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현·문규현은 사제인가 반미운동가인가
최근 종교인 중에 언론의 주목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인물은 단연 문정현 신부다. 그는 요즘 경기도 평택 미군기지 이전 예정 부지 앞에서 이 지역 주민들과 미군기지 이전 반대를 외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TV화면에 비춰진 그의 모습은 덮수룩하게 수염을 기른 채 누더기 옷으로 몸을 감싼 남루한 모습이고 때론 길바닥에 누어있는 부랑자 같은 모습으로 시청자에게 다가온다. 성직자로 보기엔 민망할 정도의 모습이다. 그는 전경들을 향해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주한미군철수!'를 외친다.
그는 평택 출신이 아니면서도 지난해 2월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로 주소지를 옮겨 소위 '평택미군기지 확장 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평택범대위)를 조직하고 토착 농민들과 함께 미군기지 이전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다. 평택범대위는 지역주민·단체 등이 중심이된 '팽성대책위' '평택대책위'와는 달리 통일연대, 한총련, 민중연대, 민주노총 등 평택시와는 무관한 100여개 반미단체들이 연대해 조직한 반미 투쟁 기구로써 문정현 신부가 상임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이들은 지난 연말 국방부가 수용한 땅을 내주지 않겠다며 "주한미군 몰아내고 올해도 농사 짓자"며 공권력에 맞서 강렬한 저항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문정현 신부와 평택범대위는 "용산 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이전하면 한반도가 전쟁 위험에 빠져든다"는 얼토당토 않는 주장을 외친다. 또 한미 양국이 합의한 용산기지이전과 주한미군 재배치에 대해서도 "한반도 평화를 심각하게 위협하며 군사적 대미종속을 영구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1940년 8월 전북 익산에서 출생한 문정현 신부는 카톨릭대학교와 메리놀신학대학원을 졸업한 후, 1966년 사제서품을 받고 군산 오룡동성당, 익산 창인동성당 주임신부를 역임했다. 그러나 문정현 신부는 1970년대부터 본업인 신부 역할 보다 반미운동에 더 열중해 왔다.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치사 사건 관련 촛불시위 현장이나 매향리 미군 사격장 폐쇄, SOFA개정 시위 현장에는 항상 그의 덮수룩한 수염이 보인다. 그는 현재 '불평등한SOFA개정국민행동' 상임대표를 맡고 있으며 2003년 말에는 평화유랑단을 만들어 '이라크 파병 반대 및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를 외치며 전국 60여 도시를 순회하기도 했다.
문정현이 주도하는 평택범대위는 또 지난달에는 트랙터 7대를 몰고 전국을 1,200Km나 돌아다니며 반미운동을 벌였다. 이들은 작년 8월 24일부터 9월 12일까지 불란서 독일 로마의 미군기지를 순방하기도 했는데 트랙터 행진은 이들 나라에서 배운 것이라고 자랑하고 있다. 매일같이 벌이는 시위와 잦은 해외 여행에도 적지 않은 경비가 들어갈텐데 소요 경비는 어떻게 조달하는지 궁금하다.
문정현 신부의 동생이 문규현 신부이며, 여동생 문현옥씨는 경기도 동두천성당의 수녀다. 두 신부는 '거리의 투사'로서 그야말로 난형난제(難兄難弟)다. 이들 형제에게는 '깡패 신부' '거리의 신부' '투사' 등 성직자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별명이 따라붙지만 자신들은 오히려 이를 명예롭게 생각하는 '시위 동업자'다.
문규현 신부는 1945년 1월 생이다. 광주 대건신학대학을 졸업하고 천주교 전주교구 소속으로 사제수품을 받았으며 현재 부안성당 주임신부라는 사제직함 외에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 상임대표,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상임대표, 부안독립신문 대표이사 등 사회운동가로서 더 많은 활동을 펴고있다.
