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기지 평택 이전 문제의 현황과 과제
평택 미군기지 이전의 국가전략적 의의
지난 2월 13일 평택 미군기지 이전에 마지막까지 반대했던 대추리 주민 59가구가 주민이주와 생계대책 지원을 담은 24개항에 정부와 합의하였다. 2005년 7월 10일 평택 험프리기지 주변에서 벌어진 대규모 충돌을 정점으로 고조되었던 사업 성패의 우려가 최종적으로 소멸되는 반가운 소식이다. 주민 설득에 소모된 시간을 감안하여 우리 정부가 사업완료를 2013년으로 연기할 수 있음을 시사하자 주한미군 벨 사령관이 강하게 반발하였다고 한다. 이제 큰 고비를 넘긴 주한미군 재배치의 성공까지 갈 길이 아직 멀다.
미국은 주한미군 평택 이전을 한국 정부와 국민이 한반도 평화 혹은 통일 이후에도 한미동맹을 국가안보전략의 기축으로 하겠다는 의지의 증표로서 이해 할 것이다. 더욱이 한국이 미국의 동북아 전략의 핵심 축인 주한미군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은 우리 정부의 대북화해협력 정책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유도하는 중요한 수단이기도 하다. 독일 통일 과정에서 서독 정부는 나토의 틀 내에서 미국의 유럽에서의 기득권을 확실히 보장함으로써 미국이 동서독 통일의 방해세력이 아니라 적극적인 후원자로서 역할을 하도록 유도하였다. 이 점에서 평택사업의 성공은 간접적으로 남북화해협력과 한반도 평화공존, 그리고 궁극적으로 평화통일에 대한 지원자를 만들어 내는 국가전략상 중대한 의미를 갖고 있다.
평택 이전 사업의 성공은 또한 동북아 군비증강의 억제와 평화를 유지하는 효과를 낳을 것이다. 일본에서 여전히 수정주의적 우익 역사관을 신봉하는 극소수 세력은 궁극적으로 미일동맹에서 벗어나 핵무장한 탈미 자주노선을 지향한다. 이들에게 있어 일본 열도의
배후에서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견제할 수 있는 주한미군은 일종의 눈의 가시이다. 따라서 미일동맹의 해체 이전에 첫 단계로서 내심 한미동맹이 와해되기를 기대하고 있는데, 평택사업의 성공은 이들의 시대착오적환상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다. 중국은 자국 내부의 심각한 빈부격차와 민주화 요구에 대한 대응으로 외부의 적을 찾으려는 중화민족주의의 기제가 꿈틀대고 있다. 일본의 극우파가 힘을 얻어 군사대국으로의 움직임을 보이면 중국은 이를 침소봉대하여 군비증강의 명분으로 활용할 것이다. 서유럽에서 지역 내 전쟁은 이미 박물관에 들어간 과거사이지만 동북아에는 상호불신과 군비증강을 완화할 다자안보체제가 부재하다. 미군을 이 지역의 안정자(stabilizer)로서 역할하도록 하는 것은 현 단계에서 최선의 방책이다.
