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북전략 변하지 않았다"
이춘근 자유기업원 부원장 인터뷰
Written by. konas
입력 : 2007-03-16 오전 9:55:57
“북한이 미국과 수교하겠다고 나서며, 그것도 하루빨리 수교해 달라고 간청하는 것이 오히려 놀라운 변화라고 봐야 한다. 변한 것은 미국이 아니라 북한이다. 김정일 정권이 지금과 같은 상태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시점에 도달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춘근(국제정치학 박사) 자유기업원 부원장은 최근 미국과 북한이 벌이고 있는 현란할 정도의 외교적 변화에 대해 “이번 5차 6자 회담은 북한이 자발적으로 나온 회담이었다. 이는 북한이 어쩔 수 없이 회담에 나올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에 처했음을 스스로 반증하는 것”이라며 미국의 변화가 ‘김정일의 외교적 승리’라는 일각의 주장을 불식시켰다.
“북한과 세계를 향한 ‘미국의 대전략’ 실현되고 있어”
이 박사는 15일 <프리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제정세의 현상은 그다지 놀라운 것이 아니다. 그동안 북한은 물론 동북아시아 나아가 세계 전체를 향한 미국의 ‘대전략’ 일부가 서서히 그리고 분명하게 실현되고 있는 것”이라며 이 같이 주장했다.
미국의 변화가 이란·이라크 문제, 그리고 민주당의 의회장악에 따른 부시 행정부의 불가피한 정책 수정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 박사는 “국내정치가 변한 결과 미국의 대외 정책에 변화가 초래 된 것이라면 부시가 제일 먼저 바꿔야 할 것은 이라크 정책이어야 했다. 민주당이 난리치는 것은 공화당의 대(對)이라크 정책이지 북한이 아니다”라고 반론을 폈다.
그러면서 이 박사는 “민주당 인사들은 오히려 대북 강경정책을 주문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친북론자들은 북한의 능수능란한 외교에 미국이 쩔쩔매고 있는 것처럼 분석하고 있으나 이는 국제정치의 상식을 터무니없이 어긴 분석이다. 국제 관계에서 강한 측(미국)이 약한 쪽(북한)에게 휘둘린 다는 것은 도저히 말이 되지 않는 논리”라고 비판했다.
“최근 미북관계 변화의 동인, 북한 내부에서 찾아야”
이 박사는 이에 대한 근거로 6자 회담 직전 미국이 F-117 스텔스 전폭기를 15~20대 정도를 한반도 기지에 전진 배치시킨 것과 함께, 최근에는 최신 기종인 F-22 랩터 전투기 12대를 오키나와 카데나 공군기지에 배치시킨 점 등을 예로 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순수 군사적인 측면에서 미국이 F-117과 F-22를 배치한 것은 ‘우리는 당신네들이 이들 전투기들의 영공침투 사실을 알아채지도 못하는 사이에 핵 시설은 물론 북한 지휘부조차 격멸할 수 있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북한 측에 전달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의 논리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미북 관계 변화의 심층 동인은 미국이 아니라 북한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 그는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의 북한 계좌 동결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을 통한 북한 자금줄 차단 ▲UN안보리 대북제재결의안 1718을 통한 대북압박 ▲일본의 대대적인 대북금융제재 등을 예로 들면서 “이 같은 국제사회의 대북압박으로 북한이 국가로서의 기능을 점차 상실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북한과 수교 후 대사관에 정보원 파견 할 것”
그는 이어 과거 레이건 대통령이 취임 후 줄기차게 대소 강경론을 펼치다 임기 6년차가 되면서부터 미국의 어떤 대통령보다 소련과 화해 무드를 만들어 결국 소련을 평화적으로 변화시킨 냉전의 승자가 된 점을 예로 들면서 “지금의 상황은 미국(부시 임기 6년차)의 대북 강압외교가 비로소 결실을 보기 시작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 박사는 “북한이 미국과의 빠른 수교를 강력히 원하고 있는 모양인데 패권국가인 미국의 대사관이 평양에 들어선다는 것은 대북(對北) 인간정보(HUMINT) 수집을 목적으로 하는 일단의 정보원(spy) 수백 명이 함께 투입되는 것을 의미 한다”면서 “이들은 김정일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그의 건강상태까지 체크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화여대 겸임교수로 활동하면서 최근 ‘현실주의 국제정치학’(나남출판)이라는 역작을 펴낸 이 박사는 “모든 국가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데 한국만 ‘모든 나라가 세계평화를 위해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국제정치에서는 위험한 일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이는 남북한 간에도 그대로 적용 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춘근 박사와의 인터뷰 전문.
-최근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이란 제목의 책을 집필했는데 이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현실주의(realism)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세계를 ‘파워 폴리틱스’(Power Politics) 즉 권력 정치의 개념으로 본다. 국제정치학이 학문으로 성립된 것은 근 100년 정도 밖에 안 된다. 초기에는 훌륭한 국제법이 있다거나 외교관들이 탁월한 국민외교를 한다거나 효율적인 국제기구가 존재하면 ‘평화’를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국제정치학을 만들었다.
