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의 유혹에 빠지지 말아야
현 정부는 지난 선거에서 포퓰리즘(populism) 선거 공약으로 집권에 큰 도움을 얻었고, 집권 후에도 계속해서 포퓰리즘 정책을 사용하여 지지를 유지하려 합니다. 사회의 일부 집단은 단기적으로는 포퓰리즘 정책으로부터 이익을 얻겠지만, 장기적, 사회적으로는 우리 모두가 큰 손실을 입습니다. 따라서 포퓰리즘 정책은 없어져야 할 '참 나쁜' 정책입니다.
포퓰리즘은 일을 집합적으로 처리하려 들 때 나타나는 문제입니다. 만약 한 사회가 일 처리를 가능하면 민간 시장에 맡기고 정부는 치안, 국방 등 꼭 할 일만 해야 한다는 사상을 가지고 있다면, 이러한 포퓰리즘이 발호할 기회는 줄어듭니다. 반면 매사 집합적으로 처리하려 드는 국민들과 정부가 있는 사회라면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립니다.
포퓰리스트는 좌파인 이유
국민들이 가능하면 집합적으로 처리하는 일을 줄이자는 생각을 가지게 되면 정부에 의해서 처리되는 부분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그리고 정부가 처리하는 것도 치안, 국방, 법 집행 등 공공재 제공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반면 좌파 사상이 지배하게 되면 웬만한 것은 정부가 집합적으로 처리하려 듭니다. 즉 '어린' 백성들에게 맡길 수가 없고, 엘리트인 정치가들이 국민들의 돈을 대신 써 주겠다는 것이지요. 좌파 사상이 지배할 때 시장에 의해서가 아니라 민주주의적으로 처리하는 비중이 훨씬 더 커집니다.
민주주의에서 정부의 목적은 국민들이 원하는 것을 충족시켜 주는 것이므로, 정치가들이 국민들이 좋아할 만한 것을 선거 공약으로나 정책으로 제시하는 것은 얼핏 보면 잘못된 것이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국민의 과반수가 원하면 사회적으로 큰 피해가 있는 정책도 국민들이 직접적으로 혹은 대표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실시될 수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국민의 대표들도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 국민들이 원한다면, 사회적으로 큰 피해를 가져오는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고 실행합니다. 정치인이나 정당은 정책을 실시하기 위해 선거에 이기는 것이 아니라 선거에 이기기 위해 정책을 실시하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과반수의 지지를 얻어 실시하는 정책이 개인의 자유와 재산권을 보호하고, 사회적으로 보아 비용보다 편익이 더 큰 정책이면 포퓰리즘 정책이니 하면서 비난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데 개인의 자유와 재산권을 무시하고 이익보다 비용이 더 큰 정책들이, 그것도 일부 집단에게만 집중적으로, 제공된다는 데에 문제가 있고, 과반수 규칙을 전제하는 한 이러한 문제는 피할 도리가 없습니다. 말하자면 포퓰리즘은 민주주의 메커니즘 자체에 내재해 있고, 정치가나 국민들은 포퓰리즘의 유혹을 받게 되어 있습니다.
좌파 포퓰리즘 정책이 선거에 유리
소수에게 집중적으로 편익을 주는 포퓰리즘 정책이 선거에 유리하다는 점은 역설적이지만 부인할 수 없는 진실입니다. 지난 대선 때 현 집권층은 포퓰리즘이 선거에 유리하다는 것을 잘 알고 이를 십분 활용하였습니다. 그 결과 수도 이전, 병역 기간 단축, 전교조 활동 보장 등과 같은 선심 정책을 제공했습니다.
