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가안보전략보고서를 통해 본 北美관계
부시 행정부는 2002년 9월에 이어 2006년 3월에도 안보, 군사, 외교, 경제 등을 총 망라한 대외전략 기본 틀을 담은 국가안보전략보고서(NSS:National Security Strategy)를 발표했는데, 그 주요 기조는 2002년 NSS에 기초하고 있다. 즉, 인간의 존엄성이 잘 구현되기 위해서는 세계 어디에서나 ‘평화, 번영,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사회 모든 시민들에게 이를 잘 보장해주기 위해서는 민주주의 체제와 자유주의 경제가 확산되고 국제사회의 문제에 공동으로 대처하기 위한 국제주의가 확산되도록 노력하는 한편, 개인의 자유권을 위협하는 정치체제나 군사위협, 테러행위 등에 대해서는 선제공격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2006년 미국 안보전략보고서는 이를 두 가지 핵심사항(two pillars)으로 나눠 자유, 정의, 인간존엄 추구를 첫 번째 핵심사항으로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으로 독재체제 종식, 민주주의 확산, 자유롭고 공정한 경제활동 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두 번째 핵심사항으로는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겪는 전염성이 높은 질병확산, WMD 확산, 테러리즘, 인신매매, 자연재해 등의 문제를 제시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자주의 노력을 중시하고 있다.
미국이 NSS를 통해 북한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으며, 북한은 또한 미국의 이러한 대외전략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는 향후 북미관계를 전망해 볼 수 있는 주요 척도가 되므로 이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2006년 NSS에 제시된 미국의 대북관
미국 국가안보전략보고서 내용 중 북한과 관련된 사항들을 중심으로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이 3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 미국은 2002년 북한을 이라크와 함께 불량국가(rogue state)로 지정한데 이어 2006년에는 북한을 선두로 이란, 시리아, 쿠바, 벨라루스, 미얀마, 짐바브웨를 독재국가(tyranny)로 지정했다. 독재국가들은 미국이 추구하는 자유, 정의, 인간존엄의 확산정책과 정반대에 있는 국가들로 국내적으로는 무자비, 부패, 불안정, 빈곤, 고통 등을 특징으로 하며, 대외적으로는 자유확산에 대한 세계의 관심을 위협하고 일부는 WMD를 추구하거나 테러를 지원하는 국가로 2002년에 제시한 불법국가의 특징들을 그대로 갖고있다.
따라서 미국은 독재자에 의해 억압받는 주민들의 자유와 인권보호를 위해, 또한 지역 및 국제 안정을 위해 독재체제는 반드시 종식시켜야 되고 민주주의 체제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억압받는 국가 내 민주주의 개혁세력을 도울 의지가 있으며, 때에 따라서는 제재도 부과할 것이라고 천명하고 있다. 북한이 독재체제 그룹에 속한 이상 미국의 이러한 대외전략 구상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점에서 북한은 주민들이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존엄성과 자유, 그리고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해주고 있다.
둘째, 미국은 북한을 ‘심각한 핵확산 도전세력’으로 평가하며 북한이 협상에서 보인 불성실, 불신임, 그리고 미국과 동맹국들의 분열을 시도해왔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6자회담의 틀을 통해 서로 합의한 것을 이행할 수 있도록 북한을 지속적으로 압박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비록 미국안보의 최대위협인 테러집단이 WMD를 소유해서 공격하는 것으로서 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선제공격도 가능하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지만, 비군사적 방법에 의한 성공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은 북한 핵 문제를 6자회담과 비군사적 방법을 통해 해결해 나갈 것이다. 즉 6자회담을 통해 북한 핵문제의 동결과 해체를 추진하는 한편, 핵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NSS에서 제시했듯이 ① 핵무기를 제조하는데 사용될 수 있는 핵연료 물질 생산능력 제한, ② 핵무기제조 사용가능 물질이 불법국가 혹은테러집단으로 이전되는 것을 저지, 차단, 예방하는데 주력하는 정책을 추구할 것이다. 5차 1단계 6자회담 이후, 6자회담이 답보상태인 점을 감안해 볼 때, 미국은 현재 북한의 핵능력 제한보다는 북한이 현재의 핵능력 혹은 핵물질을 한반도 밖으로 유출시킬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며 예방하는데 보다 중점을 둘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국은 북한의 핵문제에 중점을 두기 보다는 북한의 여러 문제들을 보다 광범위하게 제시하고 있다. 달러위조, 마약거래 등의 불법 행동과 남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 주변국들에 대한 미사일 위협, 그리고 주민에 대한 폭정 등을 열거하면서 북한이 현재 추진하는 정책에 변화가 필요하며 정치체제의 개방성과 주민들에게 자유를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불법행동에 대해 자국의 안보와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제시함으로써 대북 강경태도는 앞으로 지속될 것이다.
북한의 반응
북한은 NSS 발표 직후 공식적인 반응은 보이지 않고, 미국의 자유와 민주주의 확산 및 인권에 대한 비평을 시작하다가 3월 21일 외무성 대변인 보고를 통해 그리고 4월 7일 노동신문을 통해 NSS에 대해 직접적인 공식 반응을 보였다.
첫째, 미국이 주장하는 폭정은 자주적 입장을 견지하면서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국가를 지칭하며, 선제공격으로 체제전복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독재국가 혹은 테러집단이 WMD를 갖고 미국과 동맹국가들을 선제공격 할 경우 미국은 이에 수동적으로 대응하지 않겠다는 취지에서 선제공격 가능성을 열어놨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미국의 선제공격 가능성을 독재체제 전복용으로 해석함으로써 미국이 북한체제에 얼마나 위협이 되는지를 강조하고 있다.
둘째, 미국은 핵확산 및 테러 방지 그리고 민주주의 확산을 위해서 전쟁을 감행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금융제재와 합동군사연습 등으로 북한에 대해 물리적 압박공세를 강화하는 가운데 폭정의 감투를 씌워 선제공격의 기도를 내보인 것은 미국이 북한과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북한은 선제공격이 미국만의 독점물이 아님을 강조하면서 미국의 선제공격에 대처할 수 있는 모든 대응책을 세워놓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압력이 고조될수록 정면 대결하는 것이 북한 방식임을 재차 강조하면서 미국의 대북압박에 굴복하지 않고 시간을 끌면서 현 상태를 지속시켜 나가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북한은 미국이 제기하고 있는 인권문제를 미국식 민주주의를 북한에 전파하기 위해 인권을 수단으로 북한 내부를 와해 변질시켜 북한의 현 사회주의를 타파하기 위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은 국제사회가 제기한 인권문제와 미국의 인권개선 요구를 내정간섭으로 간주하며 더 나아가 체제전복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북미관계 전망
미국은 NSS를 통해 북한 문제를 총체적, 종합적으로 다룰 것임을 시사하고 있으므로, 북한 핵문제를 비롯해 위폐, 인권 문제 등 개개 사안에 대해 강경기조를 유지하면서 위폐, 인권 문제 등을 북한 핵문제 해결의 유화적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한편, 핵문제 하나에 집중해서 협상을 펼쳐오던 북한은 여러 사안을 동시에 다뤄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에 문제를 하나하나씩 해결해나가기 보다는 모든 문제를 뒤로 미룬 채 시간을 소모하며 대미 비난 정책을 지속시켜 나갈 것이다.
문제는 미북 상호간의 강경태도를 지속시키며 문제해결의 시간을 소모시키는 것은 미국, 북한 모두에게 손해가 된다는 점이다. 서로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며 대결을 하는 순간, 미국이나 북한 모두 국익추구와 상반된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konas)
이호령 (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leehr12@kida.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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