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 6자회담 再開 가시화
북한이 제2차 6자회담에 다시 나설 용의를 표명했다. 이로써 북한의 ‘핵 억제력 강화 조치’ 등 발언으로 고조된 한반도 긴장상태가 완화되기 시작했다. 북핵 해결을 위한 진전 계기는 지난달 20일 한·미 정상의 방콕 공동발표문을 통한 ‘다자틀 내 대북 안전보장’ 제안이었다.
북한은 10월25일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밝힌 ‘서면 보장’을 고려할 용의가 있다고 호응했다. 이어 10월30일 평양을 방문한 우방궈(吳邦國)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회담을 통해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6자회담 계속 원칙에 합의했다. 또 유엔주재 중국대사 왕광야(王光亞)는 지난 3일 북한과 중국이 12월 중 6자회담을 열기로 했다고 공개했다.
최근 미국의 대북정책이 유연해진 것은 미국의 대북정책이 재조정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내 저항세력의 도전 및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미국의 대북정책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재선을 바라는 부시 대통령에게 북한과의 무력충돌은 악몽이 될 수 있다.
한편 호전적 대미 발언과 위협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군사력 열세와 한계 때문에 초강대국 미국과의 대결을 두려워한다. 북한은 정전 후 지금까지 미국과의 대규모 무력충돌을 잘도 모면해 왔다.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원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 및 심각한 경제난 또한 북한의 대미 모험 억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남북과 주변 4강 모두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원하므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은 가능할 것이다. 미국은 무력사용과 선제공격을 포기하지 않았으나 북한 침공 의사가 없음을 강조한다. 중국과 러시아도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중재에 적극 나섰다.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은 한·일 양국의 중대한 국익사항이 된다.
제1차 회담 직후 북한은 6자회담에 더는 어떤 흥미나 기대도 가질 수 없다고 반발했고, 때가 되면 핵 억제력을 물리적으로 공개하겠다고 위협했다. 이런 북한이 태도를 바꿔 ‘동시행동 원칙 실현’을 조건으로 중국과 6자회담 재개에 합의했으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를 환영하면서 북한의 동시행동 원칙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2차 6자회담이 결코 순탄할 것 같지 않다. 이유는 미국이 북한의 ‘선 핵포기’를 전제로 북한 안보를 보장하려 들고, 북한은 나름의 ‘일괄타결 도식과 동시행동 순서’만을 강력히 요구하기 때문이다.
일괄타결 도식에는 미·북 불가침 조약, 미·북 수교, 북·일 및 남북 경제협력 실현 보장, 경수로 건설 지연으로 인한 손실 보상과 경수로 완공 등 북한의 요구들이 포함되며 북한 측의 핵무기 제조 금지와 사찰허용, 궁극적 핵시설 해체, 미사일 시험발사 보류와 수출중지가 들어 있다. 이 복잡 다양한 문제를 일괄타결하려면 실로 엄청난 노력과 시간 및 인내가 필요할 것이다.
북한이 제시하는 동시행동 순서는 6자회담 행로의 험난함을 시사한다. 북한은 ①미국의 중유공급 재개와 인도주의 식량지원 대폭 확대 동시에 북한이 핵계획 포기의사를 선포 ②불가침조약 체결(서면 안전보장)과 전력손실 보상 시점에서 북한의 핵시설과 핵물질 동결 및 감시사찰 허용 ③미·북 및 북·일 외교관계 수립 동시에 북한 미사일 문제를 타결 ④경수로가 완공되는 시점에서 북한 핵시설 해체를 요구한다.
이런 협상의 전도가 순탄할 리 만무하다.
북한의 일괄타결 제안과 동시행동 원칙은 미국의 선(先) 핵포기 및 보상 거부 원칙과 충돌하게 돼 있다. 강자인 미국은 북한의 무리한 요구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고 북한은 미국의 선 핵포기 요구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고 벼랑끝 전략으로 압박할 것이다. 현재는 국제사회가 6자회담 속개를 환영하고 있으나 우려되는 점이 적지 않다.
제2차 회담에 대한 성급한 낙관론은 금물이다. 북핵문제 해결은 윈-윈 사고와 한없는 노력과 인내를 필요로 한다.
〈서울대교수·국제정치학 전인영 iychun@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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