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左)로만 가면서 '민주화'라고 말하는 세상
광화문 네거리에서 러시아워에 어느 한 차량이 우(右)회전 깜박이를 켜고 좌(左)회전할 경우 어떤 사태가 벌어질까. 생각만 해도 끔직한 일이다. 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차량 입장에서는 그 나름의 논리와 변명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어느 누구라도 그 변명에 '분노'로 답변할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을 논리학에서는 '구성의 모순'(Fallacy of composition)이라고 한다.
요즈음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바로 이런 사태가 현실로 다가서고 있음을 직감하게 된다. 자유민주주의의 정체성과 '번영된 미래' 추구를 공유가치로 살아온 우리 주변에서 '이념적인 틀'과 '게임·룰'을 깨고자 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북한인권국제대회(벨기에) 규탄을 위한 시위원정대 등정(登程)' '남민전(南民戰) 관련자 민주화 유공자 결정' '주한미군 이전에 반대하는 평택범대위(汎對委)의 폭거' 등이 바로 그런 류의 사안들이다.
먼저 '북한인권국제대회 규탄 목적의 시위원정대' 건부터 살펴보자. 그 주관처는 친북·반미(反美)성향으로 소문난 한총련과 통일연대이다. 이들 좌경(左傾)단체는 오는 22일 무대를 해외로 옮겨가며 미국을 규탄하고 '북한 감싸기'에 나서겠다고 한다. 이들 대원 90명이 브뤼셀 시내 곳곳에서 시가행진 촛불집회 사진전 등을 열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미국이 패권 추구를 위해 북한 인권문제를 이용하고있음을 유럽 사람들이 알 리 없으므로 이런 속사정을 깨우쳐 주기 위해 원정을 떠난다"고 했다. "북한 인권을 거론하면 한반도 평화가 위협받는다" "북한정권을 자극하면 전쟁 난다"는 것이 이들의 한결같은 주장이었다. '인권을 삶의 본질'로 인식하고있는 유럽인들이 이 같은 궤변를 납득할 수 있을 것인가.
유럽인들을 직접 만나 우리 민족의 한반도 평화의지를 전달하고, 미국식 패권(覇權)정책을 규탄하기는커녕 '국제적 망신'이 크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주객(主客)전도'도 이 정도면 코미디감이다. 작년 12월 홍콩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회의 때 농민단체들이 원정하여 벌였던 '과격시위'에는 최소한의 명분이나마 실려있었다. 홍콩 시위는 '세계화 추세에 소외될 수밖에 없는 농민들의 목소리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뿐이 아니다. 최근 회의록 공개로 그간의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담쌓기' 실상(實相)이 여지없이 드러난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북한인권 회복을 위한 미국의 다각적인 행보(行步)'와는 엇박자 걸음을 걸어온 전형적인 기구이다. '인권위'의 행태 뒤안길에는 북한인권에 대한 외면(外面)을 뛰어넘어 철저한 '반미(反美)성향이 도사리고 있음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배가 고파도 불평조차 할 수 없는 북한 동포들이다. 말 한마디 잘못 하면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가고 그곳에서도 북한당국자의 눈에 개전(改悛)의 정이 없다고 판단되면 총알받이가 되고 마는 그들이다. 오죽하면 압록강 두만강 건너 만주 벌판을 헤매고 중국 대륙을 유랑하다 베트남 태국 미얀마까지 흘러갔을 것인가. '인권위'가 이들의 아픔을 철저히 외면한다는 것은 지나친 친북(親北)성향을 드러낸 것 외에 변명의 여지가 달리 있을 수 없다.
최근 민주화 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가 1976년 무력에 의한 적화통일노선에 따라 도시게릴라활동을 벌인 대규모 반(反)국가단체 남민전(南民戰·남조선 민족해방전선)사건 관련자 29명을 대거 민주화 유공자로 인정한 사실 역시 놀랍기만 하다.
