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공병·의료 주축" 美 "치안 유지"
이라크 추가파병 본격 협의
우리 군의 이라크 추가 파병을 둘러싼 지난 6~7일의 한.미 간 협의가 별 진전을 보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파병 부대의 성격에 대한 이견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리 측은 이라크 재건에 초점을 맞춘 민사(Civil-military affairs)작전 부대의 파견을 타진한 데 반해 미국은 치안유지를 위한 안정화군(Stabilization Force)을 거듭 요청했다는 전언이다. 다시 말해 우리 측은 공병.의료 등 비전투병 위주의 혼성부대를 고려 중이고, 미국은 보병 부대를 원하고 있다.
우리 측의 이런 입장에는 영국.이탈리아군 등 기존의 파병국들이 민사작전 부대를 내세워 인명 피해 등을 거의 입지 않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고 한다. 전투병 중심의 파병에 대한 국민의 반발 여론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 정부는 파병 지역 내의 게릴라 소탕 작전까지 하는 부대 파견은 어렵다는 입장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미국은 보병 중심의 치안유지군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이라크 재건보다는 현재 가장 큰 두통거리인 치안 불안을 해소하는 데 일조해 달라는 것이다. 이라크 주둔 미군 측도 정부 2차조사단의 이라크 방문 때 비전투병 파병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한국군 파병이 이라크 재건보다는 내년도 이라크 주둔 미군 교체 때 줄어드는 감축분을 한국군이 메워달라는 뜻도 담겨 있다. 미국은 내년 5월까지 이라크 주둔 병력을 대거 교체하면서 주둔 병력을 13만2천명에서 10만5천명으로 줄일 계획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내년의 대선을 앞두고 주둔 병력 감축 압박을 받아왔다.
이번에 한국에서 이수혁 외교부 차관보 등 정부 내 차관보급 대표단 3명이 갔는데도 미국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이 전면에 나선 데서도 미국의 절박성은 나타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파병의 성격과 관련해 한국은 이라크와의 관계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반해 미국은 동맹국의 어려운 처지를 고려해 달라는 것"이라며 "이 부분에 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파병을 해도 한.미 간에는 앙금이 남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파병 규모도 다소 차이가 난다. 우리 측이 3천명선을 고려 중인데 반해 미국은 여전히 특정지역을 맡는 사단(1만여명)급을 요청했다. 미국의 일부 인사는 복수의 연대(2천명 안팎)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어쨌든 우리 측 복안보다는 인원이 많다. 정부 당국자는 "규모와 관련해선 다른 나라의 파병 문제도 남아있는 만큼 절충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파병 지역이나 시기 논의는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이 두 가지는 파병 성격.규모에 비하면 부차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파병 지역은 이라크 북부나 서부가 유력하다.
미국은 101공중강습사단이 배치된 북부 모술을 희망하고 있으나, 우리 측은 세계 최대 유전지의 하나로 치안이 양호한 모술 남쪽의 키르쿠크와 시리아 접경의 하디사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키르쿠크와 하디사는 173공정여단과 82공정사단 사령부가 있는 곳으로, 내년에 미군 병력이 완전 철수한다. 파병 시기는 파병 요원 선발, 교육 등을 감안하면 내년 3,4월께가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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