그런데 훌륭한 국제법과 뛰어난 외교관 그리고 국제기구가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2차 대전을 막지 못했다. 이 때문에 영국의 역사학자인 E. H. 카는 국제정치는 국가와 국가간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지 국가가 개인처럼 만나서 화해하고 타협한다고 해서 평화가 오는 것이 아니라고 보기도 했다. 이 같은 논리를 기반으로 현실주의 패러다임이 만들어졌다.
이와 함께 2차 대전 이후 한스 모겐소(H. Morgenthau)와 같은 학자들은 국제정치가 ‘무정부 상태’임을 가정하고 이에 따라 국가들이 자국의 문제는 스스로 해결하면서 주권국가들끼리의 관계를 규정하는 것이 파워(power)라고 해석했다. 이것이 바로 현실주의 국제정치의 기본 개념이다.
-전작권의 한국군 전환 문제를 현실주의적 입장에서 비판한다면?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에는 국가는 ‘국가이익’(national interest)에 따라 행동한다는 기본 개념이 있는데 여기에는 순서가 있다. 제일 중요한 것이 안보(Security)고, 그 다음으로 힘(Power), 경제번영(Prosperity), 명예(Prestige) 순이다. 전작권 전환 문제는 ‘명예’ 때문에 ‘안보’를 저버린 것으로 현실주의 정치학의 입장에서 보면 완전히 엉망진창인 정책이다. 미국의 도움 없이 자주국방하면 폼이야 나겠지만 전쟁억지력 차원에서 보면 전작권 전환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향후 미국과 전작권 재협상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전작권의 한국군 전환 날짜를 2012년 4월 17일로 못 박았는데 이것은 완전히 코미디라 할 수 있다. 날짜를 먼저 정한다는 것은 국제정치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교과서대로라면 2012년 12월 31일로 전작권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4월 17일을 거꾸로 하면 7월 14일이 되는데 이날은 6.25 전쟁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전작권을 미군에 넘긴 날짜다. 이게 무슨 장난인가? 그리고 만일 2012년 4월 16일에 큰 국가적 위기가 닥치면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전작권 재협상은 가능하다고 본다. 전쟁론(Vom Kriege)의 저자인 클라우제비츠(Clausewitz)도 “‘전쟁’이란 다른 수단들을 가지고 행하는 ‘정치’와 다를 바 없다”며 전쟁을 정치의 연속으로 봤다. 일례로 중국이 미국의 안보를 크게 위협하는 스텔스 전투기를 개발했다든가, 아니면 미국이 보유한 핵폭탄보다 월등하게 강한 핵무기를 중국이 보유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면 전작권의 재협상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오겠느냐는 점이다.
-전작권의 한국군 전환과 함께 주한미군이 철수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당분간 주한미군은 한국에서 철수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미국의 세계전략은 테러를 방지하고 자국의 패권을 유지하는 전략이다. 크게 보면 주한미군은 북한과 함께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 만일 미국이 북한을 자국에 우호적인 정권으로 만들면 ‘악의 축’이 하나 사라지고 중국을 겨냥한 패권 전쟁의 전략기지가 되는 것이다.
시카고 대학의 존 미어샤이머(John J. Mearsheimer)교수는 미국의 군사력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바다 건너 다른 국가와 육군으로 전쟁을 수행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그러나 적국과 육지로 연결된 기지를 미국이 가지고 있다면 상황은 역전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당한 상상일수도 있겠지만 북한이 미 지상군의 기지가 되면 중국은 자신의 목 바로 밑에 칼을 꽂고 사는 것과 같은 상태가 될 것이다. 미국의 한반도 대(大)전략은 바로 여기에 있다.
-북한이 미국의 편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인가?
지금의 김정일 정권으로는 불가능하다. 미국의 생각은 앞으로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고 북한은 어느 정도까지 하다가 그만둘 것이다. 그러나 김정일 이후에는 이런 상황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의 대전략은 중국과 북한 관계에 미국이 끼어들어가는 것인데 지금 미국이 이것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에 대해 성질 급한 미국의 강경론자들은 대북 공격을 하자고 하는데 미국이 북한을 직접 공격하면 중국은 지금보다 더 북한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미국과 북한이 외교관계를 정상화해 북한에 대사관이 들어선다면 상황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평양에 미국 대사관이 들어서는데 중국 대사관 보다 두 배는 더 크게 짓고, 대사관 직원 5백 명 들어간다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대사관에서 일하게 될 절반 이상의 직원이 미국의 대북 공작원(spy)일 가능성이 크다. 외교의 기능 중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정보수집기능이다. 북한에 미국 스파이 수백 명(I.O.)이 깔리면 김정일은 지금처럼 마음대로 못할 것이다.
미국이 정말로 전략적이라면 북한을 자국의 편으로 만드는 것이 미 외교 정책의 끝이며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지금 미국은 이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렇게 되면 북한이 보유한 핵도 미국은 인정할 것이다. 파키스탄의 경우가 좋은 예다. 중국을 사이에 두고 북한이 미국편이 된 후 핵을 보유하면 미국은 오히려 편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이 지금 미국의 전략에 말려들었다는 것인가?
