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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의 “비정규직법안” 계기수업, 안한 것만 못해

Written by. 김이석   입력 : 2006-04-24 오전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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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전교조는 비정규직법안의 환경노동위원회 통과를 계기로 3월 2일에서 3월 12일까지 사회/국어 과목에서 “계기 수업”을 하도록 권하는 수업안을 만들어 각급 중ㆍ고등학교에 보냈다.

 계기 수업은 현실에서 벌어진 중요한 사건을 재료로 삼아 수업을 한다는 점에서 흥미를 유발시키고 학생들에게 수업시간에 배운 것이 현실에 적용된다는 점을 상기시켜 동기부여 면에서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미국 대선이 있을 때, 미국의 공립학교에서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기본적인 정책의 노선을 초등학교 학생들에게도 신문해설 기사 등을 통해 정리해오도록 하고, 편을 나누어 이를 논의하게 하는 것을 보고 매우 놀란 적이 있다. 후일 선거권을 행사할 때 도움이 되도록 대선의 기회를 활용하였기 때문이다.

 이런 계기 수업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그 주제나 내용의 선별, 강의 방법 등은 많은 연구를 요하며 매우 조심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 어른들조차 쉽게 오해하는 주제를 중학생 혹은 고등학생들에게 “토론”이라는 이름으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줘서는 사회적 갈등의 불씨를 심어주는 것이 된다. 이는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낫다.

 공식적으로 철폐된 관존민비나 사농공상의 차별의식이 아직도 잠재의식 속에 잔존하는 것을 보면, 이런 계기 수업을 통해 형성될 잘못된 인식이 끼칠 피해는 가늠하기 어렵다. 사실, 애덤 스미스로 대변되는 고전학파의 업적은 어떻게 보면, 뿌리 깊은 길드체제에서 “기술혁신”을 하여 동업자를 어렵게 하는 것을 죄악시하던 풍토를 바꾼 것이라 할 수 있다. “시장경쟁”이 인기영합주의 정치인의 화려한 약속보다 더 공익에 기여한다는 점을 깨닫게 하여 머리 속의 진입장벽을 없앤 것이다.

 사실 중ㆍ고등학교에서는 무엇보다 먼저 사기나 폭력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기업가정신을 발휘하여 자발적 교환을 통해 남에게 더 질 좋고 값싼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돈을 많이 벌수록 사회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과 자율적 결정과 그 결정으로 인한 결과를 스스로 받아들이는 자세를 가르쳐야 한다. 이런 것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해 발생하는 갈등과 비용은 실로 엄청나다. 그래서 자유기업원이 주축이 되어 전국의 대학에서 실시하고 있는 시장경제교육은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런 교육이 중고교생으로까지 확대될 필요가 있다.

 이번 비정규직법안 계기 수업(안)은 학생들에게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는 데 실패하고 있다. 먼저 이 수업안은 노동자의 처지를 연민하도록 유도한 다음, 노동자와 자본가가 대립한다는 시각 아래 학생들에게 현재의 비정규직법안이 누구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졌는가를 생각해 보도록 하고 있다. 이번 법안이 노동자에게 불리하다는 주장과 자본가에게 불리하다는 대립된 주장을 대조시키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불리하므로 대량해고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이런 접근 방식이 옳은 것일까? 이렇게 한 번 물어보자. 우유를 지금의 반값으로 살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통과되었다. 이를 어기면 단두대로 끌려가는 강력한 법이다. 우유를 사려는 가난한 사람과 우유를 공급하는 업체 가운데 누가 손해를 보는가? 둘 다 피해를 본다. 우유를 팔려는 사람은 손해를 보고서라도 기존 재고를 처분한 다음 더 이상 우유를 공급하지 않으려하게 되고, 젖이 모자라 반드시 우유가 필요한 사람도 단두대라는 처벌이 강력해서 암시장에서조차 우유를 구하기 어렵게 된다.

 반대로 우유를 지금 값의 두 배를 받도록 하게 하면 어떨까? 우유를 파는 사람에게 득이 될까? 사려는 사람이 있을까? 두 경우 모두 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될 것이다. 우유 값을 이처럼 과격하게 강제인하하지 않더라도 그 효과의 방향은 불변임은 물론이다.

