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글씨확대글씨축소스크랩

테러방지법 제정 서둘러야

Written by. 제성호   입력 : 2003-11-13 오전 11:36:03
공유:
twitter facebook
소셜댓글 : 0
 
시민단체 눈치로 2년간 표류 … 국정원에 컨트롤타워 권한을

정부가 제출한 테러방지법안이 국회에서 2년이 넘도록 낮잠을 자고 있다. 의원들이 입법저지 투쟁을 조직적으로 전개하는 시민단체들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유엔안보리 결의(제1368호)에 부응, 작년 6월 테러방지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유엔에 보고했었다. 따라서 이 법의 제정 지연은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잘못을 범하는 것이 된다. 이는 국제사회의 반테러 협력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기도 하다.



9·11테러 이후 각국은 국내법을 제·개정하여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테러 대응체계를 수립하고 있다. 미국의 애국법, 영국·캐나다의 반테러법과 독일의 개정 연방정보부법(BND)은 그 대표적인 예다.



이 같은 국제사회의 대응과 관련해 테러방지법이 인권침해법이 아니라 ‘인권보호법’이라는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반테러 입법을 통해 무고한 인명과 재산을 유린하는, 비인간적·반문명적인 테러의 위협으로부터 ‘인간안보(Human Security)’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82년 1월 ‘국가 대테러 활동지침’이 대통령 훈령으로 제정돼 있기는 하지만, 이는 대외비의 하위법규로서 투명·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이 없어 ‘법률에 의한 대테러 행정’이라는 법치주의의 요청에 반한다. 따라서 테러방지를 위한 기본법을 제정하는 것이 민주화 시대에 부합하는 조치라 하겠다.



테러방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재난관리법이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 기존의 법제도를 활용하면 얼마든지 대테러행정을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재난관리법을 개정해 ‘재난’ 개념에 테러사태를 포함시키거나 NSC로 하여금 대테러 업무를 담당할 수 있도록 해당 법규를 고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나라도 재난관리법을 손질해 테러에 대응하지 않는다. 이 법은 화재·붕괴·교통사고 등 인재(人災)에 대응하기 위한 법률이어서 입법목적, 규율대상, 보호법익 등의 면에서 테러방지법과 전혀 다른 까닭이다.



테러는 정보수집과 추적활동은 물론, 유관 국가와의 국제공조가 무엇보다 긴요하므로 재난 발생시의 사후대응, 대피교육·훈련 및 피해복구를 규율하는 재난관리법으로 대처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NSC의 업무에 대테러 활동을 추가하자는 주장도 지지를 받기 어렵다. NSC는 국가안보에 관한 대통령 자문기관으로 기본적으로 정책수립을 하는 범정부적 회의체다. 따라서 얼굴과 전선(戰線)이 없는 테러를 예방하고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조직체계와 전문성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현재 대테러 업무에 종사하는 기관은 모두 17개 부처이고, 관련 법률만도 70여개에 달한다. 따라서 테러사건에 대한 대책 수립 및 시행평가 등 중요사항을 심의·의결하기 위해 범정부적 차원의 국가 대테러 대책회의(의장:국무총리) 설치가 필요하다.



또한 국가정보원에 ‘대테러센터’를 두고 반테러 행정의 기획 및 조정을 담당토록 하는 한편, ‘대책회의’의 간사기관이 되도록 하는 것이 우리 법체계와 정부조직 편제상 가장 현실적이다.



이 같은 법제도 정비는 ‘국가대테러활동지침’에 따라 그간 국정원이 수행해 왔던 반테러활동을 법률 차원에서 규범·양성화시키는 측면이 있다.



다만 테러방지법 제정을 통해 국정원이 사법경찰권을 갖게 될 경우, 권한을 남용해 인권침해를 할지도 모른다는 시민단체들의 우려에는 충분히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시민단체들의 비판을 극복하면서 국민적 지지를 받는 균형잡힌 입법이 가능할 것이다.



이제 국회는 책임의식을 가지고 인간안보와 테러 없는 사회의 건설을 위한 법 제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 지구촌 어디에도 테러의 안전지대는 없기 때문이다.



(제성호·중앙대 법대 교수)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관련기사보기
facebook twitter 책갈피저장 메일보내기
소셜댓글
로그인선택하기 트위터 페이스복
원하는 계정으로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여 주십시요.
입력
    • 입력 된 100자 의견이 없습니다.
1
로그인하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