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3월, 北에서 '反金 무장봉기' 일어난다?
감시와 통제가 엄격하기로 세계 최고인 북한에서 외부세력의 개입에 의한 反김정일 무장봉기가 가능할까?
지난 7일자 동아일보는 북-중 국경지역 함경북도 회령시와 온성군, 무산군 등에서 국경경비대원에 대한 습격사건과 경비초소에 대한 총격전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설을 하루 앞둔 1월28일 비슷한 시각에 최소 4곳 이상에서 북한군인이 침투자들에 의해 살해되거나 총격전이 벌어졌고, 침투자들이 버리고 달아난 배낭에서 소총과 탄약, 캠코더, 휴대전화 등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동아일보 기사가 나온 날 오후 기자는 시내 모처에서 탈북자 한 사람을 만났다. 신분노출을 꺼려한 그는 북한군 특수부대에서 일반병 부터 대위 계급까지 십수년간을 복무하다 1999년 탈북해 남한에 정착한 40대 초반의 인물이다. 눈매가 매섭고 건장한 체격을 가졌다. 편의상 그를 박씨라고 부르겠다.
현재 국내에는 많은 탈북자 단체나 북한인권 단체가 있지만 박씨는 이 단체들의 활동에 비판이나 비난을 가하진 않으면서도 그 활동의 효과성에 대해서는 고개를 내저었다. 거리에서 구호 외치며 투쟁하고 성명서 내고 언론 플레이 하는 걸로는 북한주민의 인권 개선이나 북한 사회의 민주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씨는 외부에서 침투한 세력에 의해 북한 내에서 反김정일 무장봉기를 일으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 시점에서 자생적(自生的) 무장봉기가 일어나길 기다리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공작을 자신이 준비하고 있다며 오는 3월 초·중순 경에 북에서 사건(?)이 터질 것이니 지켜보라고 기자에게 귀띰했다.
그러나 아무리 박씨가 북한군 특수부대 출신이라고는 하지만 어떻게 인민군의 철통같은 경계망을 뚫고 북한으로 깊숙히 침투해 들어갈 것이며, 비무장인 그들이 어떻게 무장봉기를 일으킬 수 있을지 궁금했다.
- 기자도 군 생활을 오래 한 사람인데 당신의 계획에 신뢰가 가지 않는다. 만화같은 소리 아닌가?
"기자는 남쪽에서 군 생활을 했지만 난 북에서 했다. 기자 보다 북한 군대를 내가 더 잘 안다. 그래서 나는 가능하다고 판단하며, 나는 가능하지 않은 일은 하지 않는 사람이다."
-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북한 군대는 의외로 허술하다. 김정일이 선군정치(先軍政治)를 한다고 군대를 추겨세우지만 군대가 썩을 대로 썩어 있다. 굶주리고 못 입고 영양실조에 걸린 군인들이 많아 군 내부 불만이 크게 팽배해 있다. 하급부대 일수록 불만이 더 크다. 다만 밖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을 뿐이다.
굶주린 군인들이 민가를 습격해 식량이나 가축을 훔쳐 먹고, 돈 있는 집을 약탈하기도 한다. 마적단 같은 행동이 비일비재하다. 강간도 많고 여자들이 군인을 상대로 매춘도 성행한다. 부대간에 약탈도 많다. 우리같은 특수부대원들이 길거리에서 깨끗한 군복을 입은 일반병들을 보면 여러사람들이 보는 바로 그 자리에서 옷을 빼앗아 입기도 한다.
북한사회 전체가 기강이 무너저가고 있듯이 군대도 이처럼 기강이 해이돼 있다. 따라서 우리가 침투해 들어가기는 더없이 좋은 여건이 조성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담배 5~6갑이면 경계병 한두명은 충분히 녹일 수 있다."
- 당신들은 무장이 돼 있지 않은데 어떻게 무장봉기를 일으킨단 말인가?
"물론 우리도 무장을 하고 들어간다. 돈만 있으면 무기는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다. 러시아로부터 흘러나온 무기도 있고, 중국 연변쪽에 가도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다. 군에서 나온 무기도 많고 사제(私製) 무기도 성능이 군대무기 못지 않다. 다만 돈이 문제다. 그래서 후원자를 찾고 있다."
- 돈은 얼마나 필요한가?
"소총, 중화기, 폭약 등 무기구입과 통신장비 구입 등에 1억 5천만원 쯤 필요할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3월 중순 이전에 소규모로 1단계 작전을 펼칠 계획인데 거기 들어가는 돈이 이 정도이고, 5월 이후 보다 큰 규모의 작전을 펼칠 계획을 하고 있는데 이때는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
- 행동대원들은 얼마나 있는가?
"남쪽에 북한 특수부대 출신 탈북자들이 대략 60~70명 쯤 된다. 그리고 중국쪽에도 특수부대 출신 탈북자가 40여명이 있다. 이들 모두가 나하고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다. 내가 이들을 장악하고 있다고 보아도 된다. 이들을 단계별로 침투시켜 북한 내 反김정일 세력을 규합해서 봉기를 일으킬 계획이다. 김정일 독재에 대한 불만세력이 군과 사회에 많기 때문에 우리의 봉기에 합세할 세력들은 많다고 본다. 反金 봉기에 누가 불을 붙히느냐가 문제인데 우리가 그 일을 하겠다는 것이다."