최근 미북관계에 한 가지 ‘미싱 링크’(missing link)가 있었다. 바로 지난 1월 미국과 북한의 베를린 양자회동이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베를린에서 북한 대표와 회담을 끝낸 뒤 곧이어 이명박, 박근혜를 만났다. 이명박씨의 경우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이 사실을 공개하며 “금년 안에 6자 회담에 상당한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이 회담에 응하게 된 데는 뭔가 크리티컬(critical)한 것이 있다. 이 정도 단계에 북한이 올 수밖에 없는 사정이 북한에 생겼다는 것이고, 그 이유 때문에 진전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미국은 북한이 시간을 끌지 못할 것으로 자신이 있는 것 같더라”고 밝혔다.
이 기사를 보고 나는 이제 미국의 뜻대로 되는구나 생각했다. 지금의 상황이 과거 레이건 대통령 6년차와 똑같다고 생각한다. 지금 부시 대통령도 6년차다. 레이건은 끝까지 소련을 코너로 몰다가 임기 말엽에 가서는 소련에 대해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레이건은 이 시기 어떤 대통령 보다 소련과 더 많은 평화적 대화를 통해 협상을 타결시킨 대통령이 되었다.
부시가 대북강경책을 썼다고 하지만 그는 북한을 향해 군사력이라는 수단을 한번도 직접 사용한 적이 없고, 부시가 재임하는 6년 동안 미국과 북한 사이에 총알 한 방 날아간 적이 없으며, 클린턴 재임하던 당시인 1994년 봄의 위기 상황과 필적할 수 있는 미국-북한 간의 위기 상황은 부시 행정부 아래서는 존재하지 않았다.
-미국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CVID)를 철회했다는 주장이 있다.
CVID는 단지 김정일 정권을 붕괴시키기 위한 미국의 전략·전술일 뿐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미국은 핵을 보유한 나라라 할지라도 그 나라가 미국편인 경우 그 나라의 핵무기에 대해 시비를 걸지 않는다. 영국·프랑스·이스라엘의 핵을 가지고 미국이 시비 건 적이 없다. 인도의 핵은 오히려 도와주겠다고 할 정도다. 북한이 미국의 편이 된다면 미국은 북핵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CVID 문제도 이 연장선상에서 봐야 할 것이다.
-지난해 10월 북한이 실시한 핵실험은 실패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지?
실패한 핵실험이었다. 4킬로톤(kt)에도 못 미치는 핵실험이 어디 있나. 미국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은 소형화에도 실패한 것으로 테러범들에게 팔지도 못할 것이다. 테러리스트들은 손에 들고 다닐 수 있는 말 그대로 소형 핵폭탄이 필요한 것이지 트럭으로 실어 나르는 거대한 폭탄은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 신문들은 지난 2월 13일 6자 회담 직후 평양시가지 도처에 널려 있던 핵폭탄 보유를 자랑하던 선전 문구들이 모두 사라졌다고 보도했지만 내 경우 이미 6자 회담이 시작되기도 전에 평양 시내 곳곳에 걸려있던 핵보유국임을 자랑하던 구호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미군 관계자와 통하는 지인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6자 회담과 같이 협상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미국의 부시 정권은 북한이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 이 때문에 미국은 대북 강압외교(coercive diplomacy)를 펼쳐왔으며, 이는 외교와 더불어 군사·정치 적인 수단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북한 정권을 코너로 몰고 가겠다는 것이었다.
특히 민주당의 경우 북한을 보는 시각이 공화당 보다 더 강경하다. 민주당은 체질적으로 반(反)아랍으로 유태인의 80%가 민주당을 지지하고 미 상원 100명 중 13명이 유태인이며, 하원은 435명 중 40명이 민주당으로 북한이 아랍에 판매하는 무기는 이스라엘을 향하므로 이들 정치인은 북한을 원수들에게 무기를 파는 국가로 인식하고 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최근 헨리 키신저 등 일단의 유태계 인사들을 접촉했다.
김계관이 만난 사람들은 모두 냉혈한 현실주의자들이다. 이들은 북한을 미국 편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 그것이 김정일이어도 상관없다는 사람들이다. 국내 여당의 모 정치인은 미국이 과거 한국의 독재정권을 지원했다며 이를 비판한 적이 있는데 당시 미국은 반공국가이면 독재고 뭐고 따지지 않고 지원했다. 마찬가지로 지금 중국을 상대하고 있는 미국 입장에서 북한이 미국의 편이 되겠다면 북한을 지원하겠다는 것이 현실주의자의 생각이다. 그러나 김정일이 이 같은 미국 내 현실주의자들의 요구를 들어줄지는 미지수다.
-북핵문제가 단기적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이라고 보는지?
미국은 북핵문제를 반드시 해결할 것이고 시점은 2008년 초반까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08년은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다. 중국에는 올림픽이 있다. 미국의 공화당이 북한 문제를 그냥 놔둔다는 것은 공화당이 진다는 소리고, 중국 입장에서는 바로 코앞에 있는 국제문제를 놔두고 올림픽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다. 따라서 그 안에 두 나라에게 뭔가 눈에 보이는 성과가 있어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올해와 내년은 북한과 관련된 모든 것들이 빠른 속도로 전개될 것이다.