문규현 신부는 16일 대법원이 '새만금 사업을 계속하라'는 취지로 정부에 손을 들어준 새만금사업 계획 취소 청구소송인의 한 사람이기도 하다. 문규현 신부는 새만금 사업계획을 취소하라며 지난 2003년 3월28일부터 6월5일까지 65일간 부안에서 서울까지 '삼보일배'를 했고, 그 이전 2002년 11월에는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열린 람사(세계습지협약) 총회에 가서 새만금 갯벌을 살려달라며 삼보일배를 하기도 했다.
문규현은 2003년 7월부터 이듬해까지 부안군 방폐장 유치 반대운동을 이끌어 성공했던 점을 자신의 약력에 자랑스럽게 기록하고 있다. 금년초 군산시와 전북도민들이 명운을 걸고 다른 지자체와 방폐장 유치 경쟁을 벌였던 사정과는 판이하다. 문규현의 주도로 부안군민 일부가 스스로 거부한 방폐장은 몇개월 후 군산시가 발벗고나서 유치 경쟁을 벌였으나 결국 경주시가 주민 90%의 찬성률로 가져가고 말았다.
열악한 지방재정 문제를 해소하고 지역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방폐장 유치에 나섰던 김종규 전 부안군수는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을 천년 고도(古都) 경주시에게 뺏긴 것을 못내 아쉬워하며 지난 2월 모 일간지에 당시 주민들의 반대행동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2003년 9월 내소사 주지 진원 스님을 찾아갔다가 방폐장 반대 측 주민에게 붙잡혀 집단폭행을 당했다. 그는 군중 속에서 부안성당 문규현 신부의 모습을 발견했다. 문 신부는 ‘핵폐기장 백지화 범부안군대책위원회’ 공동대표였고 부안성당은 방폐장 반대운동의 본부 사무실처럼 사용됐다. 김 군수는 절박한 상황에서 문 신부가 “폭력은 안돼요”라고 말해 주기를 바랐다고 한다. 그러나 문 신부는 김 군수에게 “왜 우리가 이렇게 살아야 합니까”라는 질문을 했다. 김 군수는 “폭력은 안돼요”라는 말을 듣지 못한 서운함을 여태껏 털어 내지 못하고 있다.
문규현 신부는 그러나 환경운동 뿐만아니라 좌파적 논리를 주장하는 친북반미운동가(그들은 평화, 통일운동이라고 부르지만..)로 더 유명하다. 형 못지 않다.
그는 1989년 6월6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남북동시 통일염원 미사의 일환으로 1차 방북하여 평양 장충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돌아왔다가, 불법으로 북한에 입북하여 평양청년학생축전에 참가한 임수경을 판문점을 통해 귀환하는데 동행하기 위해 그 해 7월25일 재차 방북했다. 그는 임수경과 함께 8월15일 판문점을 통해 귀환했고, 이로인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징역 5년, 자격정지 5년을 선고 받았다.
1998년 8월에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단과 함께 방북, 평양통일대축전에 참가해서 김일성의 미라가 안치된 금수산 기념궁전 방명록에 ‘김 주석의 영생을 빈다’는 글을 남겼다. 이 때문에 반국가단체 고무 찬양 혐의로 2차로 구속 기소됐으나 무죄 판결을 받았다.
두 文 신부의 이같은 행적에 시비를 거는 이유는 그들이 '신부'라는 사제복을 입은 종교인이기 때문이다. 전주, 군산, 고산, 김제, 부안 등지의 성당에서 주임신부로 일하면서 정치적, 이념적으로 다른 성향을 가진 성당 신자들에게 자신의 이념을 강요하는 것은 종교인으로써 해야할 일이 아니다. 종교인이라 해서 환경문제나 안보문제, 정치적인 문제 등에 대해서 관심을 갖지 말라는 법은 없겠으나 두 신부는 어디까지나 하나님의 말씀을 전달하고 몸소 실천해 보이는 사제로써 충실하는 것이 본업이고 스스로 존경받는 일일 것이다.
