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 이후의 중동 정세
사담 후세인에 대한 사형이 전격적으로 집행되었다. 1982년 바그다드 북부 두자일 마을 주민 148명을 사형한 혐의로 사형 판결을 받은 지 4일 만이었다. 사담은 2003년 12월에 미군에 체포되었고, 2005년 9월14일 기소되어, 그 해 10월19일 첫 재판을 받았다. 2006년 6월19일 결심 공판에서 검찰로부터 사형을 구형받았고, 12월 26일 특별법원은 사형을 선고했다. 검찰은 논고를 통해 피고인들이 정치적 동기로 후세인 암살 사건을 꾸며낸 뒤 어린이와 부녀자가 포함된 무고한 주민들을 고문하고 처형했다면서 주범인 후세인, 그의 이복동생인 바르잔 이브라힘 알 티크리티 전 정보국장, 타하 야신 라마단 전 부통령 등 3명에게 사형을 구형했었다.
집권 3년만인 82년 7월 8일 바그다드 북쪽 90㎞에 있는 시아파 무슬림 거주지역인 두자일 마을에서 후세인 차량행렬에 총격사건이 있었는데, 이라크 정보부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마을 전체 주민 600여명을 고문하고, 단 2주 만에 재판을 통해 최소 148명을 처형했었다. 당시에는 이란-이라크 전(1980-1988년) 상황이었고, 후세인의 권력이 확고하지 않은 상황에서 후세인이 이 사건을 조작했다는 주장이 있다. 두자일 사건 외에도 쿠르드족 학살 의혹을 비롯해 집권 중 저지른 여러 건의 반인륜 범죄 혐의와 관련한 재판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중동 전문가들과 언론들은 형 집행이 상당 기간 미뤄질 것으로 예측했었다.
불합리한 사담 처형, 갈등의 블루 오션 될 수 있다
사담의 처형 사건에 대해 언론은 ‘죄값을 치뤘다,’ ‘부시정부의 이라크 정책 변화의 신호탄’이라는 주장에서부터 ‘샤리아법에 반하는 불법적인 처형,’ ‘시아 정권의 보복,’ ‘수니파에 집단적 기억이 될 것,’ ‘또 다른 보복이 있을 것,’ ‘내란의 시작,’ ‘무슬림 명절날 처형은 모욕,’ ‘테러의 후폭풍,’ ‘야만적 행위,’ ‘순교자 후세인’ 등등 다양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러한 주장들을 대별하면,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과거 청산론이다. 후세인의 반인륜적이고 무자비한 행위에 대한 심판으로 이라크가 민주국가로 거듭나기 위한 큰 관문을 넘어섰다는 주장이다. 부시 행정부, 이라크 시아 및 쿠르드족은 대체로 이 입장인 듯 보인다. 전쟁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이라크 자유화와 민주화’의 결실이고, 2003년 부시정부가 중동의 개혁과 민주화, 인간개발을 통해 장기적으로 ‘테러와의 전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입안한 ‘대중동구상(The Greater Middle East Initiative)’의 결과로 보는 입장이다. 이른바 민주평화론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정파(종교 및 민족) 간 갈등 심화론이다. 2003년 이라크전 종전 이후 서로에 대한 테러와 보복테러로 매일 100여명 이상이 사망하고 있고, 이라크전 이후 올해 1월 1일까지 미군 사망자가 3000명을 넘어섰다는 보도가 있었다. 미군과 이라크 정부가 통제하기 힘들 정도로 미군에 대한 테러, 이라크 내 정파 간 테러와 보복테러가 계속 자행되고 있고, 그만큼 서로에 대한 증오는 쌓여가고 있다. 후세인의 사형 집행을 ‘순교’로 여기는 수니파 무슬림들이 ‘성전’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고, 그럴 경우 시아파·수니파·쿠르드족이 분리 독립을 추구할 가능성도 있다. 그 과정에서 내전 가능성 까지도 예측하는 입장이다. 현 상황에서 미군의 철수는 내전 가능성을 더욱 높일 것이다. 여기에 미국의 고민이 있다. 미국의 이라크 정책이 대외적 명분상 이라크의 민주화, 자유화이지만, 최악의 경우 분리 독립 국가 건설을 최종 목표로 하는 정책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있다.
