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바다'와 盧武鉉 대통령의 症候群
변별력(辨別力)을 이미 상실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작년 11월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아베 신조(安倍晉三) 신임 일본 수상에게 한-일간 분쟁 이슈의 하나인 ‘동해(東海)’의 호칭을 ‘평화(平和)의 바다’로 바꾸자는 의견을 제시했다는 보도는 대한민국의 국전운영에 심각한 문제 상황이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무래도 이 나라의 ‘국가원수’인 노 대통령이 무언가 치료를 요하는 중증(重症)의 ‘증후군(症候群ㆍSyndrome)’을 앓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노 대통령이 아베 일본 수상에게 ‘동해’ 호칭 변경 문제를 거론했다는 것은 우선 그가 “지켜야 될 일”과 “지키지 않아도 될 일”을 혼동(混同)하는 정신적 난조(亂調)의 증세(症勢)를 보여주고 있음을 말해 준다. 우리가 ‘동해’라는 호칭을 고집하고 일본(日本)이 주장하는 ‘일본해(日本海)’ 호칭을 완강하게 거부하는 데는 그렇게 해야만 할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하는 것이다. ‘동해’라는 호칭에는 4천8백만 한국인(韓國人), 나아가서는 7천만 한민족(韓民族)의 입장에서 “절대로 버릴 수 없는 민족혼(民族魂)과 관련된 그 무엇”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이번 문제 발언은 그가 한-일 양국 간의 ‘갈등(葛藤)’을 해소시킨다는 명분으로 ‘동해’의 호칭 문제와 관련하여 “결코 버려서는 안 되는,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것”도 버릴 수 있다는 편의주의(便宜主義)에 사로잡혀 있음을 보여준다. 좋게 말하면 성취욕(成就慾)이나 업적주의로 설명될 수도 있겠지만 나쁘게 말한다면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구별하는 변별력(辨別力)을 이미 상실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요즘은 거의 사흘돌이로 생겨나는 일이지만, 노 대통령이 이렇게 엉뚱한 발언을 남발(濫發)할 때마다 그를 보좌하고 있는 청와대의 참모들은 그 뒷설거지로 바쁘다. 이번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었다. 보도에 의하면, 익명(匿名)의 청와대 관계자는 노 대통령의 문제 발언이 “동해 명칭을 포기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한-일 간의 현안들을 대국적(大局的) 차원에서 풀어나가기 위해 인식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비유적으로, 비공식적으로 이야기한 것”이라고 ‘해명’을 시도했다고 한다. 8일자 보도에 인용된 익명의 청와대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아베 수상에게 한 ‘말’은 “가령, 동해 바다를 한국은 ‘동해’라고 하고 일본은 ‘일본해’라고 하는데 예를 들어 두 나라가 ‘평화의 바다’, ‘우의(友誼)의 바다’, ‘화해(和解)의 바다’로 하면 두 나라 사이에 대화의 토대가 되지 않겠느냐”는 것으로 이것은 “‘제안(提案)’을 한 것이 아니라 ‘사례(事例)’를 든 것이었을 뿐”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은, 이 같은 ‘해명(解明)’은 ‘해명’ 그 자체가 괴이(怪異)하기 짝이 없는 궤변(詭辯)일 뿐이다. 이번에 노 대통령이 소위 ‘사례’로 거론했다는 몇 가지 명칭은 아베 일본 수상이, 아마도 “말 같지 않다”고 생각하여, 대꾸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유야무야(有耶無耶)가 된 것 같다. 그런데, 만약 아베 일본 수상이 그 자리에서 “아, 그것 좋은 의견이다”라고 맞장구를 치고 나왔으면 어찌 되었을 것인가? 그랬을 때 노 대통령이 과연 “아, 그것은 비유적으로 거론한 사례였을 뿐이지 실제로 그렇게 하자고 제안한 것은 아니었다”라고 그가 했던 말을 거두어들일 수 있었을 것인가? 아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새해 들어 더욱 바빠지고 있는 노 대통령의 ‘입’이 일으키는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꼬리를 물고 있다. 노 대통령은 1월4일 과천에서 있었던 ‘공무원들과의 대화’ 석상에서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기틀이 박정희(朴正熙) 대통령 때 잡혔다”는 ‘사실’을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인정’하면서도 그 ‘공(功)’울 “박 대통령의 공”으로 인정하는 것은 거부하고 그 대신 “능력 있고 사명감(使命感) 있는 공무원들”의 것으로 돌렸다. 그러나 이 같은 노 대통령의 ‘말’은 역시 어폐(語弊)가 있는 말이다. 만약 노 대통령의 ‘말’대로라면 우리는 노 대통령에게 질문할 것이 있다. 그렇다면 국민들의 큰 근심거리가 되어 있는 최근의 경제난국은 그 원인이 누구에게 있다고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우리는 노 대통령에게 “박정희 대통령 때는 ‘능력 있고 사명감 있는 공무원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 같은 공무원들이 없다는 말이 되는 것이냐”고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대한항공 편으로 미국으로부터 귀국한 한 탑승객은 비행 도중 난기류 때문에 잠시 자기 좌석 앞의 승무원석에 앉았던 한 스튜아데스가 “요즘은 우리 대통령이 하도 말씀을 마구 해서 외국에 나가더라도 창피해 죽겠다”고 말하더라고 전하고 있었다. 지금 시중에서는 ‘짖지 않는 풍산 개’ 세 마리에 관한 희담(戱談)이 한 동안 유행 중에 있지만 작년 말부터는 노 대통령의 ‘참았던’ 마구잡이 ‘말’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옴에 따라 특히 ‘청와대 풍산 개’가 짖을 기회는 더구나 없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그보다도 심각한 문제는 대통령의 마구잡이 ‘말 폭탄’ 세례 때문에 외국에 나가서 얼굴을 들지 못할 정도로 수치감(羞恥感)을 느끼는 국민들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일 것 같다.[끝]
이동복 / 전 명지대 교수 http://www.dblee2000.pe.kr/
- 관련기사보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