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성토장이 된 역대 軍수뇌부 회견장
"거들먹거린 사람은 자기네들" "국민·장병에 사과해야" 등 강도높은 성명 발표
역대 군 수뇌부 70여명이 대통령의 군원로 비하 발언과 관련 26일 오전 긴급회동한 서울 잠실 향군회관 12층 기자회견장은 노무현 대통령을 성토하는 비장한 목소리가 터져나온 침통한 분위기였다.
국군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발언 내용을 문제 삼아 예비역 장성들이 집단적으로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를 공개리에 비난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여서 그만큼 분위기도 무거웠다.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에 반대 목소리를 냈던 역대 군 수뇌부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지난 21일 발언에 대해 전 국방장관과 합참의장, 각군 참모총장, 연합사 부사령관 등 70여 명의 예비역 장성들이 격앙된 분위기 속에 집단으로 규탄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이 날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거들먹거린 사람은 자기네들" "국민·장병에 사과해야"라는 표현과 함께 "대한민국 대통령 및 국군 총사령관으로서 헌법에 명시된 책임과 의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대통령의 헌법 준수'까지 촉구하는 강도높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특히 "젊은이들이 군대에 가서 몇 년씩 썩히지 말고.."라는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는 "참 어이가 없다"며 "70만 국군 장병들에 대한 심각한 모독인 동시에 신성한 국토방위를 폄훼한 발언"이라고 격앙했다.
또 정부의 군복무 단축 검토에 대해서도 "국가안위에 관한 중대 사안"이라며 "정치적인 목적으로 군 복무기간을 단축하려는 시도에 대해 강력히 반대한다"고 말해 군 복무단축을 '정치적 의도'로 단정했다.
이들은 이와 함께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대한민국을 겨냥한 것이라며 위중한 안보현실을 오도하지 말고 한미동맹을 더 이상 파괴하지 말 것 등을 주장하기도 했다. 전작권 환수에 반대한다는 뜻도 재차 분명히 했다.
김성은 전 국방장관은 모두발언을 통해 "과거 우리나라 대통령은 성탄절과 연말에 군부대를 방문해 장병들을 위문하고 사기를 북돋워 주고 주한미군 장병들을 초청 또는 방문해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며 "우리나라 현 실정은 매우 대조적이고 정말 부끄럽다"고 꼬집었다.
그는 "노 대통령은 민주평통 자문회의 석상에서 전작권 환수를 반대한 군원로들을 매도했다"며 "성탄절에 평온하게 지내려고 했던 우리를 이렇게 분노하게 만들고 오늘 모이게 했다"면서 "너무 나라의 장래가 위태롭기 때문에 이렇게 하다가는 대한민국이 없어지지 않겠느냐는 그런 위국심이 생겨 오늘 모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저 사람들이 정말 식견이 있는지 의심하게 된다"며 "우리에게 독재정권에 몸담았다고 운운하지만 우리는 나라를 지켰고 우리나라를 부강하고 자유 민주주의를 위해 힘을 다해 싸웠다"며 "그 결과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장관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외국에 가서 예우와 존경을 받는 것은 대한민국의 위상 때문"이라며 "거들먹거리는 사람은 자기네들"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노 대통령이 지금까지 했던 모든 발언을 취소하고 국민과 국군 장병들에게 즉각 사과해야 한다"며 "이 것이 저의 결론"이라고 덧붙였다.
역대 군 수뇌부들은 김 전 장관의 발언 중간 중간에 큰 박수로 분위기를 고조시키기도 했다.
또 비공개로 진행된 성명서 초안 최종 조율 작업에서는 이날 발표된 성명서 보다 더 강한 수위의 표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진호 전 합참의장은 비공개 토론에서 자신이 모 일간지에 기고했던 '병사에서 장성까지 이렇게 매도해도 됩니까'라는 기고문을 읽은 독자들이 왜 좀더 강경한 표현으로 쓰지 않았느냐며 전화로 항의해 왔다고 소개했다.
독자들은 김 전 합참의장에게 '군에가서 썩힌다'는 대통령의 발언은 군 전체를 매도하는 몰상식한 발언인데도 군 최고지위에 있었던 사람의 글이 너무 평이하다고 지적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독자들은 "대통령이 군부대 의식행사에 참석하면 예포도 쏘아주고, 국군의 날에는 열병과 사열도 하는데 군을 비하한 대통령에게 앞으로는 그렇게 하지 말아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소개하면서 성명서 문안을 좀더 강경하게 다듬자고 요구했다.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았던 김종환 전 합참의장과 김인식김명균 전 해병대사령관도 이날 모임에 참석했다.
김 전 합참의장은 이날 모임참석에 대해 "그렇게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않았다"며 "노 대통령의 말씀이 성실히 군복무를 잘 하고 있는 장병들에 대해 너무 심했다 해서 군 원로들이 많은 분노를 느낀 것 같다. 그런 원로들의 모임에 동참해서 목소리를 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노 대통령의 역대 군수뇌부가 '직무유기를 했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직무유기를 했으면 우리가 국민으로부터 심판을 받았을 것이다. 결코 직무유기를 한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남재준 전 육군총장도 이날 참석 배경을 묻는 질문에 "군인은 정부를 위해서 복무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복무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종환 전 의장과 남재준 전 총장은 전작권 환수에 대해서도 "북핵 등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금은 시기상조"라며 분명한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날 긴급회동한 역대 군수뇌부들은 성명서에 대한 노 대통령의 반응을 지켜보며 여의치 않을 경우 추가 조치에 나설 방침이어서 당분간 노 대통령의 발언으로 빚어진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konas)
정미란 기자 sori@kona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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