지역사회와의 협력체제가 성공의 관건
이처럼 주한미군 평택이전 사업이 가지고 있는 긍정적 효과는 애써 외면하고 일부 시민단체에서 주장한 대북선제공격용이란 주장과 대중국 선제공격 '서부벨트론’의 과장된 선전 활동의 상처는 매우 깊게 남아 있다. 만일 미국이 대북선제공격을 감행하려고 한다면 주한미군과 한국에 있는 미국시민을 모두 철수시킨 다음 날 시작할 것이다. 일부 언론 보도에 의하면 친북세력이 반대활동에 참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도 있다. 일부 반대단체들은 이로 인해 발생한 엄청난 사회적 비용은 물론이고 이전 대상 지역주민들이 겪어야 했던 정신적 혼란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 정부는 이제라도 해당 지역 주민
들이 사업 성공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여, 자신도 모르게 북한과 중국에 이로운 행동을 했다는 불명예를 씻을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파주시민들이 LG 필립스 공장이 어렵다는 소문을 듣고 LG사랑파주시민모임을 만든 예를 참고할 수 있다. 앞으로도 평택기지 주변에서 뜻하지 않은 사고가 발생하였을 때 외부단체에 의한 또 다른 반대운동의 빌미가 되지 않도록 (가칭) 평택미군기지이전촉진주민모임이 적절한 대응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정부는 향후 이전 비용분담 문제에서 전문성을 발휘하여 합리적인 지출구조를 정립함으로써 반대단체로부터의 시비에 휘말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평택 이전은 아직 진행초기 단계이며 앞으로 사업추진에 있어서 여러 가지 애로점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일본에서의 70년대 관동계획의 선례, 1996년 합의되었던 후텐마 이전과 2006년의 주일미군 재배치 최종합의에 의해 추진 중인 오키나와 해병대의 괌 재배치 사업의 현황을 소개하고 문제점과 교훈을 제시함으로써 우리 정부가 타산지석으로 삼는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관동계획(관동공군시설정리통합계획: 73년부터 총 5년 소요)은 다치카와 미공군기지(182만평)와 소규모 기지들을 동경 도심에서 40km 서쪽에 위치한 훗사시(福生市)의 요코타 현 주일미군사령부로 통합 이전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하여 다치카와(立川) 전철역 주변 반환 공여지를 상업용으로 개발하여 이전 비용을 염출하였다. 서울시가 용산기지의 반환 토지를 전부 공원용지로 활용하기를 고집하면서 사업 추진의 지연이 우려되고 있다.
서울시는 예를 들어 자연채광이 가능한 지하 몰시티(Mall City)를 개발하고 지상은 공원용지로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즉, 한국의 경우 2004년 합의된 이후 이미 사업이 상당기간 지연되고 있는 바, 총 5년밖에 걸리지 않은 일본 관동계획의 성공 사례에서 배워야 할 것이다. 일본 정부는 도심소재 미군기지 이전추진 당시 이전대상지인 요코타기지 주변 주민의 부담 증가를 배려하여 74년에 ‘방위시설주변의 생활환경정비에 관
한법률’을 제정하여 해당 지자체에 대한 교부금을 제공하고 구체적인 주민복지 지원예산을 편성하여 적극 지원하였다. 우리 정부도 평택지역을 위한 파격적인 특별법을 제정하였지만 주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가시적인 혜택의 제공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1996년 12월 미일안전보장협의위원회는 오키나와 특별행동위원회의 보고서를 수용하여 오키나와 기노완시에 소재한 후텐마 미해병대 헬기장을 나고시 앞바다에 인공헬기장을 새로 건설하여 이전한다는 계획에 합의하였다. 양국은 당시 늦어도 7년 내에 반환을 완료하기로 하였으나 11년이 지난 지금까지 표류하고 있으며, 작년의 새로운 계획에 따라 해
상시설이 아닌 캠프 슈왑에 인접한 해안시설로 변경하기로 하였다. 캠프슈왑에 연접한 해안시설안은 96년도에도 이미 후텐마특별작업반이 검토하였던 차선책과 유사한 것이다. 이번에는 또 헬기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한 V자 활주로의 정부안에 대해서 오키나와 현청 및 나고시와 이견을 보이고 있어 성사 여부가 아직도 불투명하다. 이 사업이 이처럼 지지
부진한 일차적인 원인은 나고시 시장과 오키나와 지사의 입장이 선거 등 정치적 일정 때문에 일관되지 못하였으며 활주로 민간겸용 문제 해결과 환경영향 평가 등에 시일이 소요되는 데 있었다. 기노완시에 있는 현존 헬기장에서는 작년에도 헬기가 학교에 추락하여 대형 인명사고가 날 뻔 했듯이 사업의 표류의 부담은 결국 오키나와 주민들에게 돌아오고 있다.
오키나와의 실패를 교훈삼아 한국 국방부와 관련 부처는 사업 일정이 더 이상 지연되지 않도록 지역사회와의 협력체제 구축에 노력하여야 한다.