그들은 점(點)조직방식으로 연결된 지식인과 학생 중심의 74명이 민중의 전위대(前衛隊)를 자처하고서 한국사회를 특권층·재벌·자본가·중산층·서민층·농민·실업자 등 7계층으로 나누어 중산층까지를 민중의 적으로 규정하고 민중봉기 후 북한의 도움을 받아 사회주의혁명을 성취한다는 기본전략을 갖고 구체적인 활동에 나섰었다.
'남민전(南民戰)'은 6·25전쟁 이후 최대 규모의 친(親)북한 지하당 조직에 의한 적화음모조직이었으며, 민주화를 가장한 대(對)정부투쟁 선동·불온전단(傳單) 살포·북한과의 접선 등 베트콩 식(式) 도시게릴라 투쟁방식을 도입한 자생적인 공산주의 조직이었다.
그들은 반(反)민주적 유신(維新)독재에 저항하는 순수한 활동 차원을 넘어 북한의 적화(赤化)통일노선을 추종하는 지하당을 조직하여 폭력혁명으로 남한 체제를 파괴하려 했던 자들이다. 대한민국 '정체성(正體性) 허물기'가 어떤 이유에서든 '민주화활동'으로 둔갑할 수는 없는 일이다.
남민전 관련자들은 체제 전복(顚覆)을 위한 혁명자금 마련을 위해 공직자와 재벌 집에 들어가 강절도(强竊盜)행위를 했고 예비군훈련장에서 카빈총 등 무기를 탈취했었다. 이런 행위들이 언제까지 '민주화투쟁'으로 포장되거나 정당화되어야 할 것인가.
북한의 공산 폭력혁명 노선에 동조하여 자유민주주의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하는 했던 테러분자의 불법성까지도 용납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국기(國基)를 흔드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런 우(愚)를 범하는 일은 없어야 하는데도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작년 2월부터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일대에서 미군기지 이전을 저지하기 위해 1년 넘도록 투쟁을 벌이고 있는 '평택 '범대위'(범국민대책위원회) 사태는 또 어떤가. 한마디로 요약하면 문귀현 신부 등이 반미단체들을 총동원하여 '미국의 범죄적인 남조선 강점을 끝장내야 한다'는 구호에 장단 맞춰가며 춤추는 광란극(狂亂劇)이다.
'평택 범대위'는 한총련·민주노총·평통사(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와 전국민중연대 등 1백여개 단체들이 연합하여 조직한 투쟁기구다. 평택 사태를 미궁 속으로 끌고 가고있는 이들 외부인 주동그룹의 궁극적인 목표는 '주한미군 철수'와 '반미(反美)감정 확산'이다. '한반도 평화 구축'과 '군사적 대미(對美) 종속 우려' 구호는 이들 좌경세력의 허울좋은 위장간판이다.
알고 보면 세계질서가 이만큼이나마 유지되고있는 것은 지구상에 '세계의 경찰' 역할을 자임하는 미국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매년 세계 전(全)국가들의 국방비(GDP의 3.5% 수준)를 모두 합친 돈 7천5백억 달러의 50%를 웃도는 금액을 국방비로 쓰고 있는 초(超)강대국이다. 그나마 세계 평균보다 낮은 GDP의 3.2%를 할애하고있을 뿐이다.
'힘있는 친구' 한 명만 있어도 학교생활이 편하듯이, 세계 초강대국 미국을 동맹국으로 두고있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큰 홍복(洪福)을 누리는 것이 된다. 그런데도 이들 좌경단체들은 미군을 몰아내고 적화통일하고자 하는 김정일의 위장전략의 하수인이 되어있다.
우리사회가 우(右)측 깜박이를 켜고서 이처럼 좌(左)회전하는 불측사태가 잇따르고 있는데도 이를 방치하다보면 언젠가는 불감증에 걸려 정체성을 잃고 뒤뚱거리지 않는다고 어느 누가 장담할 수 있을 것인가. 좌향좌(左向左)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음을 철저히 깨우쳐야 한다. (konas)
정 준(코나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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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19 오후 8:16:5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