천주교 신자인 국방연구원(KIDA) 김태우 박사(서울 삼성동 성당, 미카엘)는 문정현 신부의 일탈된 행동에 대해 다음과 같이 비난했다. 문규현 신부도 같이 귀담아 들어야 할 질책이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도 아닌 사제들이 모든 민감한 분야에 뛰어들어 콩놔라 팥놔라 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비전문가적 견해가 천주교회를 지배하고 그것이 한국의 여론을 지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미군철수를 주장하는 것은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중략) 정의구현사제단은 이제 이념활동을 중단하고 교회로 돌아가셔야 합니다. 사제들이라고 해서 만물박사가 아닙니다. 전문지식도 없으면서 함부로 좌파논리를 설파하시는 것은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일입니다. 북한이 만들고 있는 핵무기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연구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북한을 돕자고 주장하는 것은 경박한 일입니다. 북한이 세계 3위의 화학무기 대국이자 세계 6위권의 미사일 강국이라는 사실을 고민해본 적도 없으면서 안보의 허점을 메우기 위해 노력하는 전문가들을 ‘친미 사대주의자’로 매도하는 대열에 가담해서도 안 됩니다. 전력생산의 40%가 원자력에서 나온다는 현실을 뻔히 알면서도 원자력 발전의 폐지를 주장하는 것도 무책임한 일입니다. 문정현 신부님은 그런 주장을 하시려면 스스로 냉장고도 컴퓨터도 전기밥솥도 마다하시면서 촛불에 성경을 읽으면서 살아가는 모범을 보이십시오.
사제복을 입고 있다는 이유로 모든 것에 대해 모든 주장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입니다. 특히, 주한미군 철수 등 국가의 존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 범인들도 신중해야 하는 사안에 사제들이 함부로 비전문가적 논리와 주장을 늘어놓는다면 옳은 일이 아닙니다. 정녕 그렇게 하시고 싶다면 차라리 사제복을 벗고 사회운동가로 나서는 것이 좋습니다.』
문정현·문규현 두 사람은 천주교 신부라는 본분을 망각하고 있다. 사제복을 벗고 당당히 정치활동에 나서든가 성직자 본연의 자세로 돌아오든가 택일해야 한다. 그러나 시위를 하든 미사를 집전하든 먼저 그 지저분한 수염부터 깍고 대중 앞에 나서라. 그리고 방폐장의 위험을 말하기 전에 북한 핵의 위험성을 대중들에게 먼저 알려야 한다. 또한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대표로서 남쪽에서 평화와 통일을 말하기 전에 북한 당국에게도 주민들의 인권과 자유를 요구해야 한다. 평화와 통일을 위해 주한미군이 나가야 한다고 말하기 전에 김정일의 선군정치(先軍政治)부터 포기하라고 주장해야 한다. 주민들이 마음 놓고 미사드리고 예배 드릴 수 있는 자유를 허용하라고 북한당국에 당당히 요구하는 것이 정의를 구현하고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단체의 대표자로써 걸맞는 행동이다.
지금 한 신부의 끈질긴 저항 때문에 주한미군기지이전 이라는 국책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더 우려되는 것은 스크린쿼터, FTA협상 등 한미간의 협상과 맞물려 양국이 긴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평택발(發) 반미(反美) 소용돌이가 우리 사회를 휘감아 버리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우리는 지난 2002년 효순·미선이 사건으로 반미의 홍역을 치룬 경험이 있고 아직도 그 후유증이 남아 있는 상태다. 그때도 월드컵 4강의 기분이 '반미운동'으로 반감되고 말았는데, 꺼져가는 반미의 불씨를 되살려 보려는 문 신부들의 단말마의 비명이 야구(野球) 4강으로 기분 '짱'인 국민들을 또다시 언짢게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ko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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