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글씨확대글씨축소스크랩

호국보훈의 달에 부끄러움은 없는가

Written by. 김규   입력 : 2003-06-04 오후 3:46:00
공유:
twitter facebook
소셜댓글 : 0

 1863년 11월 19일 미국의 남북전쟁의 분수령이 되었던 게티스버그(Gettysburg)전장에서는 전투가 끝난 3개월 뒤에 완성된 전사자묘역에서 추모행사가 열렸다. 링컨 대통령은 추모사(追慕辭)에서 자유와 평등을 위해 목숨 바친 선열들의 미완성의 과업을 이룩하는데  헌신하자고 하면서 말미에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영원 할 것이다"는 불후(不朽)의 명언을 남겼다. 이 곳에서는 140년이 지난 지금도 거의 매일 수백 명의 시민들이 자유와 평등이 어떻게 쟁취되었는지  격전장을 몸소 답사하면서 체험하는 이벤트가 년 중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와 같은 국가정체성 근원(根源)의 체험과 국민 안보의식 함양을 위한 교육현장이 미국 전역 곳곳에 산재해 있다. 이러한 것이  광활한 대륙에 개성이 강한 다민족들로 구성되고 역사도 짧아 공동체의식도 미약하여 국민통합이 불가능할 것 같은 취약점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한 밑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우리는 해방을 맞이한 지 58년 그리고 한국전쟁을 휴전으로 종결한 50주년을 앞두고 있다. 현재 동작동과 대전 국립 현충원 묘역에는 약 7,900여 무덤과 시신을 찾지 못해 위패로 대신한 11만여 영현이 모셔져있다. 이들 대부분은 혹한의 만주 벌판에서 품속에 꼭 껴안은 태극기를 창공에 마음껏 휘날려보지 못한 설움을 가슴에 안고 순국한 선열들이거나, 공산주의는 안 된다 고 죽음으로 맞섰던 전몰 호국 영령들이다.

 6월은 이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 유훈을 이어 받자는 호국 보훈의 달이다. 국가 보훈처는 최근 여론 조사기관인 리서치 앤 리서치에 의뢰하여 전국의 만 20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국민 보훈의식' 조사결과를 발표하였다. 그중 '현충일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하는 질문에, 국립묘지나 호국 시설을 찾겠다가 약 18%인 반면, 가족과 함께 쉬겠다는 것이 약 60% 이었다. 또한 '국가 보훈시책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 정도가 얼마나 높다고 생각하나'라는 질의에는 약 82%가 낮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유공자에 대한 보은이나 국민안보의식의 총체적 실종을 엿 볼 수 있는 통계자료다. 북한의 핵 문제 등 우리의 안보 환경을 고려할 때 왜 이 지경이 되었는지 순국 선열과 호국영령들에게 죄인이 된 심정일 뿐이다. 더욱 가슴 메이게 하는 것은 현직 국회의원이 '국기에 대한 경례는 파시즘과 일제 잔재라고 생각한다' 고 당당하게 주장한 것이나, 초등학생에게 반전교육이라는 명분 아래 동맹국 미국을 적으로 오도하여 증오하게 하려는 교사들 그리고 국가기관인 인권위원회가 안보에 무임승차하려는 비양심자들의 '양심적 병역거부'를 용인할 수도 있는 다큐멘터리 제작에 국가예산을 지원했다는 등의 보도이다. 이들은 도대체 어느 나라 국회의원이며, 누구를 위한 반전 교육자이며, 병역거부를 조장하는 듯한 인권위원회는 어느 나라 정부기관이냐 하는 탄식들이 여기 저기서 쏟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금년의 호국보훈의 달 행사는 예년과 다름없이 형식적으로 진행될 것 같고, 국가기강을 통 체로 흔들 수 있는 정체성이 의심되는 각종 이익집단들의 증오와 적의로 가득한 시위는 계속될 전망이다.

 우리가 누리고있는 경제적 번영과 자유는 순국 선열과 호국 영령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우리의 소망인 통일과 선진국 진입 목표도 저절로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자유와 민주를 쟁취하기 위해 치른 많은 희생을 값지게 하고 뼈를 깎는 수호의지(守護意志)를 행동으로 옮겼을 때 그 터전이 마련될 것이다. 정부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훼손하려는 무리들과 국가안보에 균열을 초래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국헌 수호 차원에서 단호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국민 안보의식 함양을 위해 도처에 산재한 역사적 안보 현장 발굴 보존과 국가 위기 시에는 언제든지 현장 투입이 가능한 애국적 안보세력을 체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안보 불감증으로 국가 파멸을 자초했던 임진왜란과 같은 역사적 교훈에서 지혜를 배우고 근자에 더욱 소외되고 있는 안보세력을 조직화하고 긍지와 명예심을 북돋아주는 정책을 강구해야 할 것 같다.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는 전쟁의 비참함을 잊고 평화에 도취되어 또다시 전화(戰禍)를 불러온다'는 토인비의 '전쟁 순환 주기론'이 한국에서 입증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김  규(군사연구위원)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관련기사보기
facebook twitter 책갈피저장 메일보내기
소셜댓글
로그인선택하기 트위터 페이스복
원하는 계정으로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여 주십시요.
입력
    • 입력 된 100자 의견이 없습니다.
1
로그인하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