-한국은 지난 10년 동안 미국과는 멀어지고 중국과는 가까워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 그렇게 가고 있는데 미국과 일본이 이를 차단하려 들 것이다. 일본 우파 인사들 가운데에는 노골적으로 한국에 또 다시 좌파정권이 들어서면 현재의 자위대에 10개 사단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일본의 핵 무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지?
일본은 지금 속으로는 즐거워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도 일본은 자국의 편이라는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마치 영국이 핵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 같은 입장을 보일 것이다. 이유는 일본이 핵 무장을 하면 미국이 중국을 내리누르는 힘을 그만큼 덜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동맹국가인 일본이 태권도 검은 띠를 두르는 것과 같은 것이다. 중국이 미국의 적이 된 것은 미국이 중국을 적국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정치·경제·군사력 모든 측면에서 봤을 때 세계2위는 중국이 아니라 일본이다. 일본이 핵무장하면 중국은 쩔쩔 맬 것이다.
-이라크에서 미국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
전쟁의 승패의 개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이 문제에 대한 해석이 달라진다. 이라크에서 미국이 졌다고들 하는데 미국은 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 부시 대통령이 너무 이상주의자라서 헤매는 것이다. 부시가 이라크를 공격한 가장 현실적인 이유는 이라크가 미국에 대해 테러를 가하지 못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이점에 있어 이라크 문제는 이미 게임이 끝났다.
지금 미국이 겪고 있는 문제는 부시가 이라크를 민주국가로 만들겠다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이라크가 민주국가로 탈바꿈하는 데는 100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 미국이 한국을 1945년에 들어왔다. 한국의 경우 적극적인 친미국가였음에도 불구하고 민주화에 40년의 세월이 소요됐다. 그런데 종족과 인종이 다른 이라크에서 어떻게 3년 만에 민주화를 이룰 수 있겠는가.
-중국 국방비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났다. 중국이 미국의 패권에 위협을 줄 것으로 보는가?
중국 국방비는 매년 17%씩 10년 동안 꾸준히 늘어나 올해에는 449억4000만 달러가 책정됐다. 그러나 중국이 미국을 군사적으로 압도하는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어느 국가의 힘이 센지를 볼 때 국방비를 보지 말라. 세계에서 가장 좋은 대학을 어느 국가가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지를 봐야 한다.
중국의 상해 교통대학은 매년 세계 대학 랭킹을 매기는데 2005년과 2006년 자료를 보면 20개 명문대 중에 17개가 미국 대학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나라를 중국이 무슨 수로 이길 수 있겠나. 공장 하나 더 있는 나라보다 수학자와 물리학자와 같은 기초과학 분야의 종사자들이 더 많은 국가가 국력이 더 강하다고 봐야 한다. 중국이 미국을 앞서기는 힘들다.
-크고 작은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국제정치에서 진정한 평화란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냉전이 곧 평화였다. 국민국가(nation state)가 생긴 이래 50년 동안 전쟁이 발생하지 않았던 시기는 일찍이 없었다. 냉전은 전쟁의 빈도가 가장 낮은 시기였다. 국제정치에서 강대국이란 쉽게 말해 전쟁을 하는 나라를 뜻하는데 냉전기간 동안 강대국은 전쟁을 하지 않았다. 과거 영국과 프랑스를 봐도 두 나라 사이에 50년 동안 전쟁 없는 평화로운 시기는 없었다.
국제정치학상 가장 평화로운 시기가 냉전체제인데 이것이 끝난 것이다. 과거에는 미국이 조그만 나라와 싸우고 싶어도 소련이 있어서 못 싸웠다. 그런데 지금은 이런 국가들의 배후에 특정 강대국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마음 놓고 공격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소국 A가 소국 B와 싸우려 하면 대국인 미국이 A나 B국의 배후 강국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전쟁을 방지했다. 즉 냉전이란 양극체제에서는 자신들의 진영에 대한 컨트롤이 가능했다.
그런데 이것이 없어지니까 크고 작은 전쟁이 생기는 것이다. 중남미에 좌파정권이 많이 생기는 이유는 소련이 없기 때문에 미국이 방치하는 것이다. 일례로 냉전시기였다면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는 미국에 의해 암살당했을 것이다. 남미국가 20여 개국의 수출액을 다합쳐도 한국보다 못하다. 그런데 이를 두고 미국과 맞짱뜨는 차베스라고 하는데 말도 안 된다.
-올해는 대통령 선거가 있다. 대선주자들에게 조언을 부탁한다.
국가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지도자의 최우선 과제이며 항상 군(軍)의 총사령관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대통령과 국민의 차이는 국민의 경우 항상 평화가 전쟁보다 앞선다. 그러나 대통령에게는 평화와 전쟁이 같은 레벨의 개념이다. 평화가 목적이 되고 전쟁이 수단이 된다는 뜻이다.
