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軍 매커니즘 모르는 NSC가…"
국방부는 이라크 파병안이 국방부의 희망이 반영되지 않고 NSC쪽의 ‘완승’으로 기운 듯한데 대해 공식 언급은 극도로 삼가고 있지만 매우 곤혹스럽고 떨떠름한 표정이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이 13일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1일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파병규모의 경우 3000명을 넘지 않도록 지시했다”면서 “파병부대 성격은 기능 중심과 독자적 지역 담당 두 가지 방안을 검토하되 독자적 지역 담당의 경우도 재건지원 중심으로 하도록 하고, 치안은 이라크 현지 경찰과 군이 담당토록 하는 한편 파병될 한국군은 이를 양성, 지도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침을 내렸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는 3000명 이상, 치안유지 병력(전투병) 위주의 파병을 주장해온 국방부 입장보다는, 공병·의무 등 비전투병 위주 3000명선 파병을 주장해온 NSC 입장에 노 대통령이 손을 들어준 것이란 평가다.
청와대 발표로 인해 지난 11일 노 대통령 주재 안보관계장관회의 직후 대통령 지침과 다른 기조의 브리핑을 한 차영구(車榮九) 국방부 정책실장은 매우 난처한 처지에 놓인 것으로 정부 당국자들은 보고 있다. 차 실장은 당시 ‘기능적 접근(공병·의무 등 비전투병 위주)에서 포괄적 접근(치안유지 등 전투병 위주)으로 정부의 파병 기류가 바뀌고 있다’는 취지의 브리핑을 해 12일 대부분의 언론이 정부 방침이 전투병 위주 파병으로 기류가 바뀌었다고 보도했었다.

▲ 국방부 남대연 대변인이 14일 오전 국방부 브리핑 룸에서 한.미 연례안보회의와 관련, 브리핑하고 있다.
차 실장이 대통령 지침과는 다른 브리핑을 한 데 대해 국방부는 “차 실장이 의도적으로 대통령 지침에 어긋나는 발언을 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 지침이 이날 오후 늦게야 정식으로 내려왔기 때문에 지침을 모른 상태에서 얘기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선 차 실장 발언에 대해 국방부의 '반란'이나 '항명' 등으로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안보관계 장관회의에서 노 대통령이 파병 주무부서는 국방부이므로 국방부에서 두 가지 안을 만들어 보고하도록 지시했고, 대미(對美) 파병협상 주체도 외교부에서 국방부로 넘어오는 등 국방부에 다소 힘이 실리는 듯한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차실장이 그런 언급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즉 파병 논의의 중심이 처음으로 국방부로 이동하는 것으로 판단, 그동안 말하고 싶었으나 속으로만 끙끙 앓고 있던 사항을 차실장이 강도 높게 얘기한 것이라고 분석이다.
국방부는 파병인원이 3000명 이하로 제한되고 재건 위주로 편성되더라도 안전유지와 이라크 군·경 교육을 위한 상당수의 치안유지 병력 파병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공병의 경우 우리 군 여건상 1000명 이상 파병이 어렵고 의료지원단은 인원이 없어 추가파병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면서 “오는 17일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을 만나 미국 입장을 들어보고 군관계자들이 현지 추가조사를 한 뒤에야 구체적인 파병 규모와 구성에 대한 가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대통령 지침내용과 NSC 분위기에 대해 “군의 기본적인 메커니즘을 모르고 비현실적인 접근을 하는 측면이 많다”며 “이번 대통령 지침도 최종안이 아니라 뒤에 바뀔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고 다소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방부는 그동안 특전사·특공여단 등 치안유지를 위한 전투병을 중심으로 공병·의무 등을 포함시키는 5000~6000여명의 혼성(混性)부대 파병을 희망해 왔으나 고위층이 파병 주무부서장인 조영길 국방장관의 의견보다는 이종석 NSC차장 등의 의견을 존중하는 듯한 모습에 큰 불만을 가져왔다.
지난 7일엔 원로 예비역장성들이 조 장관에게 "장관직을 걸고 국방부 목소리를 내고 전투병 파병을 추진하라"고 강력히 촉구하는 등 안팎으로 소극적인 태도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는 데 대해 조 장관 등이 상당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으며 이것이 11일 차 실장의 발언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아무튼 이라크 파병문제는 17일 조영길 국방장관과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간에 열리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를 고비로 또 한차례 큰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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