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빌어먹을 자유라도 허락해 주라
북한의 전체 인민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김일성 김정일을 어버이라고 불렀다. 어버이란 아마도 사랑과 자애로움의 대명사일 것이다. 허나 사랑과 자애로움을 뜻하는 인민의 어버이라 자칭하는 김정일은 온 나라가 굶주림에 시달려 황폐화 되어가고 있지만 계속 "고난의 행군" 구호만 외치면서 죽어가는 자식들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다.
어느 한 부부가 이혼을 하였다고 한다. 그들 사이엔 갓난아기가 있었는데 아기는 남자가 데려 가겠다고 하였다. 남자의 강요에 못 이겨 여자는 아이를 떼 놓을 수밖에 없었다. 아이를 떼놓은 엄마는 굶고 있을 아기와 불어난 젖몸살 때문에 고통의 나날을 보내야만했다. 하지만 남자는 여자에게 골탕을 먹이고 가슴 아프게 하겠다는 되지도 않을 심술 때문에 아기를 그냥 끼고 있었다.
분유를 만드는 공업이 없던 시절 아기는 젖 줄기를 찾아 울고 또 울었지만 비정한 아버지는 아기를 엄마한테 돌려줄 생각은 하지 않고 계속 데리고 있으면서 아기와 아기엄마의 애간장을 말리웠다고 한다. 결국 아기는 말라서 죽었다. 비정한 사내는 아기를 사랑한다고 염불처럼 외우며 다녔다고 한다. 하지만 아비의 변태적 사랑 때문에 아기는 세상의 빛도 보지 못하고 죽었던 것이다.
갑자기 이 이야기가 생각난 것은 오늘의 탈북자들 때문이다. 내가 북한에 마지막으로 거주한 해인 1997년 봄 혜산시에 위치한 北·中 세관으로는 매일 100여명의 탈북자들이 끌려 나오고 있었다. 처음에는 탈북자들을 잡아오기 위하여 아까운 통나무를 탈북자 일인당 0.7립방 씩 주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이웃나라에서는 얼싸 좋다하고 배고파서 동냥간 북한주민들을 무차별적으로 잡아 보냈다.
1997년 4월초라고 생각되는데 북·중 친선다리가 위치한 혜산시 탑성동 어귀를 지나다가 너무도 기가 막힌 현실을 목격하였다. 중국 쪽에서 또 탈북자들을 넘겨오고 있었는데 끌려오는 4∼50명되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온몸이 새하얗게 되어 있었던 것이다.
아마 너무 배를 곯다보니 건너가서 밀가루 포대 속에 숨어 있다가 잡혀오는 모양이군, 이것이 퍼뜩 떠오른 나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가까이 가보니 중국 사람들이 탈북자들한테 이가 많다고 농약을 뿌려 주었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들으니 가슴이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어느 때는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사회주의 지상낙원에서 온 세상 사람들의 존경과 부러움을 받으며 산다더니 이게 웬 꼴인가? 어느 외국인이 북한을 방문하고 "세상에 다시 태어난다면 조선의 어린이로 태어나고 싶다"고 했다더니 기껏해서 조선인민이 이웃나라에서 받는 대접은 농약세례란 말인가?
숨이 막혀 말이 나가지 않았다. 인민을 끔찍이도 사랑한다는 인민의 어버이는 이 사실을 알고나 계신지... 어버이는 이 시각 도무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진짜로 인민을 사랑한다면, "내가 먹여주지도 못하는데 재간 껏 벌어먹어라"하고 이제는 인민을 풀어주어야 할 것이 아닌가?
아이를 사랑한다고 하면서 굶겨 죽인 비정의 아버지같이 불쌍한 백성을 끼고 앉아 굶겨 죽이지 말고 풀어주어서 빌어먹을 자유라도 허락해야 인간의 양심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수많은 인민들의 목숨을 가지고 장난질하는 북한의 어버이 정권은 왜 단죄되지 않는지 새삼 의문이 간다. 북한을 탈출한, 아니 배고픔을 견디지 못해 뛰쳐나온 죄 없는 백성을 민족 반역죄를 지워 끌어들이기 전에 진정한 인민의 어버이는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았을까?
건사를 못할 바에는 풀어라도 주는 것이 가장 기초적인 도리가 아닌가 하고 말이다. 대한민국 역시 우리의 어머니 조국이며 우리의 선조들이 세세년년을 가꾸어 온 땅이다. 그런데도 남한으로 온 사람들은 무조건 조국 반역죄를 들 씌어 남은 가족들에게 온갖 행패를 다하고, 살길을 찾아 만주 광야에서 말 한마디도 못하고 죽을 고생을 하고 있는 탈북자들은 아까운 통나무까지 섬겨가며 잡아다가 공개처형을 자행하며 또 수용소에 강제로 처넣고 물 한 모금 주지 않고 말려 죽이는 파쇼독재가 세상 어디에 또 있으며 역사의 어느 페이지에 그런 사례가 있는지 알고 싶다.
어찌하여 어버이가 다스리는 동토의 땅에서 사람들은 굶어 죽으면서까지 김정일만을 섬겨야 하는지 자칭 인민의 어버이에게 묻고 싶다. 인민의 어버이로 자칭하는 김정일, 진정으로 인민을 사랑한다면 이제는 인민들을 좀 풀어주라!
인민을 위하여 진정으로 모든 것을 바치고 있다고 말만하지 말고 제발 인민들에게 빌어먹을 자유라도 허락해 주라! (konas)
김선희(탈북자, 2003년 탈북)
출처:북한민주화동맹 기관지 '자유북한'(www.freen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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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28 오후 6:29: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