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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안 재검토 착수 안팎

Written by. 중앙일보   입력 : 2003-11-11 오후 11:5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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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11일 청와대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주재로 안보관계장관회의를 갖고 대미 파병협의 및 이라크 정부합동조사 결과를 토대로 파병 세부계획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관련부처별로 파병안을 만든 뒤 이를 종합,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이 참석하는 오는 17일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한.미간 협상에 넘길 것으로 알려졌다.



◇재검토 배경



정부가 비전투병 위주 3천명을 이라크 남부지역에 파병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도 재검토에 나선 배경은 대미 파병협의 과정에서 이 안이 미국의 희망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자칫 파병 문제가 북핵 문제 등으로 인해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한.미동맹에 균열이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국측은 대미 파병협의단에게 "초기 안(initial offer)이지 최종 안(final offer)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정부합동 이라크조사단에게도 "그럴 바에는 파병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라크 치안상황이 예상보다 좋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정부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가 시각에 따라선 치안유지군과 재건지원군 파병, 양쪽 모두에 근거를 줄 수 있는 점이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치안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재건과정에서 치안유지가 선결과제인 만큼 전투병을 보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우리측 인명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는 비전투병을 파병해야 한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결국 최고통치권자와 관련 정책책임자들이 여러 여건을 두루 감안해 정치적인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는 사안이란 지적이다.



◇'전투병 증파' 대두



외교통상부와 국방부를 중심으로 전투병 수를 늘리고 결과적으로 총 파병규모도 확대해야 하는 방향으로 기존 파병 안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았던 국방부는 일정지역을 책임지는 규모의 전투병 파병을 공개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차영구(車榮九) 국방부 정책실장은 11일 기자회견을 갖고 "의무.공병을 보내는 것은 기능적 접근이고, 지역담당은 책임지역을 담당하는 포괄적 접근"이라며 "(한 지역에서) 책임을 갖는 것은 한국형 치안유지 방식을 그 속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차 실장은 또 "(공병.의료부대 같은) 기능형 부대는 군대가 할 수 있지만 민간에서 할 수 있는 영역이 더 많다"며 "공병도 테러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오히려 공병이 자기보호 측면이 약해 더 위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파병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내에서도 이같은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미 파병협의단은 통보가 아닌, 협의를 위해 파견됐던 만큼 미국측과의 의견차이가 확인된 이상 협상을 위해서는 기본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미측의 입장도 어느정도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양상이다.



이 때문에 공병.의료부대 2천명, 전투병 1천명이란 기존 안에서 전투병을 다소 늘리는 방향으로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부 키르쿠크 주목



전투병 증원과 파병규모 확대가 이뤄질 경우 파병 후보지로는 지금까지 유력시됐던 모술과 함께 키르쿠크, 하디사, 아르빌 등 북부지역 도시들이 거론되고 있다.



대미 파병협의단은 비전투병 위주 파병을 전제로, 남부 나시리야와 바스라 같은 안전지역에 파병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은 남부지역은 치안이 비교적 안정돼 있고 재건수요도 별로 많지 않은 만큼 다국적군 파병의 필요성이 많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파병 성격과 규모가 바뀐다면 역시 바그다드-팔루자-티크리트를 잇는 '수니 삼각지대'에 비해선 위험성이 덜하면서도 치안 및 재건수요가 많은 북부지역 파병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정부합동조사단이 방문했던 키르쿠크는 미 173 공정여단이 내년초 철수할 계획인데다 모술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키르쿠크는 석유매장량 세계 2위인 이라크에서도 유명한 유전지역으로 알려져 향후 석유공급선의 안정적 확보란 면에서도 눈에 띄는 지역이다.



청와대 안보관계장관회의에선 파병후보지로 모술은 상대적으로 안전에 문제가 있는 만큼 남부지역에 파병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자원협력 차원에서 키르쿠크가 좋겠다는 의견이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외교부와 국방부 일각에선 인구 300만명의 제2의 도시, 모술을 한국군이 독자적으로 담당하는 것이 이라크에서 한국의 이미지를 심고, 향후 대 이라크 관계를 돈독히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내달 초 결정 유력



정부는 대미협의와 이라크 조사 결과를 토대로 관련부처의 의견을 취합, 파병 수정안을 작성할 방침이다.



이는 기존안 성안 때 외교부와 국방부가 거의 배제된 점을 감안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그러나 NSC가 이미 양쪽 부처의 의견을 파악하고 있는 만큼 파병 수정안의 가닥을 잡는 데는 '시간'보다는 '결단'이 더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내주 초쯤 틀을 잡아 17∼18일 SCM에서 미측과 협의를 벌인 뒤 국회조사단 조사 결과(18∼26일) 및 노 대통령과 4당
대표 회동 결과 등을 종합 고려해 내달 초 파병안이 마련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정부가 내년 2월까지 파병하기 위해선 내달 9일 폐회되는 정기국회 회기내에 파병동의안을 처리해야 점도 감안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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