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속내를 숨겨온 군사强國'이다
'독도 도발'을 계기로 우리에게 또 한차례 제국주의적인 모습으로 다가 선 일본은 과연 어떤 얼굴을 지닌 나라인가. 일본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국제정치의 기류 변화가 참으로 놀랍기만 하다. 1945년의 종전이후 평화헌법을 제정하여 군대를 갖지 않을 것과 영구히 전쟁을 포기할 것을 선언했던 일본이 차곡차곡 내실을 다져 이제는 국제무대에서도 다시 군사대국의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패전(敗戰) 이후 5년만인 1950년 한국전쟁 발발을 계기로 '자위대(自衛隊)'라는 명칭의 군사력 갖추기를 허용받았던 일본이었다. 그런 일본이 반세기가 경과한 이제 세계 2∼3위의 막강한 군사강국으로 성장한 것이다. 일본의 이번 '독도(獨島) 도발'은 그런 오만의 또 다른 표현이었을 뿐이다.
자위대(自衛隊·Self Defense Force)라 함은 '방어만 할 수 있는 군대' 명칭이다. 일본은 헌법상 국군(國軍)을 가질 수 없도록 국제적으로 강제되어 있다. 이런 제약은 2차 대전을 도발했던 일본의 역사적 과오에 대한 처벌성격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그런 이유로 일본의 육해공군은 자국에서 각각 육상자위대·해상자위대·항공자위대라는 명칭으로 불린다. 핵무기 역시 규정상 갖지 못하도록 되어있을 뿐, 언제라도 제조 가능한 수준이다. 일본은 '명실(名實)상부한 강대국'이 되기 위한 마지막 수순을 밟고 있다. 일본은 그 동안 경제강국에 걸맞게 '매우 절제된 방법으로' 군사력을 증강시켜왔다.
현시점에서 보자면 일본의 군사력 규모는 물론, 그런 군사력을 지닐 수 있는 명분을 크게 벗어나 있다. 일본의 자위대는 오로지 방위(防衛)만을 목적으로 한다는 법적 도덕적 제약하의 군사력이었는데도 패전 이후 일본 스스로 겉으로는 평화 지향 의지를 표방하면서 '막강한 군사강국'으로 성장했다.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 또는 폐지는 이 같은 흐름에서 알 수 있듯이 '강 건너 불을 보듯' 분명해 보인다. 문제는 '일본의 군사력 증강'- 그 자체가 아니라, 당초 일본의 군사력 속성을 규정해온 강압적 제한조치들이 급속히 풀리고 말았다는 점이다.
그들은 정치대국 군사대국을 지향하면서도 '보통국가'를 지향한다고 천명하면서 2001년 9·11테러 이후 공개리에 강대국이 되는 길을 추구해왔다. 미국의 반(反)테러전쟁에 적극 동참함으로써 자국 군사력에 주어져온 온갖 제약들을 벗어 던지거나 최소화하는데 성공했다.
이로 인한 문제점은 일본의 군사력 강화- 그 자체가 아니라, 이미 강화되어있는 군사력이 국제적으로 이미 정당화된 법적 지위와 도덕적 모습을 누리고있다는데 있다. 전수방위(專守防衛) 원칙 중심의 일본 안보정책이 머지않아 일대전환을 맞게 될 것임을 미루어 알 수 있다.
일본의 그런 특이성은 해외파병에도 잘 드러나 있다. 이라크 파병 자위대의 경우 6개월마다 해외주둔기간을 연장하는 형식이지만, 실질 파병기간은 4년으로 잡혀있다. 일본 군사력의 위상을 4년간 세계만방에 떨치고자 하는 것이 그들의 '속내'인 것이다. '자위(自衛)'는 그야말로 말뿐이다.
일본은 우리와는 달리 1,000명 안팎의 적은 병력으로도 사상 최초로 육상·해상·항공 자위대 등 3군을 모두 이라크에 파견함으로써 이처럼 이제까지의 금기(禁忌)를 하나하나 깨뜨려 나가고 있다.
육상자위대만 하더라도 '기관총 무장'이 고작이었던 자위대가 이번에는 각종 장갑차와 대(對)전차포 등 중화기로 무장하고 있으며, 해상자위대의 경우 갑판만 씌우면 항공모함이 될 수도 있는 배수량 1만 톤이 넘는 대규모 호위함을 자체건조하고 있다. 먼 바다로 나가지 않도록 되어있는 해상자위대가 사실상 과거 대(大)일본제국 시절의 해군(Imperial Japanese Navy)보다 더 막강한 군사력을 과시하고 있다.
미(美) 군사전문사이트 글로벌 시큐리티(Global Security)에 의하면 2004년 일본의 GDP는 전 세계의 12%, 국방비는 전 세계의 4.6%였다. 이에 비해 한국의 GDP는 전 세계의 2%이며, 국방비는 전 세계의 1.6%였을 뿐이다. 일본과의 격차를 실감할 수 있다.
해군과 공군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국회 국방위 송영선(宋永仙) 의원 자료에 따르면 우리 해·공군은 일본 해·공군의 각각 33%, 20%수준에 불과하다. 일본은 이런 식으로 그간의 금기(禁忌)를 하나하나 깨뜨려가며 국방력을 키워왔다.
일본의 군사력 증강은 1990년경부터 시작됐다. "일본의 군사력은 애초에 냉전체제와 연계되었던 군사력이 아니기 때문에 냉전이 종식되었다고 해서 줄어들 이유가 없다" 냉전 직후인 1990년 당시의 일본 수상 가이후(海部)의 궤변이다.
1994년 무렵 일본은 군사비 지출에서 세계 2위가 되었고 그 이후로도 일본 군사비는 항상 세계 2∼4위 수준을 유지했다. 21세기의 출범을 알리는 2001년 당시만 하더라도 일본의 국방비는 395억불로 '영국의 347억불' '프랑스의 329억불' '독일의 269억불'을 크게 상회했다.
냉전이 한창이던 1985년과 탈(脫)냉전 시대의 마지막 해(2000년) 주요국가의 국방비는 우리에게 실로 많은 것을 시사힌다. 일본과 중국의 경우 냉전이 한창이던 1985년의 국방비 예산은 324억∼300억불 수준이었으나, 냉전 종식기인 2000년에는 40%가량 더 많은 453억∼420억불로 늘어났다.
최근 미국이 군사력에 있어서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있지만, 탈(脫) 냉전 이후 범세계적인 국방비 축소 추세 속에서 유독 국방예산을 대폭 늘려온 국가는 일본과 중국뿐이다. 9.11 이후 한반도 정세와 세계적 기류는 일본이 군사대국 정치강국으로 가는 길을 자연스럽게 열어주었다. 북한 핵과 중국의 부상이 일본에게 엄청난 기회와 빌미를 제공해준 것이다.
'국력 키우기'는 매우 불확실하고 많은 시행착오를 감내해야 한다. '감성적인 반미(反美)'로 세월을 죽이거나 '우리민족끼리'와 같은 폐쇄적인 민족주의로 '고립'을 자청할 일이 아니라, '동맹관계 강화에 힘써 외세를 우리에게 유리하게 풀어갈 수 있어야 한다. 개방적인 자세로 국가안보의 편익 도모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konas)
정 준(코나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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