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부른 '平和체제'가 戰爭위험 높인다
부시 대통령이 지난 해 11월 ‘북핵 폐기’를 전제로 ‘6·25종전 선언’을 검토할 수 있다는 파격적 선언을 한 이후,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가 급부상하였다. 이미 2005년 ‘9·19 북핵 공동성명’에서 평화체제 문제가 언급된 바 있거니와, 금년 ‘2·13 북핵 합의’에서도 ‘별도 포럼’을 통해 ‘평화체제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명문화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그동안 북한과 주거니 받거니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추진해 온 노무현 정부는 이에 적극 화답하며, 남북정상회담과 평화체제를 본격 추진할 태세에 있다.
그러나 現 평화체제 논의는 과거 ‘先 북핵폐기’와 ‘상호신뢰 구축’이라는 전제 대신, 北이 주장해 온 ‘동시 행동’개념을 수용하여 핵 문제가 해결 안 된 상태에서 핵문제 해결과 병행 추진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곧 한미 양국은 ‘북핵 폐기를 위한 유인전략’이라는 명분 하에 평화체제 문제를 적극 거론하는 양상이다. 특히 진행 중인 미북 수교 협상과 맞물려, 평화체제 논의가 급진전되고 있다. 머지 않아 남북정상회담, 남북미 3자간 연쇄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평화체제 논의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분석해 볼 때,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선 먼저 現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전환해야 한다. 정전협정은 UN과 중·북 간 서명되었으나, 중국은 철수한 상태다. 한국은 UN군 일원으로 포함되어 서명 당사국은 아니라고 (특히 북한에 의해) 주장되고 있으나, 엄연한 전쟁 수행 당사자로서 ‘실질적 서명국’임을 부정할 수 없다.
정전체제는 UN軍이 관할하는 ‘군사정전위’와 ‘중립국감독위’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평화협정을 위해서는 이 양 기구를 대체할 새로운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현 정세로 볼 때, ‘군사정전위’는 어떤 형태로든 남북 간 ‘군사공동위원회’로 대체될 전망이다. 그리고 국제적 보장 장치로서의 ‘중립국감독위’ 대신 미중 양국으로 구성된 ‘국제 관리기구’가 생겨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그동안 UN군과 한미연합사의 실질적 군사 억지력에 의해 보장되어 온 한반도 평화가 전시작전권 이양이 확정되고 UN司 마저 해체된 이후 오직 남북 간의 ‘군사 관리기구’만으로 보장될 수 있는가에 있다.
북한은 핵무기는 물론 생화학무기 그리고 중장거리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고, 2·13 합의에 따라 논의 중인 ‘영변 핵시설’은 빈껍데기에 불과하고 핵물질과 핵시설이 거의 지하에 산재(散在)돼 있다는 것이 해외 전문가의 평가이다. 또한 ‘2.13 합의’ 직후 잠복됐던 HEU 문제도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다.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제기되는 더 큰 문제는 평화협정에 서명하게 될 南北+美中 4 국가 중 어느 한 국가를 적대시하는 동맹 조약의 존재가 평화체제 틀 내에서 인정되겠느냐는 것이다. 과거 한국 정부는 한미 동맹이 한미 양국 간 쌍무 문제로서 어느 국가도 간섭할 수 없는 문제라는 논리를 제시했었으나,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한미 동맹의 핵심인 한미연합사 해체를 적극 추진한 노 정부가 한미 동맹을 옹호할 리도 없고, 미국도 이미 미련을 버린 상태다.
결국 북한은 이러한 정세 변화를 이용, 주한미군 철수와 더 나아가 한미 동맹의 폐기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특히 北의 ‘핵포기’ 의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북핵 해결 없는 평화체제 논의는 한반도 안보 구도에 큰 혼란을 야기, 북한의 대남 군사전략을 강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美 전문가들 다수가 북한의 ‘핵포기’의지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견해를 표출하고 있다. 한미연합사 벨 사령관은 최근 美의회 증언에서 노 정부가 추진하는 ‘국방개혁’에 따른 군 감축과 軍복무기간 단축이 한국의 방위력을 감소시킬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으며, 한국 스스로 방위력 갖추기를 소홀히 할 때 미국의 지원은 약화될 것이라 언급했다. 역시 헤리티지 재단의 피터 브룩스 소장도 한국의 軍병력 감축 조치가 북한의 오판(誤判)을 불러올 것이라 경고했다.
국내적으로도, 남북 정상회담과 ‘평화 선언’ 또는 섣부른 평화체제 논의가 친북·좌파 세력의 주한미군 철수와 ‘반미’주장을 더욱 강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평화체제가 구축되면, 정전체제를 관리해 온 유엔司의 해체가 불가피하게 된다. 한미연합사가 해체되고 UN司 마저 해체된 후 남북 양측으로만 구성되는 군사관리기구가 과연 核까지 보유한 북한의 군사모험을 억지할 수 있겠는가? 또 시시때때로 트집을 걸어오는 북한과의 군사적 분쟁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겠는가? 특히 합리적인 안보 우려 목소리에 대해 “냉전수구 세력” “전쟁 세력”이라는 어불성설의 역(逆) 정치공세를 마다하지 않는 친북·좌파 세력이 북한의 모험과 도발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이 섣부른 평화체제 논의가 제기하는 위험성이다.
북한을 신뢰하려는 집권 좌파 세력은 ‘가능하다’고 주장할지 모르나, 북한 정권의 행태로 보아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예멘의 경우, 남북 예멘 양측이 ‘평화 통일’에 합의하여 ‘공동 정부’를 수립하는 데까지 이르렀으나, ‘군사 통합’에 실패, 결국 내란으로 치달은 경험을 간과해선 안 된다.
상대의 무력에 대한 군사적 억지력을 상실할 때, 전쟁 위험은 높아진다. 섣부른 평화체제 구축 시도는 한반도의 평화를 파괴하고, 전쟁 가능성을 높이는 위험한 조치이다. 집권 좌파 세력은 국가의 존립을 걸고 벌이는 ‘남북정상회담 놀음’과 ‘평화체제 모험’ 행각을 즉각 중단하기 바란다.
남북정상회담과 평화체제 등 남북 ‘좌파(左派) 연합’이 시도하는 일련의 조치가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에 의해 힘을 얻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 와중에서 한국 내 자유·보수 세력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야당 조차 남북 좌파합작 음모에 반대할 뚜렷한 논리와 명분을 제시하지 못하고, 급기야 ‘평화체제’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자유·보수 세력은 최후의 대한민국 수호 세력으로서 결코 역경에 굴해선 안 된다. 또한 미국의 정책 변화 역시 가변적(可變的)이고 불합리(不合理)한 것임을 냉철히 인식하고, 남북정상회담과 평화체제로 이어지는 친북·좌파의 국가파괴 책동에 감연히 저항해 나가야 할 것이다.(Konas)
홍관희(안보전략연구소장, 재향군인회 안보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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