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단체 간부 北혁명열사릉 참관 뒤늦게 밝혀져
주변 만류 불구 헌화·묵념 강행‥정부는 쉬쉬, 협력기금 지원까지
국내 노동단체 방북단 일부가 혁명열사릉을 참관, 정부가 주도적 참배자에 대해 한동안 방북을 금지시키고 행사 지원금을 축소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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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정부에 따르면 통일부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우리측 노동단체 대표단이 남북 노동절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지난 4월 30일부터 3박4일간 평양을 방문했을 때 이 중 일부가 혁명열사릉을 참관함에 따라 지난 달 5일 이 행사에 대한 협력기금 지원액을 1억400여만원 정도에서 6천900여만원 이내로 삭감했다.
또 주도적으로 참배한 4명과 이를 막지 못한 노총 지도부 10명 등 14명에게 방북을 한 달 간 금지했다.
우리측 인원이 혁명열사릉을 집단으로 참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정부측 만류에도 불구하고 방북단 150명 중에 50여명 가량이 혁명열사릉에 갔으며 이 가운데 4명은 주도적으로 참배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교류협력법에 따라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주도적 참배의 내용에 대해 "헌화와 묵념인 것으로 안다"며 "나머지는 그냥 참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방북단의 평양 방문에 앞서 실시한 방북교육을 통해 '참관지 제한' 문제에 대해 설명한 데 이어 지원인력으로 이들을 따라간 우리측 당국자도 사전에 혁명열사릉 방문을 말린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 대성산에 있는 혁명열사릉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모인 김정숙과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 등 항일빨치산과 북한 정권 수립에 관계된 사람들이 묻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애국열사릉, 김일성 주석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과 함께 우리 당국이 참관을 제한해 왔던 곳으로, 북측은 작년 12월 제17차 장관급회담에 이어 지난 달 11∼13일 제19차 장관급회담에서도 '참관지 방문 제한'을 철폐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해왔다.
정부는 북측이 성지(聖地)처럼 여기고 있는 이들 장소를 우리 국민이 방문할 경우, 그 목적과 방문시 행동에 따라 국가보안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방북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해 왔다.
양대 노총 "혁명열사릉 참관제재는 비현실적‥정해진 코스 이동하다 우발적 참관"
그러나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은 노동단체 대표단 일부가 혁명열사릉에서 참관한 것에 대해 정부가 제재를 가한 것은 현재의 남북 교류 수준에 걸맞지 않는 조치라며 반발했다.
양대 노총은 3일 "정부측 관계자들이 혁명열사릉 참관 당시 노동계 지도부측에 참관 중단 요청을 정식으로 한 적이 없고 문제 삼겠다는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며 "두 달 정도가 지난 7월초에 뒤늦게 제재를 가한 것은 우리 사회의 보수화 흐름에 편승한 정치적 행위로 볼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대표단으로 방북한 민주노총 관계자는 "의도적으로 혁명열사릉을 참관한 것은 아니고 정해진 관람코스에 따라 이동하다 혁명열사릉이 인근에 있어 그냥 참관하게 됐다"며 "혁명열사릉에는 일제시대 때 항일운동을 한 사람들이 묻혀있어 사상과 이념을 넘어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난해 8.15 행사때 북측 대표단이 우리나라의 현충원을 방문하는 등 남북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시대에 혁명열사릉 참관을 문제삼는 것은 남북 관계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도 "정부측에서는 헌화한 것을 문제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많은 사람이 혁명열사릉을 참관하는 과정에서 몇명이 헌화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측 정부가 현재의 남북 교류 수준에 맞지 않게 참관 제한 구역을 작의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방북하면 사방에 보이는 것이 북한 체제를 선전하는 것인데 명확한 기준도 없이 혁명열사릉 참관 금지 등의 조치를 유지할 생각이라면 차라리 방북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낳다"고 말했다.(konas)
정미란 기자 sori@kona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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