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票 의식해 '자유민주주의' 정체성 부정 안돼"
한나라당 중앙위원 대상, 한나라포럼서 ..... "대권주자, 경선서 이전투구 말라"
"이제 노무현 정권은 정치적 파산상태다. 미숙하더라도 성의나 진지하게 정치하겠다는 의도가 있다면 믿기라도 하겠지만 의욕마저 잊어버렸다. 국민은 한없는 좌절과 절망, 회한에 사로잡힌다".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는 강연서두에서 현 정부의 실정(失政) 꼬집으며, 지난 2002년 대선에서 자신을 지지해준 당원들에게 한없는 고마움을 느낀다고 다소 상기된 음성으로 말문을 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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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 날 초청 강연에서 당원들의 열렬한 지지와 박수를 받으며 한나라당에 대한 애정과 쓴소리를 함께 내놓으며 한나라당이 자신감과 자기정체성을 통해 국민으로부터 진정 사랑 받는 정당으로 거듭나기를 촉구했다.
그는 당 주관 행사임을 의식한 듯 대선자금 사건에 대한 사과로 운을 뗐다. "대선자금 사건으로 당에 고통과 깊은 상처를 안겼다"면서 "잘못된 일이고 모든 책임이 후보였던 저에게 있다. 당원들에게 미안하고 송구한 마음만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퇴임후 공개적으로 대선자금 사건에 대해 언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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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창 전 총재가 한나라당원 모임에 공식으로 나서 강연을 한 것은 지난 2002년 12월 22일 당을 떠난 이후 4년만에 처음이다. 50여분 강연 내내 세종홀은 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이 전 총재는 5일 아침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한나라당 중앙위원들로 구성된 제15차 한나라 포럼(이사장 고흥길 의원)주최 조찬강연에 연사로 나서 한나라당의 진로와 최근 북핵 문제를 비롯한 현안문제를 중심으로 자신의 심중을 밝혔다.
이회창 전 총재는 먼저 "지난 2002년 대선에서 자신을 당선시키기 위해 발이 부르트도록 뛰어 다닌 당원동지들에게 자책감에 사로잡혀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로 회한이 가슴을 메이게 한다"며 "그러나 패자에게는 조용한 후퇴도 허용되지 않았다"는 말로 대선 자금 사건 등을 떠올리며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어 국민과 당원에게 미안하고 송구한 마음이라고 그동안 가슴앓이 했던 마음의 일단을 피력했다.
이 전 총재는 한나라당에 대해 두 가지를 주문했다. 첫째, 안이한 자만심이 아닌 진지한 자신감을 가질 것과 두 번째로 분명한 정체성과 가치관을 가진 정당으로 국민에게 인식시키라는 것이었다.
그는 당에 대해 두 가지의 기류가 들린다며 체질이 안 된 불임정당이라는 비관론과 대권주자들의 지지도가 여권에 비해 높아 이대로만 가면 된다는 엇갈린 견해가 있다며 자신이 2002년 대선에서 당시 노무현 후보에 비해 월등히 우세했으나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 사건과 노무현·정몽준 후보연대 등 단 두 번의 역전된 지지도가 결국 (노무현 후보의)표로 연결되었다고 분석했다.
이 전 총재는 이른바 빅3로 불리는 대권주자들에 대해서도 주문했다. "한나라당에는 훌륭한 대권주자들이 많이 있다. 경선에 너무 올인해서 이전투구(泥田鬪狗)하는 모습은 결코 좋은게 아니다. 당원과 국민의 뜻도 그럴 것이다. 아름다운 경선이 되기 바란다"며 "그 때 가슴을 펴고 국민에게 자신감을 가져도 좋을 것"이라며, 당원들에 대해서도 "후보 지지도는 몇가지 깜짝쇼에 의해 뒤집어질 수 있다. 치밀한 전략을 세우고 피눈물나게 뛰어야한다"며 두 번에 걸친 경륜이 담긴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또 한나라당의 정체성에 대해 "한나라당은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존중하는 자유민주주의 신념을 가진 정당으로 핵심은 자유의 정신"이라고 말하고 그러나 "盧 정권은 기본적으로 자유의 정신을 갖고 있지 않고 오직 코드 정치만 있다"고 폄하했다.
이 전 총재는 이어 햇볕정책과 북핵, 한미동맹 등에 대해서도 말을 이어나갔다.
햇볕정책에 대해 "김 전 대통령은 처음 북한체제를 변화하기 위해 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주기만 했지 조건을 달지 않고 상호주의적이고 투명하지 못해 결국 선군정치로 핵폭탄을 들고 나와 한반도와 세계평화를 위협하고 있다"고 김 전 대통령을 겨냥하고 "그럼에도 김 전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은 (햇볕이나 포용정책이)실패한 정책이 아닌 성공한 정책으로, 미국이 잘못하고 북을 압박해서는 안 된다는 말로 국민을 호도하고 있어 이는 자유민주주의 정체성과 이념에 대한 배신일 뿐 아니라 '평화의 가치'를 내세워 국가지도자가 국민과 국가를 대재앙으로 인도하고 있다"고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그는 "대화와 협상만으로는 절대 북핵을 폐기할 수 없다"며 "북한이 핵을 폐기하지 않으면 남북관계는 완전히 달라져 북의 눈치보고 굴종하는 노예의 평화시대가 되고 말며 6자회담에서도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만에 하나 테러집단의 손에 북한 핵무기가 넘어가 미국이나 유럽에서 사용케 된다면 그 후폭풍은 북한은 물론 한반도에까지 대재앙으로 다가오는 새로운 시대변화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면서 어떤 경우에도 북핵은 폐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총재는 한나라당 지도부가 일전 광주를 방문해 햇볕정책에 동조하는 발언을 보도를 보고 알았다며 쓴 소리좀 해야겠다면서 "호남표를 의식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표를 위해 김대중주의자들에게 아첨해서 지지를 얻으려 한다면 정말 잘못이다. 김대중주의에 아첨하는 것은 한나라당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고 지역주의에 편승하는 것"이라며 정체성 유지를 거듭 강조했다.
이 전 총재는 한미동맹에 대해서도 미국은 미국 국익차원에서 동맹의 재편을 꾀하고 있듯이 우리도 우리의 국익을 위한 방향으로 동맹관계를 발전시켜나가야 한다며 다음 정권은 막중한 책임을 져야한다. 사대주의니 외세결탁이니 하는 말은 북한이나 쓰는 말이지 우리 국토를 보존하고 후손을 위해서는 민족공조니 사대니 자존심문제와는 별개라고 현 정권과 친북주의자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최근 그의 행보에 대한 언론보도도 꼬집었다. 4년 전 떠날 때와 마찬가지로 항상 합리적 보수 그 자리에 있고 다만 변했다면 시대적 상황이 바뀐 것이라며 북핵을 폐기하기 위해서는 전 국민이 일치단결해서 단합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국민은 다음 시대에 희망을 거는 만큼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으면 분명 새로운 시대가 온다는 믿음을 국민에게 심어주는 희망의 정당이 되어줄 것을 요구하면서 연설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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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조찬 포럼에는 이재오 최고위원을 비롯, 이규택, 이강두, 김덕룡, 맹형규, 원희룡, 김무성, 공성진 김충한 의원 등 현역 의원과 양정규, 이환의, 김기배, 하순봉 전 의원 등 다수의 전현직 의원과 당 중앙위원 등 400여명이 세종홀을 가득 메웠다. (Konas)
이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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