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 핵대책… 불안한 국민들
유엔 안보리가 북한 핵실험을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하고 대북 제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인류가 핵이나 생화학무기와 같은 대량살상무기를 두려워하고 공동으로 해결하려고 한 것은 기원전 5세기 아테네 대 스파르타의 펠레폰네소스전쟁에서 독극물이 사용된 다음부터라는 설이 있을 정도로 오랜 역사적 배경을 지니고 있다.
핵무기의 절대적인 위력을 얻고자 북한은 이미 15년 이상 핵무기 개발을 하면서 국제사회가 견제할 때마다 대화, 벼랑 끝 외교, 협박 등으로 고비를 넘겼다. 승자의 미소를 지으며 큰소리를 치고 있는 북한은 8번째 핵무기 보유국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국제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악의 축’이라는 사실을 선명하게 확인시켜 주었다. 지금 북한은 핵실험에 의한 승리의 월계관과 국제사회의 견제와 압박이라는 가시면류관을 동시에 쓰고 있다.
반세기 이상 북한과 정전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은 북한 핵실험 과정에서 위기관리 능력의 공백을 여실히 드러냈다.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은 사태가 일어나기 불과 한달 전에도 “북한 핵실험에 대해 근거 없이 이야기하는 것은 여러 사람을 불안하게 할뿐더러 남북관계도 해롭게 만들 우려가 있다”며 사태를 낙관했다. 국가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핵심적인 부처와 기관조차도 북한 핵실험에 대해 징후를 정확하게 예측하거나 대비하지 못했다.
핵실험 발표 이후에도 정해진 위기관리 매뉴얼에 따라 체계적으로 원칙에 입각한 조치를 취하기보다는 여론에 따라 수위를 조절하는 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어떠한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자랑스런 대한민국을 지키겠다는 각오를 보여주었어야 할 대통령은 처음에는 ‘포용정책을 주장하기 어렵게 되었다’고 하더니 ‘대북 포용정책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을 바꾸며 고뇌하는 햄릿 역할을 계속했다. 국무총리, 국방부, 외교부, 통일부 역시 때와 장소에 따라 주장이 오락가락하기는 매한가지였다. 민의를 대변해야 할 책무를 지고 있는 국회는 최악의 안보 위기 상황에서도 여야 자존심 대결만 벌이다가 북한 핵을 반대한다는 ‘말’만 남긴 채 대북 제재와 같은 ‘행동’은 빈칸으로 남겨둔 빈 껍데기 결의안을 결의했다. 이렇게 청와대에서 국회에 이르기까지 우왕좌왕하는 바람에 국민은 정부가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핵무기를 가진 북한’과 ‘핵무기를 가지지 못한 대한민국’이 현실이 되면 대한민국이 살아남기 위해서 1950년에 그랬던 것처럼 국제사회의 지지와 지원이 필수적이다. 안보리는 현단계에서 북한의 오판을 막기 위해 포괄적인 무기 금수, 금융자산 동결은 물론 사치품의 반입까지 막으면서 압박수위를 높였다. 군사적이고 정치적인 문제인 이번 핵실험도 1억∼3억달러가 소요되는 핵실험 비용을 댈 ‘돈’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며, 경제제재는 국가 생존에 치명적인 압박을 가할 수 있다.
과연 수만명의 국민을 굶겨죽인 최빈국 북한이 지난 8여년 동안 대북 지원과 민간교류사업으로 흘러들어간 수조원의 수입이 없이도 핵무기 실험을 자행할 수 있었을까. 우리 정부가 북한의 핵실험 도발에도 변함없는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것을 북한이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받아들인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정부는 평화번영정책의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 두려워 아무런 행동도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보기 바란다. 현시점에서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를 철저히 이행하는 것만이 그나마 최악의 사태를 막을 수 있는 마지노선이다.(konas) (출처:세계일보/06,10,17)
김정원 (세종대 석좌교수·전 외교부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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