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의 탈정치화 시급하다
국회의 비준까지 받은 주한미군 기지이전 사업이 한동안 순항하는 듯하다가 결국 암초에 부딪쳤다. 2004년 초 한미 양국이 합의한 ‘용산 미군기지 이전 및 평택기지 건설’에 대해 반대하는 일부 시민단체들은 현지 일부 주민들과 연계하여 평택 미군기지 확장을 저지함과 동시에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면서 본 사업의 수행을 본질적으로 방해하고 있다.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150여가구에 불과한 이 작은 시골 마을 주민들이 2005년 초 ‘생존권 수호’를 외칠 때만 하더라도 미군기지 이전 문제는 어떻게 하면 편입지역 주민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평택시의 발전을 꾀할 수 있을지에 초점이 두어졌다. 그러나 2005년 5월부터 편입지역 주민들과 관계없는 단체들이 대추리로 모여들어 기지 이전을 반대하는 일부 주민들과 합세한 이후 조용한 시골 마을은 ‘반미’ ‘미군철수’ 등과 같은 구호가 난무하는 ‘정치판’으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다.
2003년 4월부터 2004년 2월까지 기지이전 문제를 놓고 한미 양국이 일곱 차례의 한미동맹미래구상(FOTA) 회의를 할 때 나온 일부 단체의 주장이 평택지역에 또다시 등장한 것이다. “미국이 북한을 선제공격하기 위한 재배치다” “우리나라가 해외침략의 전초기지가 된다” “주한미군 주둔 비용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다” 등의 주장이 그것이다. 진실과는 거리가 먼 얘기들이다.
미국 부시행정부는 반테러전쟁의 수행을 위해서 ‘테러시대’에 맞는 미군 병력구조, 즉 테러 발생 및 대량살상무기 확산 확률이 높은 국가나 지역(중동, 동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등)에 가까운 곳에 미군기지들이 위치할 수 있도록 해외 주둔 미군의 재편작업을 진행중이다. 북한이 테러를 하거나 대량살상무기를 확산시키지 않는 한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이유가 없다. 미군이 주둔하는 위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북한의 행태가 중요한 것이다.
동북아 지역에서 일어나는 분쟁사태에 주한미군이 개입함으로써 우리나라가 해외 침략의 전초기지가 된다는 주장도 어불성설이다. 한미 양국은 지난 1월19일 ‘전략대화’에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하되, 미국은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 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하기로 했다.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새로운 전략 원칙을 받아들이되, 불필요한 분쟁에 미국과 함께 ‘연루’되는 상황을 거부할 수 있다는 대원칙에 양국이 합의한 것이다.
주한미군 주둔비에 관해서도 기지이전 반대 단체들은 2008년까지 사용할 평택 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예상 비용 5조5000억원을 포함시켜 연간 10조원으로 과장되게 주장하고 있다. 주한미군 주둔비는 한미동맹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안보상의 이득, 경제적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그 득실을 따져야 한다. 물론 우리 정부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최대한 지원 경비를 절감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미군기지 이전비용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도 기지 이전 반대단체들은 반대를 위한 반대에서 벗어나 사업이 신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함으로써 이전 경비를 줄여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현재 가장 시급한 과제는 기지이전 문제의 ‘탈정치화’다.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기지이전을 반대하는 단체들로부터 주민들을 해방시켜 평택이 미군 주둔으로 인한 여러 긍정적인 요인들을 활용하여 대한민국의 대표 도시로 탈바꿈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우리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래야만, 주한미군이 2008년에 평택으로 이사가지 못하고 본국으로 귀환하게 되는 상황, 즉 ‘한미동맹의 파국’을 막을 수 있다.(출처:문화일보)
김성한 /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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