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영의 국민대회 이젠 바꾸자
과거 반공궐기대회에서 벗어나지 못한 보수집회, '고정관념'을 깨자
3·1절인 어제 서울 시내 곳곳에서는 보수단체의 대규모 집회가 열렸습니다. 이와관련 시사웹진 뉴라이트닷컴(http://www.new-right.com)에 한 네티즌 논객이 보수단체의 집회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토론을 기대하며 필자가 쓴 글 전문을 아래에 게재합니다. 필자의 주장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는지 '100자의견 쓰기'를 통해 토론해 주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한 인터넷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3·1절 날 '반핵반김 국민협의회'에선 '북한해방을 위한 시민 걷기대회 행사'를, '국민행동본부'에선 '연방제 적화음모 저지 국민대회'를 예정하고 있고, 일부 기독교 단체에선 북한동포 해방이나 북한인권개선을 기도제목으로 한 기도회를 열 예정이라고 한다. 외형상으로는 보수진영의 집회도 조금 다양해진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필자는 3년 전인 2003년 3월 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보수진영의 국민대회에 나가본 적이 있다. 그리고 그해 6월과 이듬해 8월 그렇게 모두 세 차례 정도 이른바 '반핵반김 국민대회'에 참석했었다. 노무현 정권 출범 이후 지난 삼년간 보수진영에선 그런 식의 이른바 '국민대회'를 3.1절이나 광복절 혹은 6.25를 전후해서 10여 차례 개최해 왔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처음 3.1절 시청앞 집회에 나갔을땐 그런대로 피가 끓어오르는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 두 번 세 번째 부터는 웬지 식상하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그저 그런 보수 원로들의 연설이 이어지고 '전우야 잘 가거라'나 '조국찬가' 같은 노래들. 그나마 좀 보완된게 기껏 모형 북한핵이나 인공기, 김정일 인형을 태우는 모습. 어찌보면 70~80년대의 반공궐기대회가 조금 변형된 형태같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우선 첫째로 좌파나 젊은세대들이 흔히 말하는 삼일절이나 광복절에 성조기를 흔드는 문제를 좀 지적하고 싶다. 아무리 한미동맹을 강조하는 목적이라고 해도 수 천 수 만명이 시청앞에 모여, 그것도 삼일절이나 광복절 같은 날 두 시간 내내 성조기를 흔들어야 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굳이 한미동맹을 강조하거나 6.25때 미군이 우리를 도와주었음을 일깨우는 의미라면 '미국정부에 호소하는 메시지'를 발표하거나, 성조기를 흔들려거든 6.25를 상기하는 행사 정도에만 국한하도록 하자. 필자가 학창시절때만 해도 무수히 열렸던 그 많은 반공궐기대회나 규탄대회에서도 그저 미국당국이나 UN에 호소하는 메시지 정도나 낭독하곤 했었지 두 시간 동안 성조기를 흔든 적은 없다.
무엇보다도 이같은 보수진영의 국민대회가 젊은 세대나 대다수의 일반인들에게는 냉소나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게 되는 '그들만의 잔치'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재향군인회나 실향민 단체, 그리고 조금 편협한 신앙관을 가진 중년층 이상의 기독교인들. 연설을 하는 보수원로들은 한결같이 자라나는 젊은세대들에게 이제라도 이념교육, 사상교육을 제대로 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과연 이런 식의 집회가 그 목적을 얼마나 달성했을까.
가령 예를 들어 집회때 합창하는 '전우야 잘 가거라' 같은 류의 6.25 관련 노래를 아는 젊은 세대가 얼마나 될까. '조국찬가'도 한 30대 초반이면 생소한 노래다. 이런 걸 보면서 조금 죄송한 표현이지만 나이드신 어른들이 세월의 흐름을 너무 망각하고 계신게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든다. 1960년도에 태어난 사람은 이제 40대 후반이다. 당신들에게는 철없어 보이는 386세대가 이젠 첫사랑만 일찍 성공했으면 혹 며느리나 사위 볼 때가 되었을지도 모르는 나이가 된 것이다.
만약 요즘 아이들 좋아하는 만화영화 주제가를 들려준다며 '들장미 소녀 캔디'나 '은하철도 999'같은 노래를 틀면 요즘 10대나 어린이들은 그게 뭔지도 모른다. 그 만화영화를 보며 자란 사람들은 지금 다 30대가 되었다.
