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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국회에 바란다

Written by. 김규   입력 : 2004-05-06 오후 2: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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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대 총선 결과는 군심(軍心)에 자부(自負)와 우려(憂慮)를 동시에 각인시켜 주었다. 이번 총선이 사생결단식 한판 승부수이었음에도 군이 과거와 같이 정쟁에 휘둘리지 않고 정치적 중립을 지켜냈다는 자부심일 것이다. 여기에는 군이 특정 정파의 비호세력이 아닌 국가체제 수호자라는 선진민주국가형 체제수호세력으로 탈바꿈하고 정체성을 확보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반면에 새롭게 등장한 일부 신진 정치인들의 면모에서 국가 안보체제를 불안하게 할 수 있다는 소지에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참신성과 도덕성을 앞세워 당선된 의원들 중 22%가 과거 학생 운동권과 노동운동권 출신으로 한때 김일성 주체사상을 신봉한 '주체사상파', 공산주의 사상에 함몰된 '맑스·레닌(ML)파', 등 체제 부정적 학생활동을 주도했거나 사회주의 성향의 노동운동을 한 경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통 보수를 자임했던 자민련의 제3당의 자리를 차지한 민주노동당의 활동은 비록 3%의 소수 의석이지만 국가안보체제에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민주노동당의 강령과 정치강령을 보면 20세기 초 지구상에 난무했던 공산주의자들의 자본주의 체제를 증오하던 혁명적 선동 구호를 다시 보는 듯하다. "자본주의 질곡을 극복하고, 노동자와 민중 중심의 민주적 사회경제체제를 건설한다"는 강령과, "국가정보원과 기무사 따위를 폐지한다"는 정치강령 등은 대한민국 정치체제 자체를 부정하고, 체제수호세력을 와해하겠다고 선언과도 같아 보인다.  

  이들은 벌써부터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듯한 "이념을 명확히 하자", 체제수호 법인 '보안법의 철폐 주장', 반체제 이적단체인 '한총련의 합법화' 그리고 체제 수호의 최저치도 밑돌고 있는 2.6%의 국방비를 깎아 복지비로 돌리겠다는 등 체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사안들을 강하게 추진할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일부 좌경 정치권목소리와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없다", "북한의 핵개발은 우리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 "동맹보다 민족공조가 우선이다" 등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지고 있는 안보 불감증들과 융합이 우려된다. 특히 이를 부추기는 일부 좌파적 정치인과 학자 그리고 언론매체들의 목소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너무 과소 평가하고 있거나 애써 외면하는 우(愚)를 범하고 있어 걱정이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은 '한국 내 이념적 분열과 사회적 갈등 증폭' 그리고 '주한미군 철수' 등에 대한 집념을 버리지 않았는데 이제는 더 이상 노력하지 않아도 될 만큼 여건이 조성  되어 가는 형국이다. 북한은 경제적 어려움은 외세의 음모에 의한 일시적인 몰가치한 것으로 호도하고, 혁명을 위한 수령 중심의 의리와 동지애로 단결한 사회정치적생명을 최고 삶의 가치로 강요하고 모든 것에 군사력을 우선시 하는 수령제사회주의 독재체제다. 따라서 수령 1인이 마음만 먹으면 어디로든 튈 수 있는 럭비공과 같은 동원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북한이다. 

 용천 폭발사고로 고통받는 북한 동포에 대한 구호품이 신속한 육로 전달의 거부, 아픔을 함께 하고 어루만질 수 있는 인도주의적 현장 접촉도 제한하는 것은 북한 지도부가 그들의 체면 유지를 민생보다 우선시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프랑스 석학 르낭(E. Renan)은 '민족주의는 같은 혈통과 언어 및 문화를 유산으로 간직하면서 "함께 살려고 하는 의지가 있어야" 의미가 있다'고 하였다. 북한 지도층은 '함께 살려고 하는 소망'을 체제 수호의 걸림돌 정도로 보고 있는 것 같다. 

  386세대가 한국의 민주화를 위해 최루탄 속에서 눈물 흘리며 뛰어 다니는 동안 안보세력은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를 위해 하나밖에 없는 생명을 조국에 담보하여 왔다. 양자는 대립 아닌 대한민국 태극기 아래 융합해야 한다. 우리는 용천의 열차 참사 현장과 함께 삶의 의미는 고사하고 고통이 무엇이냐는 듯한 넋 나간 표정의 동포들, 피해 복구에 동원된 우마차와 재난의 잔재 그리고 멀리 보이는 도시의 회색 군상들을 보고 또 다른 한 숨을 함께 쉬었을 것이다. 누구든지 대한민국이란 한 지붕아래 살고 있음을 부정하지 않는다면, 우리 모두 튼튼한 안보체제가 남북대화에 자신감의 원천이고, 한 민족에게 자유·민주·번영이 보장되는 우리 모두가 염원하는 통일 민족국가 구축의 초석임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김 규(아태전략연구회 책임연구원)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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