물론 어느 선거 때에나 이러한 선심은 제공됩니다. 그러나 지난 선거 때의 선심은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덩치가 컸다는 점입니다. 과거 우리의 부정 선거의 대명사는 고무신 한 켤레이었던 적이 있습니다. 선거 선심은 점점 커져서 이제는 수도 이전과 병역 의무까지 건드리게 되었습니다. 표를 얻기 위해서는 대상으로 삼지 못할 것이 없다는 사고방식인데, 이런 사고방식에 대해 비애감을 느끼는 국민들도 있었겠지만, 포퓰리즘은 아주 효과적인 선거 전략이었던 점 또한 부인할 수 없습니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는 염치 불구하고 모든 것을 이용해야지, 점잖게 이것저것 따지다가는 패배하기 꼭 알맞습니다.
지난 선거에서 노무현 후보는 수도 이전, 병역 기간 단축, 전교조 활동 지지라는 정책을, 그리고 이회창 후보는 이에 반대되는 정책을 제시하였습니다. 국민들의 다수는 각 정책에 대해 후자의 입장을 지지하였습니다. 그러나 선거에서는 노무현 후보가 승리하였습니다. 투표자들의 선호의 강도에 차이가 있을 때에는 그저 단순히 과반수의 뜻을 따르는 후보나 정당은 선거에 이길 수 없습니다. 강렬한 소수의 선호를 대변해야 선거에 이길 수 있습니다. 국민들은 자신의 강렬한 선호에 따라 투표하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후보와 정당은 지난 선거에서 이 점을 잘 활용했습니다.
사회적으로 소수가 누리는 편익 총계가 다수가 입는 비용 총계보다 크고 타인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면 강렬한 소수의 이익이 실현되는 것에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문제는 소수파의 이익의 총계가 다수파의 손해의 총계보다 훨씬 작고 타인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하는 경우입니다. 이것은 사회적으로 큰 손실인데도 선거에서 이러한 선심 정책을 제시하는 정치인이나 정당이 승리합니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 정책에 대해서나 노무현 정부의 수도 이전 정책 등에 대해서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판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다른 한 편, 한미 FTA가 어려움에 봉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노조 이익과 전교조 이익을 위해 기업 활동이 억제 되고 교육이 붕괴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 모든 경우 강렬한 소수의 이익이 다수의 이익을 희생시키고 있고, 정부 또한 여기에 영합해 왔습니다. 수도 이전과 관련한 입법 과정에서 볼 수 있듯이, 야당도 소수 이익 정치에 끌려 다니는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보강된 다수결을 사용해야
민주주의를 하는 한, 포퓰리즘은 본질상 국민들에게 쉽게 외면되기 어려운 사이렌(Siren)의 달콤한 유혹이어서 완전히 제거한다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그냥 방치할 수도 없는 것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쪽에서 선심성 정책을 쓰니 우리라고 못 쓸 것 없지 않느냐고 같이 선심성 정책 경쟁을 벌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야당이 다음 선거에서 그러한 대응을 할 조짐조차 보입니다. 만약 다음 선거에 야당이 그런 식으로 대응하면 선거에 불리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결과로 국민의 생활은 고달파집니다.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설사 공약으로 내걸어 당선되었다 하더라도 의원들이나 대통령이 일반 이익의 관점에서 입법을 하고 정책을 실시하면 문제는 해결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의원들이나 대통령에게 이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점이 드러났습니다. 물론 과거의 일반 이익 입법에서 오늘날 갈수록 특수 이익 입법으로 바뀌고 있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미국의 헌법 정신도 건국 초기의 개인의 '권리' 보장으로부터, 잭슨식 민주주의 이후, 개인의 '이익' 보장으로 변질되어 왔습니다. 지금은 특수 이익 입법이 횡행하는 시대입니다. 문제는 우리나라는 특수 이익 입법이 이런 선진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편파 입법으로 되어버렸다는 점입니다. 하여간 지난 두 좌파 정권 아래에서 우리는 너무나 많은 특수 이익 입법과 편파 입법을 보았습니다.