차라리 풍자노래 같은 걸 만들어 이런 행사때 선보이면 어떨까. 가령 해방 직후에 우리나라 국민 70퍼센트가 사회주의를 지지했다고 말한 강정구나 평양가서 북한공작원을 찬양한 노래를 부른 유홍준, 또는 교육방송에 버젓이 나와 김일성 회고록에 나오는 내용을 그대로 소개한 김용옥이나 그런 프로를 기획 제작한 PD나 구성작가, 또는 운동권 시절 무고한 시민을 프락치로 몰았던 지금 여당의 모 의원. 이런 사람들을 열거해,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이 아닌 ' 한국을 망칠 00명의 인물들'같은 풍자곡을 개사해서 불러보는건 어떨까. 아니면 그런 인물들의 어록같은 걸 만들어 지하철이나 공원등지에서 배포하는 방식도 괜찮을 것이다.
보수우익하면 그저 재향군인회나 실향민 할아버지, 할머니들 혹은 조금 편협해보이는 중년의 교회 권사, 집사들이 연상되는 이런 고정관념부터 깨뜨리자. 어찌보면 지난 2,3년간 이런 식의 국민대회가 그런 보수우익에 대한 이미지를 더욱 굳어지게 한 측면마저 있다.
지난해 강정구 교수 발언 파문이 있었을 때 인터넷상에서 그를 맹렬히 비판하는 글을 올리 20대 초반의 여대생이 있었다. 보수원로만 항상 연단에 설게 아니라 이런 학생이라도 한번 불러서 연설을 시켜보자. 또는 데일리안이나 미래한국신문 혹은 폴리젠같은 보수성향의 인터넷 웹진 운영자나 기자들을 소개하거나 간단히 인사라도 시키는 순서도 좀 만들어보자. 사실 최근 몇 년 사이 인터넷상에선 보수성향의 네티즌들이 꽤 결집되긴 했지만 오프라인상에서는 여전히 보수우익하면 대다수 사람들은 기존의 이미지만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 고정관념이 깨자는 거다.
국민대회말고도 일반인이나 젊은 세대들을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가령 앞에 열거한 인터넷 웹진에 글을 쓰는 논객들이나 조선일보, 동아일보의 블로거 중 인재를 찾아내서 이런 사람들의 칼럼집이나 수필집 같은 걸 책으로 내보는거다. 꼭 정식으로 출판사를 통해 내는 방식이 아니더라도 인쇄소 같은데서 약식으로 찍어내 중,고등학교나 대학가 인근에서 배포해 보자. 오히려 그런 방식이 3.1절 반핵반김 국민대회 같은 데 강제로 손자,손녀 한 두명 데리고 나오는 것보다 훨씬 큰 효과를 볼 수도 있다(도대체 그 자리에 할아버지 손에 이끌려 나온 10대, 20대 손자.손녀중 이철승 전의원이나 70년대 인기 방송인이었던 봉두완씨, 혹은 이동복 교수 같은 사람에 대해 아는 학생이 얼마나 되겠는가).
또는 스크린쿼터나 쌀개방 같은 문제에 정책대안을 갖고 있는 사람, 수구좌파의 경제실정에 대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 이런 사람들도 찾아내 정책제안집 같은 걸 만들어보는것도 괜찮을 것이다. '정의가 패하고 불의가 승리한 역사'라며 우리의 현대사를 오도(誤導)하려는 전교조 교사들이나 과거사 청산 문제에 대해 반론을 펼 수 있는 사람도 찾아보자. 60, 70년대 경제건설이나 무역현장을 증언해 줄 만한 사람도 있을것이고 전교조 교사들의 문제점을 비판할 만한 일선 교사들도 있을 것이다.
보수원로들이 지금까지 그런 식의 '국민대회'를 개최한 것이 진정 자라나는 젊은 세대들을 제대로 가르치기 위함이었다면 그 방법을 바꾸어야 한다. 재향군인회나 실향민 할아버지, 할머니 전부 모아놓고 우리들끼리 화풀이나 해보자며 그런 집회를 연 것은 아니지 않은가. 3년 동안 주요 기념일마다 그런 식의 국민대회 10여 차례 했으면 우리나라에 아직 보수우익이 죽지 않았다는 세력과시는 할 만큼 한 셈이다.
이젠 세력과시 보다는 내용적인 보완이 필요한 때다. 젊은 세대들을 설득하려 한다면 꼭 비싼 돈 들여 수 천 수 만명이 모이는 '국민대회'를 꼭 개최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앞에 열거한 풍자노래나 풍자극 공연, 혹은 책자나 정책자료집 배포, 소규모의 연설회 등이 더 큰 효과를 볼 수도 있다.
방법을 바꾸자. 보수우익의 집회가 진정 그들만의 잔치가 아닌 더 많은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한 것이라면 단순한 세력과시가 아닌 다른 방식을 연구해보자. (뉴라이트닷컴)
훼드라 (네티즌 논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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