위기 앞에서 평화를 선택할 것인지 전쟁을 선택할 것인지를 국민에게 물어보는 지도자는 직무유기로 봐야 한다. 영국의 처칠은 2차대전 당시 위기에 처한 조국을 구하기 위해 의회에서 연설 도중 “나는 피와 수고와 눈물과 땀밖에는 드릴 것이 없다”고 말했다. 국군의 통수권자가 된다는 것은 숭고한 사명을 짊어지는 것과 같다. 이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정리/김필재 프리존뉴스 기자(spooner1@freezonnews.com)
* 이 기사는 프리존뉴스(http://www.freezonenews.com)의 양해를 얻어 게재합니다.
이춘근(국제정치학 박사) 자유기업원 부원장은 최근 미국과 북한이 벌이고 있는 현란할 정도의 외교적 변화에 대해 “이번 5차 6자 회담은 북한이 자발적으로 나온 회담이었다. 이는 북한이 어쩔 수 없이 회담에 나올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에 처했음을 스스로 반증하는 것”이라며 미국의 변화가 ‘김정일의 외교적 승리’라는 일각의 주장을 불식시켰다.
“북한과 세계를 향한 ‘미국의 대전략’ 실현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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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변화가 이란·이라크 문제, 그리고 민주당의 의회장악에 따른 부시 행정부의 불가피한 정책 수정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 박사는 “국내정치가 변한 결과 미국의 대외 정책에 변화가 초래 된 것이라면 부시가 제일 먼저 바꿔야 할 것은 이라크 정책이어야 했다. 민주당이 난리치는 것은 공화당의 대(對)이라크 정책이지 북한이 아니다”라고 반론을 폈다.
그러면서 이 박사는 “민주당 인사들은 오히려 대북 강경정책을 주문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친북론자들은 북한의 능수능란한 외교에 미국이 쩔쩔매고 있는 것처럼 분석하고 있으나 이는 국제정치의 상식을 터무니없이 어긴 분석이다. 국제 관계에서 강한 측(미국)이 약한 쪽(북한)에게 휘둘린 다는 것은 도저히 말이 되지 않는 논리”라고 비판했다.
“최근 미북관계 변화의 동인, 북한 내부에서 찾아야”
이 박사는 이에 대한 근거로 6자 회담 직전 미국이 F-117 스텔스 전폭기를 15~20대 정도를 한반도 기지에 전진 배치시킨 것과 함께, 최근에는 최신 기종인 F-22 랩터 전투기 12대를 오키나와 카데나 공군기지에 배치시킨 점 등을 예로 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순수 군사적인 측면에서 미국이 F-117과 F-22를 배치한 것은 ‘우리는 당신네들이 이들 전투기들의 영공침투 사실을 알아채지도 못하는 사이에 핵 시설은 물론 북한 지휘부조차 격멸할 수 있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북한 측에 전달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의 논리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미북 관계 변화의 심층 동인은 미국이 아니라 북한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 그는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의 북한 계좌 동결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을 통한 북한 자금줄 차단 ▲UN안보리 대북제재결의안 1718을 통한 대북압박 ▲일본의 대대적인 대북금융제재 등을 예로 들면서 “이 같은 국제사회의 대북압박으로 북한이 국가로서의 기능을 점차 상실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북한과 수교 후 대사관에 정보원 파견 할 것”
그는 이어 과거 레이건 대통령이 취임 후 줄기차게 대소 강경론을 펼치다 임기 6년차가 되면서부터 미국의 어떤 대통령보다 소련과 화해 무드를 만들어 결국 소련을 평화적으로 변화시킨 냉전의 승자가 된 점을 예로 들면서 “지금의 상황은 미국(부시 임기 6년차)의 대북 강압외교가 비로소 결실을 보기 시작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 박사는 “북한이 미국과의 빠른 수교를 강력히 원하고 있는 모양인데 패권국가인 미국의 대사관이 평양에 들어선다는 것은 대북(對北) 인간정보(HUMINT) 수집을 목적으로 하는 일단의 정보원(spy) 수백 명이 함께 투입되는 것을 의미 한다”면서 “이들은 김정일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그의 건강상태까지 체크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화여대 겸임교수로 활동하면서 최근 ‘현실주의 국제정치학’(나남출판)이라는 역작을 펴낸 이 박사는 “모든 국가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데 한국만 ‘모든 나라가 세계평화를 위해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국제정치에서는 위험한 일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이는 남북한 간에도 그대로 적용 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춘근 박사와의 인터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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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주의(realism)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세계를 ‘파워 폴리틱스’(Power Politics) 즉 권력 정치의 개념으로 본다. 국제정치학이 학문으로 성립된 것은 근 100년 정도 밖에 안 된다. 초기에는 훌륭한 국제법이 있다거나 외교관들이 탁월한 국민외교를 한다거나 효율적인 국제기구가 존재하면 ‘평화’를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국제정치학을 만들었다.
그런데 훌륭한 국제법과 뛰어난 외교관 그리고 국제기구가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2차 대전을 막지 못했다. 이 때문에 영국의 역사학자인 E. H. 카는 국제정치는 국가와 국가간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지 국가가 개인처럼 만나서 화해하고 타협한다고 해서 평화가 오는 것이 아니라고 보기도 했다. 이 같은 논리를 기반으로 현실주의 패러다임이 만들어졌다.