특수 이익 입법이라도 개인의 자유와 재산권 보호, 그리고 비용편익 원칙에 맞게 법안을 통과시키면 될 것입니다. 편익을 누리는 자가 비용도 부담하는 것이 편익 원칙인데, 그러나 가능하면 편익은 자신이 누리고 비용 부담은 남과 같이 하려고 하는 의원들에게 이것도 기대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렇게 의원들의 선의에 기댈 수 없다면 제도적 차원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사이렌의 유혹을 떨쳐 버리기 위해 율리시즈(Ulysses)는 자기 몸을 돛대에 붙들어 매었습니다.
하나의 제도적 해결책은 투표 규칙의 변경입니다. 예를 들면 2/3결과 같은 보강된 다수결(reinforced majority rule)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만약 이때 사용되어야 할 의사 결정 규칙이 과반수 규칙이 아니라 이를테면 2/3결(決)과 같은 보강된 다수결 규칙이라면, 사회적으로 비효율적인 선심성 프로젝트가 많이 제거될 것입니다.
그런데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의원들이 보강된 다수결을 생소하게 생각할 것이고 별로 사용하지 않으려 할 것입니다. 그래서 대안으로서 양원제 의회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양원제 의회를 사용하면 각 원에서 단순 과반수로 법안을 통과시키더라도 단원제에서 보강된 다수결로 통과시킨 것과 비슷한 효과가 있기 때문에, 선심성 정책이 통과되는 것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것으로 지방 분권이 훌륭한 대안이 될 것입니다. 지방 분권이 되면 편익 원칙이 더 잘 충족될 것입니다. 중앙 집권화 되어 있기 때문에, 영남 신공항 건설의 편익은 부산과 인근 지역 사람들이 얻고 국고로 재원 조달되어 전 국민이 부담을 지게 됩니다. 영남 신공항 건설을 중앙 정부에서 국회와 대통령이 결정할 것이 아니라 부산 시의회와 시장이 자기 부담으로 건설하면, 편익을 누리는 주체와 비용을 부담하는 대상이 일치하기 때문에, 혜택은 내가 누리고 비용은 남에게 부담시키는 포퓰리즘의 유혹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상입니다. 즉 제일 좋은 방법은 정부가 꼭 할 일만 하고 이익 분배적인 정책은 수행하지 않는 규범이 확립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국민들이 좌파 사상에서 벗어나고, 좌파 정부의 집권을 막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국민들이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사학법과 언론법 등으로 국민들의 사유 재산권과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일을 정부가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가오는 선거에는 포퓰리스트를 징벌해야
지난 선거에서 많은 국민들은 포퓰리즘의 폐해를 별로 인식하지 못하였지만, 다행히 이제는 점차 국민들이 포퓰리즘의 폐해를 깨닫고 있는 것 같은 희망적인 조짐이 보입니다. 다양한 여론 조사의 결과가 그런 점을 알려 줍니다.
그러나 포퓰리즘은 너무나 달콤한 노래여서 그쪽으로 배를 끌어들입니다. 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이익 정치가 재현할 조짐을 보입니다. 재집권에 자신을 잃은 여당은 유일한 희망을 포퓰리즘에 걸고 있는 듯합니다. 현재 병역 기간을 더욱 단축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고, 영남 신공항 등 포크 배럴(pork-barrel) 프로젝트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옵니다. 수도 이전도 여전히 약효가 남아 있는 대안입니다. 야당도 박자를 맞추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여야 할 것 없이 다시 노조, 농민, 전교조, 시민 단체 등의 볼모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로부터의 후유증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노조 이익, 전교조 이익 등 부분적 이익에 영합하여 선심성 정책을 쓴 결과로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실업률이 증가하며, 부동산 가격과 물가가 오르고, 경제 성장이 지체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폐단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후유증이 나타날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포퓰리즘의 폐단에 대해 잘 인식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포퓰리즘에 의존하는 정치인과 정당, 그리고 포퓰리즘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우는 정치인과 정당에 표로써 징벌을 가해야 합니다.(Konas)
황수연(경성대 행정학과 교수)
출처: 자유기업원 (http://www.cfe.org)
- 관련기사보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