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도의 한반도 평화체제 가능한가?
'2·13합의와 한반도 평화체제' 전문가 포럼 열려
베이징 2·13 핵합의가 이루어진지 만 한달이 되는 13일 오후 2시 '2·13합의와 한반도 평화체제'를 주제로 평화재단(이사장 법륜 스님)이 주최한 제7차 전문가 포럼이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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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포럼에서는 최근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미국을 방문, 힐 미 국무부차관보와 북미 실무회담을 갖고 관계정상화를 위한 다양한 내용의 의견이 개진돼 비상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날의 의제도 한반도 평화체제구축과 동북아 질서재편, 그리고 남북관계를 중심으로 한 발제와 토론이 이어졌다.
조 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 발제문을 통해 이번 2·13합의는 한반도 비핵화의 첫걸음이라면서 "2·13합의는 '9·19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첫 단계로 조그만 진전에 불과하지만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함께 동북아 역학구도의 변화, 남북관계에 미치는 의미는 무척 크다"고 말하고 다만 "북한 핵무기의 궁극적 포기를 전제로 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통일로 가는 이정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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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연구위원은 미 '과학국제안보연구소'의 올부라이트 보고서를 인용, 2월 현재 북한은 대략 46kg∼64kg의 플루토늄을 확보하고 있고 이 중 28∼50kg은 핵무기제조에 활용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핵무기제조에 6kg 정도의 플루토늄이 소요된다면 4∼8개의 핵탄두를 제조할 수 있고 이들 플루토늄의 99퍼센트가 동결상태가 해제된 2002년 후반이후 분리 추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올브라이트 보고서에 의하면 북한이 초보단계 핵탄두를 노동미사일에 탑재할 능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 점이 주목된다며 이미 한국과 일본은 북한의 사정권 안에 들어있고 말했다.
조 위원은 미국은 북한 핵무기의 궁극적 폐기를 목표로 삼고 있지만 미국과는 달리 북한 핵을 '머리에 이고' 안보와 평화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한국의 입장은 상당히 난처하고 어려운 국면에 처해있을 뿐 아니라 핵 문제 해결과정에서 미국과의 사이에 불협화가 드러나는 상황도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조 위원은 이어 북한의 핵 프로그램 일부 포기를 기대할 수는 있으나 완전한 체제보장에 대한 확신 없이 핵무기 포기를 결단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난관이 도사리게 되겠지만 그럼에도 비핵화를 통한 평화체제 구축과정이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공동번영의 코스라는 점은 명백하다고 강조해 평화체제구축의 필요성을 부각했다.
그는 이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로드맵을 3단계로 구분, 제1단계(2007-2008년 상반기)에서는 북한의 핵폐기 의지가 결정적 변수로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의 구체적 포기와 리스트 해제가 이뤄지고 대적성국 교역법 적용 종료 검토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2단계(2008년 후반기-2003년)에서는 핵무기 및 핵물질을 폐기대상으로 지리한 협상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미국의 체제보장에 대한 북한의 확신과 핵무기 포기에 대한 북한의 결단 여부가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으로 지적됐다.
이어 마지막 3단계(2013년 이후)는 핵폐기의 최종적 완료와 북미 수교가 맞교환되는 단계로 북한은 완전한 핵무기 폐기와 핵물질의 반출 완료를, 미국은 주한미군의 철수가 단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냈다. 이와 관련된 논의와 평화체제 구축 접근방식이 과거 한국주도였다면 2·13합의 후에는 한국주도에서 미·북 중심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그런 원인은 북미관계 정상화를 평화체제 구축의 핵심사안으로 주장해온 북한의 입장과 미국의 소극적 태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평화체제 구축 프로세스는 비핵화 단계과정과 맞물리면서 한국의 역할은 협소해지고 한국중심의 접근방식과 주도적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뿐 아니라, 이 경우 한국의 안보적 이익과 통일문제에 비우호적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신안보연구실장은 '한반도 평화체제와 동북아 질서재편' 발제에서 "이번 2·13합의는 1993년 제1차 북핵 위기이래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캄캄한 곳에 갇혀 있던 북핵 문제의 해법을 희미하게나마 빛을 볼 수 있게 해주었다는데서 커다란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낙관론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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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실장은 한반도의 냉전구조 해체는 "종전선언과 정전체제와 관련된 유엔사 기능의 재조정 등을 통해 이루어지고 미·북, 북·일 관계가 정상화되어 교차승인이 완성됨으로서 과거 남방삼각 대 북방삼각의 구도가 깨지면 사실상 동북아 냉전구조가 해체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번 베이징 6자 회담은 합의문을 이끌어냈다는 눈에 보이는 성과 외에 미·관계 정상화의 첫발을 내딛을 수 있게 되었다는 보이지 않는 성과를 거둠으로서 앞으로 6개국 외교장관회담이 이루어지고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이 이루어지게 되면 양국관계는 급진전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에 대해 "북핵 프로그램이나 핵 시설에 대한 해결에 있어 리비아 식과 같은 해결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며 "우선은 이미 드러난 영변 핵 시설을 중심으로 자진 신고토록 하고 우라늄 농축프로그램의 경우는 별도로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해 다른 견해를 보였다.
조 실장은 또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 위해서는 관계정상화를 통한 미·북 수교가 필수적이며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동북아 차원의 냉전구조를 해체하기 위해서는 북한과 미국, 일본과의 수교가 불가피하다고 볼 수 있다"고 거듭 미·북 수교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에 비해 토론자로 나선 백승주 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평화체제 구축 낙관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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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박사는 북 핵이 없던 지난 6,70년대도 북한이 주장해온 평화체제 구축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말하고 중요한 것은 북 핵이 해결되더라도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에 의하면 북한이 내세우고 주장하는 본질적 측면을 주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핵문제 해결과 평화체제구축과는 크게 연관성이 없다고 말하고 북한이 핵을 갖게된 것도 미국에 대한 적대시 정책보다는 중·소 분쟁을 지켜보면서 정권안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고 한국의 경제성장에 따라 한국과 중국의 틈바구니에서 체제를 유지하는 데는 미국의 체제안전보장이 무엇보다 크게 다가왔기 때문이라며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 제한적 범위 내에서 핵을 지니게 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전현준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과 북한을 중심으로 한반도에서 뭔가 큰 판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은데 우리는 방관자 입장에서 지켜볼 수 밖에 없다"며 "여.야든 보수.진보든 이런 상황에서 우리식으로 통일시킬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우고 있는 지 걱정된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에 앞서 법륜 평화재단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가 급변할 것으로 보이고, 미·북 및 북·일 관계개선이 급속히 진전되면 동북아 냉전질서가 무너지고 새로운 질서 만들기가 본격화될 것"이라며 "동북아 질서 재편이 한국이 소외된 채 강대국들만이 주도할 경우 자칫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동북아의 새로운 질서가 분단고착화와 국제적 고립으로 이어질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급격하게 돌아가는 현 상황에서 우리 주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날 포럼에는 윤여준 전 한나라당 의원,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장관을 비롯, 200여명의 청중이 객석을 메웠다.(Konas)
이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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