이와 함께 2차 대전 이후 한스 모겐소(H. Morgenthau)와 같은 학자들은 국제정치가 ‘무정부 상태’임을 가정하고 이에 따라 국가들이 자국의 문제는 스스로 해결하면서 주권국가들끼리의 관계를 규정하는 것이 파워(power)라고 해석했다. 이것이 바로 현실주의 국제정치의 기본 개념이다.
-전작권의 한국군 전환 문제를 현실주의적 입장에서 비판한다면?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에는 국가는 ‘국가이익’(national interest)에 따라 행동한다는 기본 개념이 있는데 여기에는 순서가 있다. 제일 중요한 것이 안보(Security)고, 그 다음으로 힘(Power), 경제번영(Prosperity), 명예(Prestige) 순이다. 전작권 전환 문제는 ‘명예’ 때문에 ‘안보’를 저버린 것으로 현실주의 정치학의 입장에서 보면 완전히 엉망진창인 정책이다. 미국의 도움 없이 자주국방하면 폼이야 나겠지만 전쟁억지력 차원에서 보면 전작권 전환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향후 미국과 전작권 재협상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전작권의 한국군 전환 날짜를 2012년 4월 17일로 못 박았는데 이것은 완전히 코미디라 할 수 있다. 날짜를 먼저 정한다는 것은 국제정치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교과서대로라면 2012년 12월 31일로 전작권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4월 17일을 거꾸로 하면 7월 14일이 되는데 이날은 6.25 전쟁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전작권을 미군에 넘긴 날짜다. 이게 무슨 장난인가? 그리고 만일 2012년 4월 16일에 큰 국가적 위기가 닥치면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전작권 재협상은 가능하다고 본다. 전쟁론(Vom Kriege)의 저자인 클라우제비츠(Clausewitz)도 “‘전쟁’이란 다른 수단들을 가지고 행하는 ‘정치’와 다를 바 없다”며 전쟁을 정치의 연속으로 봤다. 일례로 중국이 미국의 안보를 크게 위협하는 스텔스 전투기를 개발했다든가, 아니면 미국이 보유한 핵폭탄보다 월등하게 강한 핵무기를 중국이 보유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면 전작권의 재협상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오겠느냐는 점이다.
-전작권의 한국군 전환과 함께 주한미군이 철수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당분간 주한미군은 한국에서 철수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미국의 세계전략은 테러를 방지하고 자국의 패권을 유지하는 전략이다. 크게 보면 주한미군은 북한과 함께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 만일 미국이 북한을 자국에 우호적인 정권으로 만들면 ‘악의 축’이 하나 사라지고 중국을 겨냥한 패권 전쟁의 전략기지가 되는 것이다.
시카고 대학의 존 미어샤이머(John J. Mearsheimer)교수는 미국의 군사력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바다 건너 다른 국가와 육군으로 전쟁을 수행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그러나 적국과 육지로 연결된 기지를 미국이 가지고 있다면 상황은 역전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당한 상상일수도 있겠지만 북한이 미 지상군의 기지가 되면 중국은 자신의 목 바로 밑에 칼을 꽂고 사는 것과 같은 상태가 될 것이다. 미국의 한반도 대(大)전략은 바로 여기에 있다.
-북한이 미국의 편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인가?
지금의 김정일 정권으로는 불가능하다. 미국의 생각은 앞으로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고 북한은 어느 정도까지 하다가 그만둘 것이다. 그러나 김정일 이후에는 이런 상황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의 대전략은 중국과 북한 관계에 미국이 끼어들어가는 것인데 지금 미국이 이것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에 대해 성질 급한 미국의 강경론자들은 대북 공격을 하자고 하는데 미국이 북한을 직접 공격하면 중국은 지금보다 더 북한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미국과 북한이 외교관계를 정상화해 북한에 대사관이 들어선다면 상황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평양에 미국 대사관이 들어서는데 중국 대사관 보다 두 배는 더 크게 짓고, 대사관 직원 5백 명 들어간다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대사관에서 일하게 될 절반 이상의 직원이 미국의 대북 공작원(spy)일 가능성이 크다. 외교의 기능 중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정보수집기능이다. 북한에 미국 스파이 수백 명(I.O.)이 깔리면 김정일은 지금처럼 마음대로 못할 것이다.
미국이 정말로 전략적이라면 북한을 자국의 편으로 만드는 것이 미 외교 정책의 끝이며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지금 미국은 이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렇게 되면 북한이 보유한 핵도 미국은 인정할 것이다. 파키스탄의 경우가 좋은 예다. 중국을 사이에 두고 북한이 미국편이 된 후 핵을 보유하면 미국은 오히려 편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이 지금 미국의 전략에 말려들었다는 것인가?
최근 미북관계에 한 가지 ‘미싱 링크’(missing link)가 있었다. 바로 지난 1월 미국과 북한의 베를린 양자회동이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베를린에서 북한 대표와 회담을 끝낸 뒤 곧이어 이명박, 박근혜를 만났다. 이명박씨의 경우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이 사실을 공개하며 “금년 안에 6자 회담에 상당한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이 회담에 응하게 된 데는 뭔가 크리티컬(critical)한 것이 있다. 이 정도 단계에 북한이 올 수밖에 없는 사정이 북한에 생겼다는 것이고, 그 이유 때문에 진전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미국은 북한이 시간을 끌지 못할 것으로 자신이 있는 것 같더라”고 밝혔다.
