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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교전>"나라 위한 희생, 이렇게 대우 다르다니…"

Written by. 조선일보 우스터시(미 매사추세츠주)= 李河遠 기자   입력 : 2003-11-12 오전 8:5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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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교전 희생자 유족 김종선씨 美 한국전기념탑 제막식서 눈물


▲ 김종선씨가 9일 ‘센트럴 매사추세츠주 한국전 참전기념탑’ 건립위원회 켄 스위프트 부회장에게 자신이 준비한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 스위프트 부회장은 “남편을 잃은 슬픔을 이기고, 태평양 건너 열린 행사에 참석한 데 대해 뭐라고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우스터시(미 매사추세츠주)=李河遠기자 May2@chosun.com
9일(한국시각 10일) 미 매사추세츠주 한 가운데 위치한 우스터시(市)의 ‘센트럴 매사추세츠주 한국전 참전기념탑’ 제막식 현장. 행사에 참석한 1200여 미국인의 왼쪽 가슴에는 파란색 또는 노란색 원형 배지가 반짝거리고 있었다.



여기엔 “한국은 당신을 기억합니다” “우리의 형제애를 영원히 지켜나갑시다”라는 영문 문구와 www.pkm357.org 이라고 쓰인 인터넷 주소가 선명했다. PKM 357은 지난해 6·29 서해교전 당시 침몰한 우리측 해군함정 참수리호를 나타낸 기호. 이 배지는 이 함정의 조타장이었다가 북한군의 공격으로 사망한 지 41일 만에 시신이 인양된 고 한상국(韓相國) 중사의 부인 김종선 (金鍾善·29)씨가 마련한 것이다.



김씨가 서울에서 준비해 온 1000여 개의 배지가 순식간에 동이 나 뒤늦게 도착한 미국인들이 “남은 배지가 없느냐”고 묻는 모습이 눈에 띄기도 했다. 김씨의 사연을 전해 들은 주최측은 그녀를 단상으로 불러내 감사의 뜻을 표했다. 행사장에서 만난 최승훈(崔乘訓) 전 뉴잉글랜드지역 한인회장은 “우리 정부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을 김씨가 자발적으로 해 많은 미국인들이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씨가 미국 땅에서 열린 우스터지역 6·25 참전 기념탑 제막식에 참석하기로 한 것은 지난 여름. 월간조선 기사를 통해 관련 내용을 알게 되면서부터다.

“한국에서는 1년밖에 지나지 않은 서해교전을 금방 잊어버리는데, 50년이 더 지난 일을 기억하기 위해서 애쓰는 분들이 누구인지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또 한국에서 반미감정이 기승을 부리지만, 6·25 당시 미국의 희생을 기억하는 한국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어요.”



김씨는 미국 비자를 신청할 때 “미국에서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어떻게 기리고 예우하는지를 배우고 돌아와 서해교전 추모 활동을 효과적으로 하고 싶다”는 내용의 방문목적 서류를 만들어 제출했다. 이에 감동한 미국 영사는 즉각 비자를 발급하면서 “펜타곤에서는 사진 찍는 것이 금지돼 있으니 조심하라”고 조언까지 했다고 한다.



김씨는 4시간이 넘게 걸린 행사에 수많은 시민들이 참석한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갑작스럽게 기온이 떨어져 영하의 날씨였지만, 행사장에서 이탈하는 시민들이 거의 없더군요. 모두들 진지한 표정으로 50년 전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사람을 추모하는 분위기가 부러울 따름입니다. ”



김씨는 숨진 한 중사와는 불과 8개월을 함께 살았다. 혼인신고를 먼저 하고 신혼생활을 하던 김씨 부부는 2002년 가을에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결혼식을 불과 몇 달 앞두고 비극이 닥쳐왔다. 서해교전 이후, 그녀의 생활은 악몽이었다. 언니가 살고 있는 캐나다에서 4개월간 은둔하기도 했다. 그러나 서해교전의 진실이 일부 언론에 의해서 왜곡되고, 또 시민들에게서 잊혀지는 것을 보고 귀국, 올해 초부터 추모 홈페이지 운영에 적극 참여하기 시작했다.



그는 “올해 서해교전 1주기 때는 주한미군에서 보낸 위로 편지를 받았는데, 정작 우리 정부로부터는 아무런 위로서신을 받지 못했다”며 “우리 정부는 유족들이 그냥 숨죽이며 살고, 서해교전이 잊혀지기를 바라고 있는 것 같았다”고 비판했다.



김씨는 현재 군부대에 전시돼 있는 참수리호를 전쟁기념관으로 옮기기를 희망하고 있다.



“왜 나라를 지키다가 벌집이 된 함정이 일반시민들의 접근이 어려운 군부대에 전시돼야 합니까. 전쟁기념관으로 옮겨서 많은 국민들이 그 참상을 바로 알아야 합니다.”



김씨는 참전기념탑 제막식 참석에 이어 워싱턴의 알링턴 국립묘지, 한국전참전기념탑, 아나폴리스의 미 해군사관학교를 돌아보는 ‘안보여행’을 하고 다음주 귀국할 예정이다.



이날 건립된 참전기념탑은 6·25 당시 숨진 191명의 우스터지역 미국 참전용사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센트럴 매사추세츠주’의 미군 참전용사들이 이를 위해 3년간 모금한 금액은 총 45만달러. 이 중에는 김성은(金聖恩) 전 국방장관이 기부한 1만달러가 포함돼 있다.



참전기념탑 부지에는 성조기, 태극기, 한국전 참전깃발이 휘날리게 되며, 워싱턴의 베트남전 참전기념탑처럼, 6·25전으로 유명을 달리한 참전용사의 이름이 새겨진 대리석이 설치됐다. 그 대리석 맨 위에는 “자유는 거저 얻는 것이 아니다(Freedom is not free)”라는 글귀가 금박으로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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