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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은 사기를 먹고산다

Written by. 김규   입력 : 2004-07-20 오후 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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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은 난국타개를 위하여 선군정치(先軍政治)로 위기관리를 하고 있으며, 이를 구현하는 중심에 '총대철학'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 세상 모든 것이 다 변하여도 총만은 자기 주인을 배반하지 않습니다. 총대는 오로지 주인이 겨누는 목표를 향해 곧 바로 탄알을 날립니다. 총은 영원한 길동무이며 동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총에 대한 나의 지론이고 총관입니다"라고 교시한 것이 총대철학의 개념이 되고 있다. 김정일의 체제위기 돌파를 위한 비장한 각오와 체제 이탈자에 대한 살벌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또한 북한에서는 무엇이 변하고, 무엇이 변하고 있지 않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볼 수도 있다.

 지난 4월 22일 발생한 용천역 폭발 참사 시에 세계 각 국이 재해복구를 지원하고 있는 동안 북한 당국은 인민군창건 72주년(4월 25일) 기념행사와 각종 보고대회 및 연회 등에 더 비중을 두고 있었다. 김정일도 재해 현장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군부대를 순시(5월 3일 조선중앙방송)하면서 작전지침을 주고, 자동소총을 선물하는 등 군대 전의(戰意) 고취에만 관심을 기울였다. 금년도 전반기 김정일 대외 공개활동 총 45회 중 군부대 순시가 71%(32회)나 된 것은 김정일의 군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정성들이기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북한 체제 유지의 마지막 보루의 한 축인 인민해군이 1999년 1차 연평해전에서 한국군에 참패를 당했으니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 것 같았을 것이다. 이러한 북한해군이 절치부심(切齒腐心) 복수와 명예회복으로 김정일 애정에  충성으로 보답하기 위해 기획한 것이 2002년 6월에 한국해군 '참수리'호를 격침시킨 제2의 연평해전인 것이다. 이는 당시의 여러 가지 정황을 분석하건대 우발을 가장한 치밀하게 계획되고 준비된 도발이었다. 이때 기습 공격을 한 북한 경비정은 1차 연평해전에서 반파 당했던 '등산곳 684호'로 밝혀졌으며, 이 경비정이 지난 14일에 또다시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하여 아군 대응 상황을 놓고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주인공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 해군은 북한 함정이 남침하는 상황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남·북 군사당국이 지난 6월 4일 합의한대로 4차례나 경고하였으나 응답이 없어 경고사격을 하여 격퇴시켰다는 보고를 하였다. 그러나 국가안보위원회(NSC)는 북한의 "우리가 호출했는데 남측이 응답이 없었다"는 15일자 항의와 또 다른 출처의 정보를 종합 분석하여 해군이 허위 보고를 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대통령은 국방부에 진상조사를 명하였으며, 국방부는 조사결과 "한국 해군의 4차례 경고방송에 북측은 응답을 하지 않고 있다가, NLL 침범 후 '중국 어선이다'고 첫 응신을 하였으며, 아 해군이 북한 경비정에 발포 경보를 보내도 계속남하하자 2발의 경고사격을 하였고, 이 때 북 경비정은 북상하면서 우리 해군이 군사분계선을 침범했다며 2차례나 남하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 있었던 북측의 일방적 교신을 "북의 기만전술"로 판단하여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은 재조사를 지시하면서 "현장의 작전 수행이 적절하였느냐 보다, 상황보고가 정확히 됐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하여 대대적 군의 문책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아마도 대통령은 '북의 교신'에 대한 보고 누락을 남북화해 무드를 깨트리려는 군의 불순 의도 내지 중대한 실책으로 파악한 것 같다. 그러나 각종 유형의 군사작전이 전장에서 성공했느냐 실패했느냐에 따라서 국가 운명이 좌우되어 왔음은 역사의 철칙이다. 작전의 성패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각 국은 전쟁에서 적의 작전계획을 교란하기 위해 각종의 기만, 허위, 기습 및 모략 전술과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대통령은 군의 작전상황판단보고에 귀를 기울이고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군의 통수권자로서 문제가 예상되는 민감한 지역의 군 작전계획을 검토하고 지도하려는 노력에 부족함은 없었는지도 살펴보아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지금) 군대의 준장, 소장 등은 군부시대에서 커온 계급들"이라고 군의 핵심 계층을 마치 제거되어야할 불충한 집단 정도로 매도하는 듯한 한 여당 국회의원의 발언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히는 것이 군의 사기와 충성을 유도하기 위해 필요할 것 같다.

 군은 '간첩과 빨치산 출신을 민주투사'로 인정한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논리적 배경 설명을 언어의 유희로 단정하고 있다. 또한 이 위원회에 한국을 사회주의화 하려했던 사노맹 출신과 간첩활동을 했던 반국가 범죄자들이 조사관으로서 참여하여 전,현직 군 최고 수뇌부를 조사했다는 사실에 군은 수치심과 격앙된 분노를 억제하고 있다. 김정일이 노리는 한국의 내분과 군의 사분오열(四分五裂) 그리고 오판의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서다.

김 규(성우회 안보평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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