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I가 전쟁을 일으킬지 모른다고요?

2006년 10월 9일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 한 이후, 국제사회는 북한에 대한 본격적인 제재에 착수하고 있습니다. 이미 2003년 5월 31일 미국 대통령 부시가 폴란드의 크라코우 (Krakow)에서 ‘대량파괴무기의 확산 이라는 도전에 대해 국제적인 대응’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발표한 이후 PSI(Proliferation Security Initiative: 대량파괴무기 확산 방지 구상)라는 용어가 널리 사용 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대량파괴무기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PSI 와 유사한 조치들은 2003년 이전에도 있었고 그 이후에도 있었습니다. 다만 북한 핵실험 이후 1주일도 안된 10월 15일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는 북한 핵에 관한 결의안을 발표, 북한의 대량파괴무기 확산을 저지하던 PSI를 더욱 본격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법적인 정당성을 부여 했습니다. 유엔 가입국들은 북한의 대량파괴무기 확산을 PSI에 적극 참여함으로서 저지해야 할 의무를 지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PSI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게 될 경우 북한과의 무력 충돌이 우려되고, 전쟁 까지 발발 할지 모른다는 이유를 제시하고 PSI 원칙에는 찬동하지만 본격적인 참여는 유보하고 있는 중입니다. 물론 북한의 선박을 검문 검색하는 과정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말 할 수는 없지만 그것이 전쟁으로 발발할 것이라는 가정은 국제정치의 경험에 의거할 때 심각한 과장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제정치학자이면서 유명한 야당 정치가 한분도 이미 PSI가 전쟁을 야기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국제정치 상식을 모르는 일이라며 비판 했습니다만 PSI가 전쟁으로 비화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단계를 거쳐야 할 것입니다. 분쟁이 확대되어 전쟁으로 확전되는 과정(escalation) 이 그렇게 단순 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국제사회는 이미 유엔의 결의안에 따라 북한의 의심 가는 선박들은 검문검색하고 있습니다. 며칠전인 11월 21일 프랑스 정부는 프랑스령인 인도양의 작은 섬 마요트(Mayotte)에 정박 중이던 북한 화물선을 검색했는데 유엔 결의안을 위반한 품목은 없었다고 발표 했습니다. 다만 프랑스 세관 당국은 북한 화물선이 허용량 이상의 담배와 술을 적재하고 있었기 때문에 1200유로의 벌금을 부과 했다고 발표 했습니다. 이처럼 세계는 북한의 선박을 검문검색하며 북한에 의한 대량파괴 무기 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유엔의 노력에 동참 하고 있습니다.
위의 사진들은 이번 유엔 결의안이 나오기 훨씬 전인, PSI라는 용어가 사용되기도 전인 2002년 12월 아라비아 해에서 일어난 사건을 보여주는 사진입니다. 미국은 미사일을 선적한 것으로 판단되는 북한 화물선이 11월 중순 북한을 떠나 중동으로 항해 하는 것을 발견하고 추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배가 아라비아 해에 도착한 2002년 12월 9일 스페인 해군 함정은 북한 선박에 대해 정선(停船)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 배는 북한 국기가 아니라 캄보디아 국기를 달고 있었고 배의 이름도 페인트로 지우는 등 북한 선박이 아닌 것처럼 가장 하고 있었습니다. 더구나 스페인 해군의 정선 명령에 불응,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스페인 해군은 북한 화물선의 선수를 가로 지르는 경고 사격을 가했지만 북한 선박은 계속 도주하려 했고 결국 스페인군이 헬리콥터를 이용, 북한 선박에 진입 작전(hostile boarding)을 감행 하는 사진입니다. 스페인군은 시멘트 포대로 덮여있는 화물칸을 열고 조립되지 않은 스커드 미사일 12발의 부품을 발견 했습니다.
스페인 해군은 미국 측에 요청, 해병대 및 헬리콥터를 탑재한 미국군함 나소호가 북한 선박을 검색했고, 미사일을 모두 압수 했습니다. 미국은 며칠 후 미사일 수입국인 예멘에게 미사일을 돌려주었습니다. 예멘은 2001년 9월 11일 이후 미국에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테러 동맹국이 되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이 모든 과정이 미국의 주도하에 이루어 진 것은 사실입니다.
이후 나타난 중요한 북한과 PSI 관련 사건들 몇 가지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2003년 4월 12일 북한을 향하는 것으로 의심 가던 독일제 알루미늄을 적재하고 항해하던 중인 프랑스 화물선의 정선 및 화물 압수사건이 발발 했습니다. 프랑스 화물선은 알루미늄이 중국 선양의 항공기 회사에 판매하는 것이라고 우겼지만 미국은 그것이 북한으로 가는 것이며 농축 우라늄을 통한 핵폭탄 제조에 필요한 알루미늄이라고 판단하고 압수했습니다. 독일 화물을 적재한 프랑스 화물선이 지중해에서 검문 검색당하는 모습은 21세기 미국 패권시대, 테러전쟁시대의 일단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같은 무렵 호주에서는 의심스런 3500톤급의 북한 화물선 봉수호가 검문검색을 당했는데 호주 해군이 4일 동안 추적하다가 나포한 것입니다. 호주 당국은 북한 화물선이 싣고 있는 마약을 발견 했습니다. 당시 북한 선박이 싣고 있었던 헤로인은 값으로는 1억 1500만 불어치나 되는, 호주사람 에게 400만 번 주사를 놓을 수 있는, 125 킬로그램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양 이었읍니다. 호주는 북한선원들 중 두 명에게 마약 관련 범죄행위로 각각 22년, 23년의 징역형을 언도 했습니다. 북한 화물선 봉수호는 2006년 3월 호주 모처의 해안에서 호주 공군 F-111기의 폭격 연습용 표적으로 사용되어 영원히 수장 되었습니다. 호주 사람들이 보인 처리 과정에 나타난 분노심에 대해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북한이 돈을 벌기 위한 행동은 다른 나라의 안전과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 일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상과 같은 여러 차례의 PSI 관련 실제 사건들은 전쟁으로 비화되기는커녕 적대적인 총격 사건도 유발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태평양, 인도양, 대서양에서 자국의 화물선들이 검문검색 당한다고 전쟁을 도발할 수 있는 명분도 없습니다. 또 누구를 상대로 전쟁을 걸 수 도 없습니다. 위에서 보인 예처럼 미국은 물론, 프랑스, 스페인, 호주 등 세계 여러 나라들이 모두 PSI에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 북한 핵 및 대량파괴 무기의 위협 앞에 제일 절실한 우리나라가 보이는 행동을 세계는 어떻게 생각 할지 모르겠습니다.(konas)
李春根(자유기업원 부원장·政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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