 겪게 된다.
한미동맹이 비록 비대칭적이고 또 연루 - 방기의 딜레마를 갖고 있어 미국의 정책 변화에 한국이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지만, 지난 몇 년간의 안보협상에서 한국은 많은 유연성을 보여 줬다. 주한미군의 감축, 주한미군 재배치, 그리고 이라크 파병 요청 등에 대한 미국과의 협상 과정을 지켜보면서 한미동맹의 균열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었지만 한국은 한국의 위상에 걸맞게 협상했고 그간의 쟁점들은 서로 만족하는 선에서 타결됐다고 본다.
과거 같으면 일방적일 수도 있었던 협상이 호혜적(互惠的)으로 바뀐 이유는 한국의 위상 제고 덕분이다. 비대칭성의 기울기가 완화되면 완화될수록 협상력이 제고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한국을 제외하고 한국의 위상을 제고시키는 데 기여한 실체가 바로 한미동맹이라는 것이다. 한국은 주한미군이 존재함으로써 외부의 위협을 억제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압축 성장을 달성, 세계 12위권의 경제 대국이 됐으며 민주주의를 꽃피울 수 있었다. 결국 한미동맹이 한국의 위상 제고에 기여한 셈이다.
지휘 체계 변경 문제, 자주국방을 위한 전력 증강 등 앞으로도 미국과 협의해야 할 쟁점이 많이 남아 있다. 한미 지휘 체계의 변화와 자주국방을 통한 한국군의 정보력·작전력 향상은 우리의 자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나 방기와 연루의 위험도 뒤따른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또 동유럽 국가들이 21세기에 왜 자율성을 제약당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서로 가입하려고 노력했는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그리고 베트남과 독일의 통일 과정에서 미국이 수행한 역할도 되새겨 봐야 한다. 한국의 위상을 과소평가해서도 안 되지만 미국의 위상과 역할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한미동맹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한국의 중요한 자산이다. 자유민주주의라는 정치적 연대,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한 경제적 동맹, 그리고 제도화한 군사적 동맹을 통해 한국은 미국과 ‘포괄적이고 호혜적이며 역동적인 동맹관계’를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다.
김열수 (국방대학교 교수 ysgold@kndu.ac.kr)
출처 : 국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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