많은 경우의 수가 있지만, 그 중 분리 독립 국가 건설이라는 최악의 경우를 가정한다면, 그 과정에서 치열한 ‘갈등의 블루 오션’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라크 내 각 정파 간 이해 뿐 아니라 이들과 관련된 역내 행위자들, 미국을 비롯한 역외 행위자들이 매우 많은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평화론, 중동 적용 한계 있다
미국의 이라크 정책이 아직까지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으로 보아 민주평화론은 아직까지 이라크를 포함한 아랍이슬람 국가들 내에서, 그리고 중동 지역에서 실패한 듯 보인다.
첫째, 이라크 전쟁이 ‘미국의 침략 전쟁’으로 인식되면서 반미감정을 넘어 반미주의가 이 지역에 팽배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이고 유일 패권국가인 미국이 이라크를 침범했다는 것은 민주평화론과 모순된다. 목표와 수단의 불일치이기도 하다. 더욱이 이라크 전쟁의 명분이었던 대량살상무기 개발, 빈 라덴의 알-카에다에 대한 지원 증거를 찾지 못함으로써 ‘명분없는 더러운 전쟁’으로 인식되었다. 전투에서 승리하고 전쟁에서 패배하는 형국이다.
둘째,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 자체가 미국 및 서구 사회와 아랍이슬람 사회 간에 차이가 있다. 특히 이슬람주의자들은 신정체제(神政體制)를 이상적 민주주의로 보고 있다. 민주주의 개념에 대해 일치한다 해도 민주화 속도에 대한 인식 차이가 있다. 아랍이슬람 지역에서는 아직 ‘민주주의’에 대한 경험이 없거나 일천하다. 작년 7월 25일, 친미 국가로 분류되는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는 ‘대중동구상’에 대해 ‘우리에게 민주주의를 강요하지 말라’고 주장한 바 있다.
셋째, 평화는 어디에서 오는가? 팍스-아메리카나, 즉 ‘미국 패권을 통한 평화’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다. 平和란 ‘밥(米)을 입(口)에 골고루(平) 나누어 주는 것’에 뿌리를 두어야 한다는 동양적 평화사상을 간과한 것으로 판단된다. 패권적 지위에서의 민주주의 강요는 평화를 가져올 수 없다는 사실을 현 중동정세가 보여주는 것 같다.
중동 문제 해결, 햇볕정책이 필요하다
중동에는 이라크 문제 뿐 아니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이란 핵문제, 이스라엘-레바논 문제, 수단 내전 문제, 서부 사하라 문제, 쿠르드 문제, 석유 부국과 석유 빈국 간 문제, 세계 제 국가들의 석유 확보 경쟁과 유가 문제, 국경 및 안보 문제, 수자원 문제, 정치 이슬람 세력의 테러문제 등 수많은 난제들이 얽혀있다. 또 중동 국가들은 급격한 정치적, 사회적 변동 과정에 있다.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땅은 매우 척박하다. 구약시대의 가나안 땅, 즉 팔레스타인 지역은 ‘젓과 꿀이 흐르는 땅’이 아니라 사막과 돌산, 약간의 오아시스와 평야가 있는 땅이다. 갈등 요인이 너무 많고, 단 시일 내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이 아니다.
20세기에 중동에서는 10년 마다 큰 전쟁이 있었다(10년 전쟁 주기설). 21세기에 와서 아프간전쟁(2001년), 이라크전쟁(2003년), 이-레 전쟁(2006) 등 2, 3년 주기로 전쟁이 있었다(3년 전쟁 주기설). 그 외에도 종파 간, 부족 간, 강-온 이슬람 세력 간 갈등 등 매우 많은 분쟁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21세기에도 중동 지역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 어두운 그림자를 없애기 위해서는 햇볕이 필요하다. 두바이, 터키, 모로코, 쿠웨이트 등 일부 국가에서 전통적 문화에 기초한 특유의 정치체제를 통해 아주 조금씩 햇볕이 들어가고 있는 듯 보인다. 미국 등 선진국들도 (민주평화론이 아니라) 평화민주론이라는 햇볕을 먼저 들고 나와야 할 것이다. (konas) (출처:세종논평 제73호)
정상률(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bluesky6@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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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7 오후 8:33: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