오키나와 해병대 재배치 사업의 교훈
2006년 5월에 최종 합의된 주일미군 재배치 계획에는 오키나와 해병대원 약 8,000명을 괌으로 이동시키는 안이 포함되어 있다. 일본 정부는 괌에 새로 지어질 사령부 청사, 막사와 학교에 일본 정부예산(28억불)을 들여 지어주기로 하였다. 이는 미일지위협정의 범위를 벗어나 주일미군의 시설정비(FIP)를지원했던 특별협정에도 위배되는 전혀 새로운 방식의 지원이다. 즉, 일본 국외로 이전되는 미군시설에 대한 건설비용을 오키나와 부담 경감의 당면 목적 달성을 위해 일본 정부가 감수하기로 한 것이다. 나아가 괌의 해병대 가족주택(약 5,200호), 전기 및 상하수도 시설의 정비를 위해 일본 정부의 출자와 융자의방식으로 32억9천만불을 지원할 계획이다. 물론 이 경우는 일본 정부가 국제협력은행에 출자한 자금과 민간기업이 공동으로 설립한 특정사업체가 건설한 뒤 이 업체가 주관하여 50년간 임대료를 징수하여 최종적으로 국고로 환수되는 방식이다. 단, 이것은 후텐마 비행장의 이전이 완료된 것을 전제로 하고 있어 앞으로도 괌 이전 사업의 미래가 순탄치 않을 전
망이다. 이에 비하면 한국의 경우 평택에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미측은 우선 15개 소규모 기지를 서둘러 반환하려 하고 있다.
한·일 양국 사례를 비교해 보면 미국은 한국에서는 약 60%의 대규모 공여지를 반환하면서 재배치를 서두르고 있는 반면, 일본에서는 다소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힘든 사업의 성공을 전제조건으로 하는 등 기존의 기지체계를 가능한 한 고수하려고 하고 있다. 이번의 주일미군 재배치로 주민들의 편익이 늘기는커녕 새로운 부담만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일
본 정부는 사업의 조기 성공을 위해 주일미군재편추진특별조치법의 제정을 서두르고 있다. 금년 2월 9일 각의에서 의결된 이 법안은 사업의 추진력을 높이기 위하여 부담이 증가하는 지자체의 협력 수준에 비례하여 교부금을 늘려주는 인센티브제를 도입하고 있다. 예를 들어 대상 지자체가 미군 신규이전을 수용하면 교부금 상한액의 10%를 지원하고 시설공사 착수시 60%, 그리고 이전이 완료되었을 때 100%를 주는 식으로 조기 성사를 유도하는 시책을 강구하고 있다. 이것은 캠프자마로의 미1군단사령부 이전과 이와쿠니 해병대 항공기지로의 항모함재기 이전 등에 대한 해당 지자체의 반발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일본 정부는 이미 2007년도 분 재편교부금 예산으로 약 51억엔(2월 환율 적용 약 406
억원)을 계상하였다고 한다. 이는 96년에 합의된 후텐마 이전이 아직도 표류하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려는 아이디어라고 생각된다. 한국의 경우 한반도 평화와 남북화해협력을 위한 상당한 경제적 부담을 이미 하고 있으므로 일본이 하고 있는 파격적인 주일미군 재배치 지원을 우리에게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점은 한국과 비교하여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주일미군 재배치사업 추진의 속도를 높이기 위한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사업 추진 의지와 태도이다.
일본이 96년의 미일안보공동선언 발표 이후 일관되게 미일동맹을 강조하는 것은 성장하는 중국에 대한 견제와 자국의 외교역량 강화 및 자위대의 안보역할 확대를 위한 미국의 지지를 획득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전략목표에 따라 일본은 미국이 제시하는 무리한 비용부담 요구도 수용하면서 미일동맹강화에 일관된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
한국 역시 주한미군 재배치의 성공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는 한반도 평화조성에 대한 미국의 적극적 지지를 유도하고 나아가 중국과 일본의 잠재적인 위협을 견제하는 효과적인 수단으로서 한미동맹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국가전략적 필요성에 있다.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이 병존하는 한 일본은 우리에게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한미동맹이 파트너십을 발휘하여 강건하게 발전한다면 중국이 북한의 체제 위기를 틈타 김정일 정권을 피후견화(clientelization)하려는 시도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 급변사태 시 중국군이 북한 영토에 진주하려 시도한다면 우리 단독으로라도 이에 맞서야 하겠지만 최선의 방
책은 그러한 상황의 가능성 자체를 한미동맹을 활용하여 차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konas)
남창희 (인하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namlee94@inha.ac.)
출처:세종연구소 '정세와 정책 2007-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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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07 오후 11:32:4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