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는 헌법을 무시하는 헌법기관"
'北인권 조사대상 제외' 결정에 비난 쏟아져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가 11일 전원위원회의 의결을 거처 북한 내 인권문제에 대한 불개입 입장을 담은 '북한 인권에 대한 입장'을 발표한데 대해 시민단체와 전문가, 한나라당 등에서 일제히 비난을 쏟아부었다.
인권위는 이날 "한국 정부가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할 북한 인권의 범주에 북한내 인권이 포함되지만, 국가인권위원회법에 의해 북한 지역에서의 인권침해 행위는 인권위원회의 조사 대상에 포함할 수 없다"고 밝혔다. 북한 지역에 대한 '실효적 관할권'이 미치지 못하며, '남북관계의 특수성'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그러나 인권 관련 시민단체와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대체로 '실망스럽다' '비겁하다'며 인권위 결정을 비난했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대표 한기홍)는 12일 논평을 내고 "인권위의 입장은 3년여 동안의 숙고 끝에 나온 결론치고는 실망스럽다"며 북한인권에 대한 입장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논평은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은 높아만 지는데 인권위는 북한 주민의 참혹한 인권 유린의 고통을 외면하겠다는 것이냐"며 "실효적 관할권이 미치지 못해서 조사대상에서 배제한다면 지금까지 국제사회가 북한인권 상황에 대해 우려와 개선을 촉구한 행위는 '실효적 관할권'을 침해한 행위냐"고 되물었다. 인권위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법률 조항만을 찾아내 북한내 인권문제를 외면하겠다는 균형 잡히지 못한 결론이라는 지적이다.
논평은 인권위가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인권의 보편성을 최우선으로 추구하고 가장 비정치적이여야 할 인권위가 북한인권 문제를 '남북관계의 특수성'이라는 정치적 고려의 희생물로 삼으려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피랍탈북인권연대(대표 도희윤)도 이날 "그동안 인권위는 국내뿐 아니라 이라크 전쟁 같은 국외 사건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히는 듯 개입하지 않은 곳이 없었는데, 유독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만 이렇게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것은 결국 북한 인권을 외면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비겁한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자유수호국민운동 장경순 명예의장은 "우리 헌법에는 북한도 대한민국 영토라고 규정되어 있고 북한주민도 엄연한 대한민국의 국민이다. 헌법을 중시하여야 할 헌법기관인 인권위가 헌법을 무시하고 있다"며 "국가인권위는 정권의 코드에 따른 인권보호가 아니라 보편타당한 인권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발표 내용의 핵심은 북한을 조사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것인데, 그것은 모순"이라며 "유엔에서 북한 인권결의안이 통과되는 시점이고, 한국 정부가 그걸 찬성해놓고 이제 와서 이런 발표를 하다니 인권위가 도대체 정부기관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도 "인권위 발표문은 유엔 인권결의내용도 제대로 담고 있지 못하다"며 "이번 입장발표 내용은 대단히 부족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유기준 대변인은 이날 현안관련 브리핑에서 국가인권위를 "헌법을 무시하는 헌법기관"이라며 맹렬히 비난했다.
유 대변인은 "국가인권위원회가 그동안 논란을 빚어 오던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서, 북한지역 내 인권침해 행위는 조사 대상에서 배제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은 최악의 상태에 내몰려 있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에 대한 포기선언이나 다름없다"며 "2004년부터 매년 1억 5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북한인권연구팀을 운영한 인권위가 북한의 인권 실태에 대해 전혀 언급조차 하지 않은 것은 정권의 눈치만 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 대변인은 또 "그동안 인권위는 '보편적 규범으로서의 인권'을 강조하며 각종 사안에서 '현실'보다는 '인권'을 앞세우고, 심지어는 이라크 주민의 인권을 들어 정부의 파병에 반대입장을 밝힌 적도 있다"며 "하지만 유독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자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노무현 정권의 코드에 맞추는 것이다"라고 인권위를 비난했다.
한편 인권위의 이번 결정에 대한 비난과 시민단체들의 저항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현재 유엔에서도 '북한 인권결의안'을 채택하고 있고 우리 정부도 처음으로 이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상황에서 인권위가 북한주민의 인권을 외면하는 것을 과연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는 점 때문이다.(konas)
정미란 기자 sori@kona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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