이 기사를 보고 나는 이제 미국의 뜻대로 되는구나 생각했다. 지금의 상황이 과거 레이건 대통령 6년차와 똑같다고 생각한다. 지금 부시 대통령도 6년차다. 레이건은 끝까지 소련을 코너로 몰다가 임기 말엽에 가서는 소련에 대해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레이건은 이 시기 어떤 대통령 보다 소련과 더 많은 평화적 대화를 통해 협상을 타결시킨 대통령이 되었다.
부시가 대북강경책을 썼다고 하지만 그는 북한을 향해 군사력이라는 수단을 한번도 직접 사용한 적이 없고, 부시가 재임하는 6년 동안 미국과 북한 사이에 총알 한 방 날아간 적이 없으며, 클린턴 재임하던 당시인 1994년 봄의 위기 상황과 필적할 수 있는 미국-북한 간의 위기 상황은 부시 행정부 아래서는 존재하지 않았다.
-미국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CVID)를 철회했다는 주장이 있다.
CVID는 단지 김정일 정권을 붕괴시키기 위한 미국의 전략·전술일 뿐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미국은 핵을 보유한 나라라 할지라도 그 나라가 미국편인 경우 그 나라의 핵무기에 대해 시비를 걸지 않는다. 영국·프랑스·이스라엘의 핵을 가지고 미국이 시비 건 적이 없다. 인도의 핵은 오히려 도와주겠다고 할 정도다. 북한이 미국의 편이 된다면 미국은 북핵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CVID 문제도 이 연장선상에서 봐야 할 것이다.
-지난해 10월 북한이 실시한 핵실험은 실패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지?
실패한 핵실험이었다. 4킬로톤(kt)에도 못 미치는 핵실험이 어디 있나. 미국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은 소형화에도 실패한 것으로 테러범들에게 팔지도 못할 것이다. 테러리스트들은 손에 들고 다닐 수 있는 말 그대로 소형 핵폭탄이 필요한 것이지 트럭으로 실어 나르는 거대한 폭탄은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 신문들은 지난 2월 13일 6자 회담 직후 평양시가지 도처에 널려 있던 핵폭탄 보유를 자랑하던 선전 문구들이 모두 사라졌다고 보도했지만 내 경우 이미 6자 회담이 시작되기도 전에 평양 시내 곳곳에 걸려있던 핵보유국임을 자랑하던 구호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미군 관계자와 통하는 지인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6자 회담과 같이 협상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미국의 부시 정권은 북한이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 이 때문에 미국은 대북 강압외교(coercive diplomacy)를 펼쳐왔으며, 이는 외교와 더불어 군사·정치 적인 수단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북한 정권을 코너로 몰고 가겠다는 것이었다.
특히 민주당의 경우 북한을 보는 시각이 공화당 보다 더 강경하다. 민주당은 체질적으로 반(反)아랍으로 유태인의 80%가 민주당을 지지하고 미 상원 100명 중 13명이 유태인이며, 하원은 435명 중 40명이 민주당으로 북한이 아랍에 판매하는 무기는 이스라엘을 향하므로 이들 정치인은 북한을 원수들에게 무기를 파는 국가로 인식하고 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최근 헨리 키신저 등 일단의 유태계 인사들을 접촉했다.
김계관이 만난 사람들은 모두 냉혈한 현실주의자들이다. 이들은 북한을 미국 편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 그것이 김정일이어도 상관없다는 사람들이다. 국내 여당의 모 정치인은 미국이 과거 한국의 독재정권을 지원했다며 이를 비판한 적이 있는데 당시 미국은 반공국가이면 독재고 뭐고 따지지 않고 지원했다. 마찬가지로 지금 중국을 상대하고 있는 미국 입장에서 북한이 미국의 편이 되겠다면 북한을 지원하겠다는 것이 현실주의자의 생각이다. 그러나 김정일이 이 같은 미국 내 현실주의자들의 요구를 들어줄지는 미지수다.
-북핵문제가 단기적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이라고 보는지?
미국은 북핵문제를 반드시 해결할 것이고 시점은 2008년 초반까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08년은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다. 중국에는 올림픽이 있다. 미국의 공화당이 북한 문제를 그냥 놔둔다는 것은 공화당이 진다는 소리고, 중국 입장에서는 바로 코앞에 있는 국제문제를 놔두고 올림픽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다. 따라서 그 안에 두 나라에게 뭔가 눈에 보이는 성과가 있어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올해와 내년은 북한과 관련된 모든 것들이 빠른 속도로 전개될 것이다.
-한국은 지난 10년 동안 미국과는 멀어지고 중국과는 가까워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 그렇게 가고 있는데 미국과 일본이 이를 차단하려 들 것이다. 일본 우파 인사들 가운데에는 노골적으로 한국에 또 다시 좌파정권이 들어서면 현재의 자위대에 10개 사단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일본의 핵 무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지?
