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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린'(逆鱗) 이후

Written by. 임형두   입력 : 2006-07-13 오전 9:4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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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린(逆鱗)은 '한비자'의 '세난(說難)'편에 나오는 말이다. '세난'편은 상대방에 따라 알맞게 설득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또 설득에 실패했을 때 닥칠 위험은 무엇인지, 특히 군주(강자)를 설득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 조언한다. 세난을 개인에게 적용하면 영리한 예의범절 또는 처세술일 것이고, 나라에 응용하면 능란한 외교전술이나 전략이 될 것이다.

 한비자(韓非子)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중국 전국시대의 법가사상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가 살던 한나라는 전국칠웅 가운데 가장 작고 약했는데, 법가 사상가들은 살얼음판을 내딛는 듯한 현실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엄격한 법의 집행으로 통치자가 통치력을 완전 장악해야 한다고 봤다.

 명문귀족의 후예였던 한비자는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말더듬이였다. 하지만 논리력과 문장력이 매우 탁월해 경쟁자의 시샘을 사기도 했다. 그 대표적 경쟁자가 스승인 순자(荀子) 밑에서 동문수학했던 이사(李斯)였다.

 한비자는 자신의 견해를 추상과 같이 명쾌하게 밝혔다. 그가 진시황의 극진한 총애를 받자 이에 자존심이 상한 이사는 상황을 교묘하게 역이용해 한비를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한비 자신이 막상 줄타기와 같은 현실의 곡예를 넘지 못하고 그토록 조심하고 경계하던 '세난'과 '역린'의 희생자가 돼버린 셈이다.

 역린은 상대의 약점이기도 하고, 민감부위이기도 하다. 자존감일 수도 있고, 건드려서는 안되는 아킬레스건일 수도 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는 간혹 상대의 급소를 건드려 사이가 나빠지고 상황을 악화시키곤 한다. 말 한 마디, 행동 하나가 경우에 따라 치명타가 된다는 뜻이다. 결국 자신이 그 희생자가 되고 말았지만, 한비가 '세난'에서 이를 힘주어 강조한 것은 그래서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는 '세난'편 말미에서 "용이란 동물은 유순해서 길들이면 탈 수 있다. 그러나 턱 밑에 한 자 정도 되는 거꾸로 난 비늘, 바로 역린이 있는데, 설사 자신을 길들인 사람이라도 그 비늘을 건드리면 반드시 그 사람을 죽인다"고 경계했다. 그러면서 "군주에게도 역린이 있다. 유세하려는 자는 군주의 역린을 건드리지 않을 수 있어야만 성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한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한비의 관점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군사력 대비로 자신보다 600배나 강한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의 코털을 주저하지 않고 잡아 뺀 경우라고 할까. 여러 경로로 발사의 뒤탈을 사전경고했지만 북한은 미국 독립기념일에 맞추어 일곱 발을 거리낌없이 쏴버렸다.

 북한의 역린을 두고 관련국들은 각자의 이해타산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결의안이냐, 의장성명이냐를 놓고 고민 중이다.

 개인 사이도 그렇지만 국가 간의 관계에서도 상대의 역린을 건드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 민감부위를 피하면서 머리를 맞대고 이해를 조정해가다 보면 최악의 상황을 면하고 난제도 뜻밖으로 순조롭게 푸는 궁즉통(窮卽通)의 길이 보이지 않을까싶다. 지금의 상황은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안녕과 직결돼 있어 더욱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konas)

 임형두 (연합뉴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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