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6자회담에 바란다
평양에서 열린 ‘6·15 통일 대 축전’에 참가하고 돌아온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6월 20일에 열린우리당 지도부에 방북 결과를 보고 시 상당히 상기된 상태였다고 알려졌다. 왜냐 하면 북한이 지난 2월 10일 ‘핵무기 보유’와 ‘6자회담 참가의 무기한 중단’을 공식 선언하여 노무현 정부의 남북화해 협력 정책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데, 김정일 위원장이 이 부담을 덜어줄 통 큰 메시지를 주었기 때문이라 는 것이다.
즉, 김 위원장은 정 통일부 장관에게 “한반도 비핵화 선언은 유효하며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다.” “북한은 6자회담을 한번도 포기한 적이 없고 거부한 적도 없다.”고 핵무기를 포기할 것 같은 의향을 밝힌 것이다. 이와 연장선에서 북한은 7월 9일 조선중앙TV 등 주요 언론매체를 통하여 “제4차 6자회담을 2005년 7월 25일이 시작되는 주에 개최하는 것으로 미국과 합의하였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4차회담은 순탄하게 진행되기 어려울 것 같다. 왜냐하면 북한의 회담 복귀 명분과 미국의 6자회담에 임하는 기본 입장 간에 많은 괴리(乖離)가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미국의 적대정책으로 인한 체제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자위적 차원에서 핵개발을 했고, 이제는 핵보유국이니 미?북 양국간의 군축(Arms Reductions)회담으로 해결하자고 주장하였다. 또한 ‘폭정의 전초 기지’ 등 주권을 폄하하는 미국과는 협상 테이블에 같이 앉을 수 없다고 회담 불참 이유를 밝혔다. 따라서 이번 회담 복귀는 “미국 측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주권국가라는 것을 인정하며 침공의사가 없으며 6자회담 틀거리 안에서 쌍무회담을 할 입장을 공식 표명” 하였으며 북한은 이를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 철회로 이해하였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한편으로는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 22일자를 이용하여 “(남한의 중대제안이)핵무기를 포기하는 동기(動機)로는 될 수 없다”고 6자회담 복귀가 남한의 제안에 의한 것이 아니고, 200만 kw 전력 공급은 핵 포기 조건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북한의 내심을 표현하였다.
한편 미국은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밝혔다. 북한이 6자회담 참가를 발표하자 내외신 기자들은 베이징과 서울 등 회견장에서 라이스 국무장관에게 “북한을 ‘폭정의 전초기지’라고 한 인식에 변화가 있었느냐”, “회담은 핵 군축을 주제로 미·북 양자회담에 비중을 둘 것인가”라는 질문을 집요하게 계속하였다. 그 때 마다 라이스 장관은 “북한은 주권국가이며, 미국은 북한을 침공하거나 공격할 의도가 없다.” 회담의 목표는 ‘한반도 비핵화’이며, 6자회담이 최선의 대안이고, 협상 주제는 “3차회담시 제시한 핵무기나 핵무기 관련 물질의 추출이나 생산 혹은 핵무기와 연관된 모든 것을 포기하는 북한의 ‘전략적 선택’에 초점을 둘 것이다”고 일관된 소신을 피력하였다.
즉, 북한은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 하면서 4차 회담 성격을 ‘미?북 핵군축회담’으로,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리비아식 북한의 전략적 선택을 요구하는 6자회담’으로 상정하고 있어 길고 지루한 회담이 될 소지를 내포하고 있다.
이제 6자회담은 26일로 닦아왔고 참가국들은 회담준비에 분주하다. 그러나 ‘성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우세하다. 이러한 정황에서 회담에 임하는 한국은 ‘한반도 비핵화’는 양보할 수 없는 원칙임을 분명히 하고 회담 성사 자체에 의미를 두어서는 안 되며 이제는 해결의 확실한 성과에 목표를 두고 다음과 같은 대안으로 회담에 임해야 할 것 같다.
첫째, 북핵 문제는 민족 내부의 문제로 6자 회담 틀 내에서 남북이 민족공조 속에 주도적으로 해결할 것을 북에 요구해야 한다. 북핵문제의 근원은 남북 체제 경쟁에서 파생한 군비경쟁에서 비롯된 민족 내부의 문제였다. 미국의 안이한 일방적 개입정책과 이를 활용한 북한의 미·북 문제화, 그리고 국가안보를 과도하게 미국에 의존한 한국의 피동적 자세가 협상 테이블에서 한국이 배제되게 된 배경의 하나일 것이다. 북한은 민족내부의 문제가 미국 주도하의 6자회담으로 확대된 배경을 이제는 솔직하게 인정할 때가 되었다. 북한의 핵 보유는 남북뿐만 아니라 동북아 핵 도미노 현상을 초래하고 세계 평화와 안정까지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 문제가 된 측면이다. 특히 미국은 핵무기와 핵 기술이 테러리스트에게 유출될 경우 미국의 국익에 직접적 위협이 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앞세워 제재를 시도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미·북 문제처럼 변질 된 것이다. 이젠 남북이 핵 문제에 솔직해야한다. 남북 공존을 전제로 1991년 12월 “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 선언”을 한 초심으로 돌아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당시 범국민적으로 보냈던 환영과 지지를 더 이상 우롱해서는 안 된다. 북은 이제라도 신뢰를 회복하는데 변명을 해서는 안 된다. 지속적으로 신뢰가 무너지면 남북화해 협력 정책도 결국은 국민적 합의를 얻지 못하게 되고 국민적 배신감은 폭발할 것이다.
둘째, 리비아식 전략적 선택이 최선의 방책임을 설득해야한다. 미국은 북한이 이를 수용 시에 미?북 관계개선에서 오는 경제적 이득은 어떠한 보상보다도 클 것임을 리비아를 예로 들어 소상히 밝히고 있다. 현상 동결이나 부분 검증 허용 그리고 보상 등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며 완전 폐기인 전략적 선택만이 해법이라고 강조한다. 미국은 1차 핵 위기를 봉합한 1994년 ‘미·북 기본합의’가 실패한 이유를 6자회담이 아닌 2자회담과 풀류토늄 핵무기에만 국한한 일시적 동결과 보상을 해주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였다. 두 번 이상 과오를 범하지 않겠다는 것이 부시의 대선 공약이었으며, 9/11테러로 확고하게 굳어진 것이 부시 행정부의 기본입장이다. 미국의 무 보상에 비해 남한은 북이 전략적 선택을 할 경우 그 보상으로 대규모 송전으로 북의 극심한 에너지난을 해결해주겠다는 실질적 도움을 줄 제안을 하였다. 남북이 더불어 살아야 할 민족공동체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북을 가슴으로 설득해야 한다. 아울러 이를 저버릴 경우 후속되는 북한의 재앙에 대해서는 남한도 한계가 있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제는 남한이 북핵 문제를 민족 내부의 문제라는 인식에 바탕을 두고 남한을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북의 태도를 교정하고 주도적으로 6자회담을 이끌어야 한다. 진정한 민족공조와 자주의식으로 북이 전략적 선택을 하도록 할 사명이 협상대표들에게 주어졌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 규(성우회 안보평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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