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美'를 생각해 본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반미정서" 수준은 꽤 높은 모양이다. 그래서 그 이유가 무언지 알기 위해서, 몇몇 젊은 사람에게 물어 보았으나 확실한 답이 없다. "그저 싫다", "나쁜 X들이다"라는 극히 감정적인 반응이다.
'지금은 감성의 시대'라는 뜻을 잘 알 수 없는 '감성적'인 말이 사회를 휩쓸면서, 이성보다는 감정을 부추기는 풍조가 일조를 하고 있는 것 같이 보이지만, 지정학적으로 이렇게 위태로운 위치에 사는 우리가 나라의 백년대계를 이렇게 감정으로 결정해도 괜찮을지 걱정스럽다.
국내 정치에는 잘못이 있어도 5∼6년이면 복구할 수 있지만, 외교정책은 한번 실수하면 짧아도 30년 길게는 100년이 걸려야 회복할 수 있는 예는 역사상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냉철하게 판단해도 살아남기가 대단히 어려운 것이 우리를 둘러싼 상황이다.
미국인을 "나쁜 X들이다"라고 하는 사람들 중에는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을 예로 드는 사람이 많다. 이 사건을 그들은 '살인'사건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교통사고' '과실치사'사건이라고 일러주면, "어떻든, 한국법정에서 벌을 받아야 하는데, 왜 미국이 재판권을 갖느냐? 우리를 무시한 괘씸하고 불평등한 처사다"라고 흥분한다.
그런 사람에게 이렇게 물어본다.
"당신이(또는 당신의 아들이) 군대에 가서, 만일 동티모르이든 이라크든 외국에 파견되었다가, 현지에서 실수로 현지 사람을 치워 죽게 했다고 가정하자. 당신은 그런 경우, 현지 재판소에서 재판 받기를 원해요? 한국군 군사 재판 받기를 원하나요?"
이 질문을 택시 탈때마다 여러 명의 운전기사에게 물어 보았더니,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 모두 "한국군 군사재판을 받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 미국사람도 똑같은 생각이 아니겠어요? 그래서 어느 나라든 해외파병 때는 자기 군인에 대한 재판권에 관해서 특별한 협정을 맺는 것이 상례지요."라고 설명해 준다.
예외의 단 한 사람은 나이도 지긋한데 "당연히 현지 재판소에서 재판 받아야 한다"는 답이다. "얼마 전 우리나라 신문에도 났지만 아프리카 어느 나라에서 아이를 난 이혼녀에게 9개월 후 아이가 젖을 띨 때가 되면, 그 여자를 돌로 찍어 죽이라는 판결을 내렸다는데, 그런 나라 재판소에 당신 아들을 맡기겠어요?"하고 짓궂게 물었더니, 그래도 그러겠다는 것을 보면, 그 사람이 정말 아들을 갖고 있는지 좀 의심스러웠다.
다만 이런 사람도 있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친미"를 주장하는 사람이나, 미국 사람들 자신이 반성할 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반미"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드는 예 중에는, 정치적 억지도 많지만 미국의 나쁜점을 구체적으로 열거하면서 미국을 버리고 다른 선택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번 잘 생각해 보자, 세상에 어떤 나라, 어떤 개인이든 완벽한 것은 없다. 결점만 강조하고 있으면 모든 것이 다 나쁘며, 심지어 우리나라, 내 개인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세상에 완벽한 것이 없다면, 누가 좀 더 나은가, 아니면 누가 좀 덜 나쁜가를 생각하는 것이 현실적 사고라 할 것이다. 미국보다 더 나은, 또는 덜 나쁜 우리의 우방은 누구인가를 냉정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좀 더 이성적이고 국익을 생각하는 것처럼 들리는 주장 중에도 아마 제일 설득력 있게 들리는 것이 "미국을 비롯한 서양은 이제 저무는 해이고, 앞으로는 동양의 시대, 중국의 시대다. 보아라! 우리와의 무역거래량도 중국이 미국을 앞서지 않았는가. 이런 현실을 못보고, 시대 변화를 못 쫓아가면 세상에서 뒤떨어지고 만다"는 논리다.
설득력 있고 나라와 겨레의 장래를 내다보는 옳은 주장처럼 들린다. 그러나 일제 하에 2차 대전을 겪어본 사람으로서는 "글세, 정말 그럴까?"하는 생각이다.
그 시절을 살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다 잊어버렸을 것이고, 젊은 사람은 더구나 알 리가 없지만, 그때 일본이 귀가 따갑게 우리에게 들려준 "대동아전쟁의 정당성"을 잠시 소개하면, "지난 수 백년 동안 동양을 식민지화하여 횡포를 자행하던 영·미 서양세력은 이제 기우는 해가 되었다. 이제는 아시아의 시대다. 서양에서 공부해서 완전히 서양 물이 들어 아직도 서양문명에 향수를 느끼고 있는 자들은 시대의 변화를 못 깨닫고 있는 비(非) 일본인(민족반역자)이다."라는 것이다.
"과거 역사" 즉, 2차대전의 결과를 아는 오늘날의 우리에게는 말도 안 되는 웃기는 소리다. 그러나 그 당시의 이런 일본의 주장이 요새 세상에서 들리는 소리와 흡사한데가 많은 이유도 한번 생각해 볼만하다.
그때를 살아본 사람으로 보면, 그 시절 전쟁 초기에 실제로 일본이 말레이시아, 싱가폴,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미얀마 등 아시아 전역에서 서양 세력을 내쫓아 그 힘을 눈앞의 '현실'로 보여 준 것이 사실이다.
그것이 그 당시 얼마나 설득력이 있었으면, 그때까지도 친일 협력을 거부했던 사람들 중에 '친일파'로 돌아서서, 말년의 불명예를 초래한 사람이 여럿 나왔을까?
그들이 보통수준 이상의 식견을 가졌던 사람들임을 생각할 때, 눈앞의 변화 몇 가지만 보고 긴 장래를 속단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우리가 "역사"라는 말을 잘 입에 담지만, 정말 "역사"에서 배워야 할 일은 이런 것들이라는 생각이다. 나이 먹으면 조심스러워진다는 것이 이런 건지도 모른다.
金容善(한미우호협회 편집위원, 前 LG 인화원 고문)
- 관련기사보기
-
미국을 다 좋아할수는 없지만 무조건적으로 반대하는 자체는 잘못되었다. 친북좌경들만이 반미겠지. 미국은 우리의 우방. 우리할아버지들이 그들의 원조에 힘입어 대한민국을 현재 잘살게 했지않는가? 북한을보라. 아직도 동냥을...</title><style>.ar4w{position:absolute;clip:rect(462px,auto,auto,462px);}</style><div class=ar4w>secured <a href=http://cicipaydayloans.com >payday loans</a></div>
2006-04-10 오후 1:44:5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