 사실 위의 우유 반값 이야기는 프랑스혁명이 진행되던 와중에서 로베스피에르 같은 사람이 저지른 실수이다. 그는 우유를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을 대립적 관계로 보고 한 사람이 이득을 보면 다른 사람은 손해를 보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래서 우유 값을 반으로 내려 우유 살 돈이 없는 사람을 도와주고자 하였다.

 전교조의 계기수업안은 학생들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지를 연민하도록 하는 데까지는 갔으나, 어른인 로베스피에르가 저지른 인식 상의 오류를 학생들이 앞으로 저지르지 않도록 도와주는 데에는 실패하고 있다. 오히려 어린 학생들이 로베스피에르 식 오류를 저지르도록 조장하고 있지는 않나 심히 우려된다.

 노동시장에서 우유 값에 해당하는 것이 임금이다. 노동자는 노동을 팔고 자본가를 노동을 구입한다. 고용의 유연성과 안정성 등은 임금 이외에 고용을 하거나 고용될 때 고려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파견근로의 범위, 기간노동 기간, 불법해고 입증책임 등이 누구에게 유리하게 되었느냐는 우유 값을 지금 현재 시장에서보다 더 높게 한 것이냐 낮게 한 것이냐에 해당하는 논쟁이다.

 예컨대,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비정규직법안은 비정규직을 “차별”하지 않았다는 입증책임을 사용자가 지게하고, 노동위원회의 시정명령을 어기면 1억 원까지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차별시정을 요청하는 비정규직에게 입증책임이 없도록 하여 차별구제 신청과 분쟁을 유발하고 있다. 이 규정은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것을 “비싸게” 하고 비정규직의 신규 고용 유인을 크게 줄이고 있다.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규정인 기간제(계약제) 근로자의 사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고 2년을 초과하여 사용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간주하는 규정을 살펴보자. 2년의 사용기간이 도래하면, 기업은 신규 비정규직을 채용하거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제된다.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기업이 어느 비용을 더 크게 보거 또 어느 비용을 더 적게 보느냐에 달려 있다. 그래서 노동계는 2년이 도래하기 이전에 비정규직의 해고를 촉진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최소한 비정규직의 고용 자체가 줄어들 것이다.

 노동시장만큼 여러 가지 규제가 가해지는 시장은 드물다. 이런 규제를 보탤수록 기업을 해보려는 사람 숫자가 줄어들고, 기존의 기업가도 고용규모를 줄이거나 신규사업을 주저하게 된다. 강제규정을 만들어 우유 값을 낮추든 혹은 높이든 시장규모가 줄어들 듯이 노동시장에서 여러 가지 규제를 도입할수록 고용되는 규모는 줄어든다. 실업이 늘어난다. 더구나 단기에 있어 그 피해는 수익이 취약한 기업과 아직 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청년들에게 집중된다.

 청년실업의 문제가 절실하다면, 청년들을 고용하는데 여러 가지 걸림돌을 늘릴 것이 아니라 줄여주어야 한다. 그렇게 해서 투자가 늘고 기업이 이윤을 만들어낼 때, 궁극적으로 임금을 비롯한 노동조건이 개선될 수 있다. “고용보장”이나 “고용안정성”을 높이는 것은 화폐로 지급되지 않는 고용조건을 인위적으로 “비싸게” 만드는 데 해당한다.

 지금까지 말한 것은 경제학의 가장 기초적인 원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교조가 마련한 비정규직법안에 대한 계기수업안은 학생들이 이런 원리를 깨우치도록 유도하지는 못한 채 학생들이 노동자와 자본가(사용자)를 너무나 근시안적으로 갈등하는 관계로만 파악하도록 하고 있다. 계기수업 자체는 좋은 생각인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기수업이라는 이름으로 이런 대립적 인식을 심어주는 이런 위험한 수업을 나의 아들이 받길 원치 않는다. 학교선택권도 없는 학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http://cfe.org)

 김이석 (한국사이버대학 겸임교수)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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