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태세가 실종되고 있다
한국의 진보와 보수세력들은 4.15 총선에서 다수 의석 확보를 위한 상대방 폄하성 비리 폭로는 치밀한 작전을 방불하게 하면서도 국가에 대한 우국충정(憂國衷情)의 안보관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안보 문제는 표를 얻는데 걸림돌 정도로 치부하는지 '한반도에 전쟁의 위험은 사라졌다,' '북의 핵은 남한 공격용이 아니다,' '북은 공격할 능력도 의사도 없다,'는 등 자의적 낙관론을 펴고 있다. 심지어 책임 있는 고위직 인사는 모 중앙일간지와 인터뷰에서 자주국방의 기초를 "자주국방력+α"로, α는 주한미군 전력으로 설명하면서 현재의 안보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고 자평하였다. 어느 때보다도 우려되는 안보 상황이 애써 평가 절하되는 현실에 안보세력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북한의 군사적 위협과 대남 적화 전략은 변하지 않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의 사회주의에 대한 애착과 정치 철학 및 이념은 『김정일 선집』과 북한의 각종 언론매체에 게재된 400여 편의 논문과 담화에서 잘 읽을 수 있다. 또한 '03년도에는 군사비를 약 18.7%(약 50억불 규모로 추정)증액하였고, 지상군의 70%이상을 평양∼원산선 이남에 집중 배치하여 언제라도 기습공격이 가능한 작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와 같이 북한 최고 지도자의 대남 적화 의지와 군사력의 전투태세는 확고한 상태다.
둘째, 대북 전쟁 억제력의 확실한 주춧돌인 한미 동맹체제가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리의 주 적인 북한 지도부는 지난 50여 년 동안 줄기차게 주한 미군을 소위 '남조선 해방'의 절대적 장애물로 간주하고 '철천지원쑤,' '주적,'으로 호칭하면서 철수를 주장해 왔다. 이러한 북한의 주장에 화답이나 하듯 일부 NGO들은 반미 정서를 확산시키면서 주한 미군 철수론 까지 공공연히 거론하고 있다. 왜, 우리는 미국을 확고한 동맹으로 묶어 두어야만 하는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생태적 독자 방위의 한계를 지니고 있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기 때문이다. 대책 없이 확산되고 있는 반미와 세계화 조류에 역행하는 민족주의 정서는 주한 미군의 한강 이 남으로 이동을 촉진시키고 있고, 이것이 '기동군으로 성격 변화에 연결되고 지휘체계의 태평양사와 연계된 축소 조정으로 연계되지 않을지' 그리고 '세계 차원의 미군 재배치와 연결되지 않을까', 등 모두가 한반도 전쟁 억제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우려되는 바 크다.
셋째, '서울 불바다'의 확실한 수단인 핵무기 개발은 지속되고, 핵 위협은 더욱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북한은 작년 10월에 "폐연료봉 재처리 완료," "영변 원자로 재 가동," "때가되면 핵 억제력 공개,"를 공언하였고, 또한 미국의 CIA도 11월 8일 "북한은 1∼2기의 단순 핵분열방식 핵무기를 생산했다"고 의회에 보고한 바 있다. 이들은 북한이 이미 핵 보유국이 되었고 상황에 따라 더 많은 핵무기를 생산 할 수 있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핵보유 가능 국가에서 핵 보유국이 된 샘이어서 한국의 대응책 수립이 긴박해진 상황이다.
넷째, 한국의 국내 안보 상황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리 사회는 현재 총체적 적전(敵前) 분열 상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진보와 보수간 정치적 격돌이 이념 갈등으로 증폭되고 국론 분열을 심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자주'의 진정한 의미는 배타가 아닌 주변국과 조화 속의 주인정신인데, 진보세력은 동맹국 미국을 위협세력으로, 북한은 민족 공조 대상으로 오도하고 있다. 더구나 진보적 입장을 비판하면 국민의 존경을 받는 원로도 "민족의 내일에 심각한 걸림 돌"이라고 폄하하는 일부 유아독존(唯我獨尊)적 진보 언론인들의 언행도 국민적 총화 단결을 저해하고 있다.
코앞의 태풍 같은 가공할 북의 핵 위협은 점증하는데, 정치권은 경보와 대피 촉구는커녕 태풍은 없다면서 해안에 별장 짖는 일이나 마무리하려는 듯, 4.15 총선에만 매달리는 형국이다. 이럴 수록 군은 재난통제 본부의 역할을 철저히 해야할 소명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1938년 9월 쳄버레인(A.N.Chamberlain) 영국 수상은 뮌헨회담을 마치고 귀국 시 "이제는 유럽에서 전쟁의 먹구름은 사라졌다"고 당당하게 연설하였고 영국 시민들은 열열히 환호하였다. 그러나 1년 뒤 인류의 평화의 소망은 깨지고 세계를 대 재앙으로 몰고 간 2차세계대전은 촉발되고 말았다. 뮌헨회담은 독일이 체코의 슈데텐 지방을 강압적으로 귀속시키려 하면서 발생한 전쟁의 위기를 막기 위해 영국, 프랑스 및 이태리가 체코를 종용과 강압으로 독일에 넘겨주도록 하고 히틀러를 달랜 협상이었다. 국가 안보는 한치의 오판도 허용해서는 안 되는 국가의 중대 사안이다. 정치적 이념과 철학이 확고한 호전적인 상대를 체임벌린처럼 그들의 요구에 영합하고 달래서 평화를 보장받으려고 한다면 어리석기 짝이 없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압도적인 대북 우위의 힘을 바탕으로 국민적 총화를 이루었을 때 전쟁은 억제되고 외교적 능력은 신장된다. 진보세력은 반미와 자주가 얼마나 한국 안보상황을 호전시키고 자존심을 승화시켰는지 성찰해보아야 한다. 보수세력도 국가안보와 국운 상승에 얼마나 떳떳하게 기여했는지, 오늘의 답답한 상황 전개가 나의 허물에 기인 한 것은 아닌지 자성해야 할 것이다. 진보, 보수 모두는 국가 안보측면에서는 하나가 되어 공통분모를 찾아내고 한목소리로 해법을 국민에게 제시하기를 촉구한다. 모든 정치인들은 국민의 불안감을 해아리고 정쟁(政爭)을 위한 정쟁을 떠나 국태민안(國泰民安)의 기본 책무를 다해주기 바란다.
김 규(성우회 안보평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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