일본은 지금 속으로는 즐거워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도 일본은 자국의 편이라는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마치 영국이 핵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 같은 입장을 보일 것이다. 이유는 일본이 핵 무장을 하면 미국이 중국을 내리누르는 힘을 그만큼 덜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동맹국가인 일본이 태권도 검은 띠를 두르는 것과 같은 것이다. 중국이 미국의 적이 된 것은 미국이 중국을 적국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정치·경제·군사력 모든 측면에서 봤을 때 세계2위는 중국이 아니라 일본이다. 일본이 핵무장하면 중국은 쩔쩔 맬 것이다.
-이라크에서 미국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
전쟁의 승패의 개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이 문제에 대한 해석이 달라진다. 이라크에서 미국이 졌다고들 하는데 미국은 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 부시 대통령이 너무 이상주의자라서 헤매는 것이다. 부시가 이라크를 공격한 가장 현실적인 이유는 이라크가 미국에 대해 테러를 가하지 못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이점에 있어 이라크 문제는 이미 게임이 끝났다.
지금 미국이 겪고 있는 문제는 부시가 이라크를 민주국가로 만들겠다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이라크가 민주국가로 탈바꿈하는 데는 100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 미국이 한국을 1945년에 들어왔다. 한국의 경우 적극적인 친미국가였음에도 불구하고 민주화에 40년의 세월이 소요됐다. 그런데 종족과 인종이 다른 이라크에서 어떻게 3년 만에 민주화를 이룰 수 있겠는가.
-중국 국방비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났다. 중국이 미국의 패권에 위협을 줄 것으로 보는가?
중국 국방비는 매년 17%씩 10년 동안 꾸준히 늘어나 올해에는 449억4000만 달러가 책정됐다. 그러나 중국이 미국을 군사적으로 압도하는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어느 국가의 힘이 센지를 볼 때 국방비를 보지 말라. 세계에서 가장 좋은 대학을 어느 국가가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지를 봐야 한다.
중국의 상해 교통대학은 매년 세계 대학 랭킹을 매기는데 2005년과 2006년 자료를 보면 20개 명문대 중에 17개가 미국 대학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나라를 중국이 무슨 수로 이길 수 있겠나. 공장 하나 더 있는 나라보다 수학자와 물리학자와 같은 기초과학 분야의 종사자들이 더 많은 국가가 국력이 더 강하다고 봐야 한다. 중국이 미국을 앞서기는 힘들다.
-크고 작은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국제정치에서 진정한 평화란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냉전이 곧 평화였다. 국민국가(nation state)가 생긴 이래 50년 동안 전쟁이 발생하지 않았던 시기는 일찍이 없었다. 냉전은 전쟁의 빈도가 가장 낮은 시기였다. 국제정치에서 강대국이란 쉽게 말해 전쟁을 하는 나라를 뜻하는데 냉전기간 동안 강대국은 전쟁을 하지 않았다. 과거 영국과 프랑스를 봐도 두 나라 사이에 50년 동안 전쟁 없는 평화로운 시기는 없었다.
국제정치학상 가장 평화로운 시기가 냉전체제인데 이것이 끝난 것이다. 과거에는 미국이 조그만 나라와 싸우고 싶어도 소련이 있어서 못 싸웠다. 그런데 지금은 이런 국가들의 배후에 특정 강대국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마음 놓고 공격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소국 A가 소국 B와 싸우려 하면 대국인 미국이 A나 B국의 배후 강국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전쟁을 방지했다. 즉 냉전이란 양극체제에서는 자신들의 진영에 대한 컨트롤이 가능했다.
그런데 이것이 없어지니까 크고 작은 전쟁이 생기는 것이다. 중남미에 좌파정권이 많이 생기는 이유는 소련이 없기 때문에 미국이 방치하는 것이다. 일례로 냉전시기였다면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는 미국에 의해 암살당했을 것이다. 남미국가 20여 개국의 수출액을 다합쳐도 한국보다 못하다. 그런데 이를 두고 미국과 맞짱뜨는 차베스라고 하는데 말도 안 된다.
-올해는 대통령 선거가 있다. 대선주자들에게 조언을 부탁한다.
국가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지도자의 최우선 과제이며 항상 군(軍)의 총사령관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대통령과 국민의 차이는 국민의 경우 항상 평화가 전쟁보다 앞선다. 그러나 대통령에게는 평화와 전쟁이 같은 레벨의 개념이다. 평화가 목적이 되고 전쟁이 수단이 된다는 뜻이다.
위기 앞에서 평화를 선택할 것인지 전쟁을 선택할 것인지를 국민에게 물어보는 지도자는 직무유기로 봐야 한다. 영국의 처칠은 2차대전 당시 위기에 처한 조국을 구하기 위해 의회에서 연설 도중 “나는 피와 수고와 눈물과 땀밖에는 드릴 것이 없다”고 말했다. 국군의 통수권자가 된다는 것은 숭고한 사명을 짊어지는 것과 같다. 이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정리/김필재 프리존뉴스 기자(spooner1@freezonnews.com)
* 이 기사는 프리존뉴스(http://www.freezonenews.com)의 양해를 얻어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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