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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정국과 군심(軍心)

Written by. 김규   입력 : 2004-03-19 오후 2: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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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3월 12일 11시 57분, 박관용 국회의장의 "탄핵안이 가결되었습니다."라는 선포는 대한민국 헌정사에 또 하나의 커다란 역사적 이정표를 만들었다. 이 순간, 이 시대를 호흡하며 살고 있는 국민들은 대부분 경악과 탄식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경악'은 '비난받는 국회가 대통령을 탄핵해'라는 어처구니 없어하는 놀라움 일 것이고, 탄식은 '경제가 어렵고, 사회도 혼란스러운 데, 또 수렁으로 몰고 가는구나'라는 자조와 불안의 한숨이었을 것이다. 탄핵안 통과 후 3개 야당은 '의회민주주의의 승리' 라고 환호했고, 열린 우리당은 '총·칼 없는  쿠데타라고 규정하였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여야 모두 총선을 겨냥한 행보의 산물임은 분명한 것 같다. 대통령이 '이번 총선 결과는 대통령의 신임을 묻는 것'이라는 등 열린우리당 득표를 위한 사생결단식 총선 관여 의지를 수없이 표명하여 야당의 항의를 자초한 것은 분명하다. 반면 야당도 대통령의 불법적이며, 월권적이고, 정치의 상대는 안중에도 없는 듯한  제왕적 행태에 대해 감정적으로 대처한 우를 범한 측면이 있다. 이는 '미워도, 못나도 우리 대통령,' '국회는 부패 집단'이라는 국민들의 일반적 정서와 국회를 보는 국민의 이미지를 간과한 방법상의 하자였다. 국민들 다수의 정서가 이성과 논리적으로는 맞지 않다 하더라도 현실은 현실로 보고 대처할 줄 알아야 정치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대통령 탄핵이 국회를 통과하는 순간 어느 계층보다도 황망함을 금치 못했을 곳은 국방 외교분야일 것이다. 군의 최고통수권자 이며, 외교의 수반인 국가 원수가 일순간에 사라졌기 때문이다. 특히 군은 일사불란한 지휘체계가 생명인데, 최고 지휘관의 유고로 머리는 없고 몸통만 남은 기형 인간이 된 샘이다. 긴급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최고 사령관은 1분이라도 공석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물론 국무총리가 직무 대행하는 응급 조치가 이루어 졌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과도기적 조치이고, 이 과도기에는 외부의 전술적 교란 침투가 예상되고 군 기강이 가장 많이 해이될 수 있는 취약성이 있기 때문이다.

군은 지난 1년여 동안 참여정부의 변화된 '자주국방' 지침과 일부 NGO들의 반미활동으로 훼손된 전통적 한·미동맹 안보체제를 공고히 하는데 적지 안은 심적 부담과 어려움을 겪어 왔을 것이다. 또한 군의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과 관련해서 시중에 회자되고 있는 신뢰 문제는 군을 더욱 곤욕스럽게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군은 대한민국안보의 최후보루라는 사명을 슬기롭게 잘 수행하고, '신뢰와 솔선수범'을 기본 품성으로 간직해온 우리 군의 전통을 살려 국민에게 믿음을 주어야 한다. 신뢰는 언행 일치에서 나오고, 솔선수범은 소명의식과 책임감에서 나온다. 부하로부터 믿음을 상실한 지휘관은 지휘권을 잃게 되고, 솔선수범하지 않는 자는 부대 지휘에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군은 신뢰 잃고, 솔선수범하지 않는 지휘관은 전쟁에 필 패하게 된다는 역사적 교훈을 지휘철학으로 간직해 왔다. 즉 소대장 때는 '나를 따르라,' '대대장 시절은 '나를 믿어라,' 사단장 위치에서는 '우리 모두 한 마음으로'라는 슬로건을 내 걸고 이를 실천하는 데 평생을 살아오고 있다. 어느 조직보다 지휘권의 존엄성을 잘 아는 군은 최고 지휘관 부재의 지금의 상황을 위기로 보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군은 위기에 강한 모습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주고 안심시켜야 한다.

모 부대 대대장은 '군은 싸워서 이기는데 존재가치가 있다'는 소신아래, 년 중, 주 야 지속적 대공포 사격 훈련을 실시한 후 연말 사격대회에 참가하였다. 그러나 중반까지의 결산은 하위권이었고, 그 원인이 대대장이 교육한 '원칙과 교리에 입각한 사격술'이 아닌 손쉬운 부대 전례의 '경험적 사격술'을 적용하고 있는 것임을 알았다. 그는 성공 시에는 부하들에게 믿음을 주고, 실패 시에는 군 생활의 결정적 하자가 될 지휘결심을 하였다. 전 부대원이 보는 가운데 '한 발도 안 맞아도 좋으니 내가 가르친 데로 하라!'고 일갈한 다음, 사수석에 올라 직접 시범사격을 해 보인 것이다. 지휘관으로서 부대 승패의 위기의 순간을 극복하기 위한 '솔선수범과 신뢰 회복' 의 명확한 조치를 선택한 것이다. 물론 이 부대는 최고의 성적을 올려 부대 사기를 진작 시키고 새로운 전통을 수립하였다. 이와 유사한 지휘 사례들은 군에 수 없이 많다.

현재의 상황은 이러한 신뢰와 솔선수범의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최고 지휘관의 공석을 각급 제대 지휘관을 중심으로 군 기강을 다잡아야 한다. 여러분들을 뒷받침하고 있는 예비역들도 안보지킴이 NGO가 되어 혼란스러운 정국 안정에 일조를 하고 있다. '국가 안보가 위태롭다'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현장에 뛰어 들어 목소리를 높이고 각성을 요구하고 있다. 비록 감각적, 감성적 인성과 이기적 가치관의 신세대들이라 관심을 유도하기에 힘들고, 대중 매체가 상업성도 없고 그들의 편집방향과 코드에 맞지 않는다고 외면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위국헌신(爲國獻身)의 노력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군에 국민들의 배려 또한 중요하다. 군은 핵 문제 등 북의 동태를 예의 주시하고, 한치의 오차도 없는 이라크 파병도 추진해야 한다. 군 사기의 원천인 국민들이 이번 사태로 더욱 갈등과 반목에 휩싸여 국력을 소진하고 군 사기를 저하시키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여기에 중요한 매개 역할을 해야 할 언론이 갈등의 봉합보다 오히려 분열을 심화시키는 것 같아 더욱 걱정된다.

현재의 국정 초유의 상황은 한 단계 더 높은 민주주의 발전의 계기가 될 수도 있고, 국론 분열과 더 큰 혼란이 될 수도 있는 중요한 시점에 있는 것 같다. 국가와 국민 모두는 냉정을 되찾아 군의 사기를 꺽지 말아야 한다. 탄핵 자체의 적법성 여부는 헌법재판소에 맡기고, 나의 주장은 합법적으로 제시하자. 감성과 감정만을 앞세운 행동은 자제되어야 한다. 안보 취약기에 군이 마음의 안주를 할 수 있도록 불편부당(不偏不黨)한 언론매체, 성숙한 시민, 건전한 NGO, 학자적 양식을 가진 전문가들이 논박이 아닌 건전한 토론을 통하여 이성적 국민여론 형성을 도와주기를 바란다. 법과 상식이 지배하는 성숙한 우리 대한민국의 모습을 군은 원하고 있다.

김  규(성우회 안보평론위원)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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