- 3월에 행동을 한다면서 지금이 2월인데 시간적으로 조급하지 않나? 어느 사이에 反김세력을 조직화해서 거사를 한단 말인가?
"지금 북한내에 우리 동지들이 들어가 활동하고 있다면 믿겠는가? 3월달 행동계획은 이미 오래전에 준비해 왔던 것이다. 황해도 남쪽, 강원도 남쪽, 중국 국경선 부근에서는 우리 휴대폰으로 통화가 가능하다. 동지들과 연락을 취하고 있다.
내가 북한군에 있었을 때 연락병으로서 대대장을 모셨는데 지금은 그 대대장이 상장(중장)으로 있다. 그분하고도 지금 직간접적으로 연락을 취하고 있다. 내가 보내준 남한의 선물들이 그분 집에 많이 있다. 처음엔 그분이 나의 탈북 사실을 알고 무지하게 욕을 했다는데 지금은 나를 이해하고 있고, 남한 사회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군 상층부도 많이 동요하고 있다는 증거다."
- 지금 남한내 대북인권 단체나 탈북자 단체들이 비폭력적 방법으로 북한민주화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당신들은 왜 폭력적 방법을 선택했는가?
"비폭력 만으로는 문제해결이 요원하다. 북한의 민주화, 인권 개선 문제는 시급한 과제다. 주민들이 하루하루 겪고 있는 고통을 생각해 보아라.
우리가 폭동을 일으키려는 것은 북한 내부에 혼란이 빨리와야 외부(미국이나 중국같은 강대국..)개입의 명분이 된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反김정일 폭동이 북한내부에서 일어나야 김정일을 제거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는 것이다. 김정일 독재만 제거되면 인권개선이나 민주화가 보다 빨리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
나는 독재체제 하에서 신음하는 북한주민들의 고통을 잘 안다. 내 부모님도 나의 탈북으로 인해 엄첨난 고통을 당하고 있다. 정부의 햇볕정책이나 북한인권단체들의 거리투쟁 만으로는 북한의 민주화가 이뤄질 수 없다. 이뤄진다 해도 요원한 문제다. 그만큼 주민들의 고통의 시간은 길어질 수 밖에 없다. 이럴땐 폭력이 정의의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 동아일보에 보도된 북-중 국경선 부근 총격사건과 관련이 있는가?
"밝힐 수 없다. 다만 무장투쟁을 통해 북한민주화를 이루려는 세력이 우리 말고도 더 있을 수는 있을 것이다."
- 일부에서는 탈북자들이 돈벌이용으로 북에 들어가 사건을 일으키고 그걸 동영상으로 촬영해 판다는 애기도 있던데...
"나를 의심하는가? 그런 일과 우리와는 전혀 무관하다."
- 남한 당국에서도 당신들의 활동에 대한 감시와 규제가 심할텐데...
"나와 우리 동지들은 목숨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미 보도를 통해 알고 있겠지만 탈북자 정성산 감독이 '요덕 스토리'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은 곳으로부터 엄청난 방해공작을 받고있고, 정신적, 육체적으로도 위협과 협박을 받고 있다는 것을 잘 안다. 정 감독은 자금줄이 막히니까 자신의 장기를 담보하고 돈을 빌려쓰고 있는 것으로 안다.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 실상을 고발하는 뮤지컬 제작에도 이처럼 방해와 박해가 심한데 우리들 계획에야 더 말해 뭐하겠는가. 충분히 예상하고 있는 일이고 따라서 각오가 돼있다. 중간에 뜻을 접을 생각이였다면 처음부터 시작하지도 않았다. 문제는 자금인데 후원자가 없어 고민이다. 여의치 않으면 나와 동지들이 장기를 팔아서라도 일을 추진할 것이다."
정부는 햇볕정책을 통한 대북 지원으로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유도하려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 개혁·개방을 통해 북한 인권도 개선하고 민주화도 이뤄 평화적 통일을 이룩하겠다는 것이다. DJ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정책이다. 따라서 북한의 민주화를 이룩하는 방법론으로 박씨가 기획한 '외세에 의한 무장봉기'가 햇볕정책에는 찬물을 끼얹는 악재가 될 것이다. 그러나 8년여의 대북지원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변화는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여전히 '악의 축', '불량 국가', '범죄 집단'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탈북자 박씨가 기획하고 있는 대북 무장투쟁이 '악에 대한 응징'이라고 본다면 그것은 '정의로운 행동'으로 박수를 받을 일이다. 한 사람의 독재자 보다 2,300만 주민들의 고통을 생각해서 도모하는 폭력이라면 비폭력 보다 더 가치있고 정의로운 일이라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물론 박씨의 기획이 시행 가능할런지, 햇볕정책 보다 옳은 방법인지 그른지에 대한 판단은 독자들마다 엇갈릴 수 있겠지만 말이다.
다가오는 3월, 북한에서 어떤 사건이 터질지가 궁금해진다. (konas)
** 기자가 탈북자 박씨와의 대화내용을 녹취하지 못했던 관계로 박씨의 말을 북한식 표현 그대로 옮기지 못했음을 밝혀둡니다.
김 철 기자 konasnet@korva.or.kr
- 관련기사보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